정치 참여 초창기에 비해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에 대한 비판이 늘고 있다. 유명인의 정치참여는 비판을 반드시 수반한다. 표 교수도 언젠가 욕을 먹는 순간이 올 듯하다.
“지금도 욕을 무지하게 먹고 있다. 더 이상 욕을 먹을 수 있을까. 일베와의 전쟁을 치렀는데, 일베 애들이 ‘백만 대군 공격을 받아라’고 해서 ‘해봐라’ 했더니 ‘우리 딸 스토킹 한다’는 글을 올렸다. 기본적으로 그놈들이 아무리 그렇게 해봐야 인터넷에서 노는 거지 실질적으로 피해가 없다. 신경 안 쓰면 된다. 오히려 난 표현의 자유를 주장한다. 일베한테 얼마든지 욕하라고 얘기한다. 대신에 ‘박근혜 대통령 보고도 자기 욕하는 사람들 놔두라고 해라, 왜 자꾸 잡아놓고 체포하냐’고 말한다. 그러면 이놈들이 말을 못하는 거다. 일베를 고소할 생각도 전혀 없다. 마음대로 해도 된다. 뭐 어떤가. 욕먹으면 오래 산다. 오히려 국정원과 연쇄살인범이 날 고소했다. 오히려 그들이 저를 못 견뎌한다는 것이 증명됐다. 전 한 번도 욕을 한 적도 없고 합리적인 비판을 했을 뿐인데 고소를 했다. 제가 했던 합리적인 비판이 얼마나 위력을 발휘했는지 체험했다. 누굴 고소한다면 그 자체가 제가 상처를 입었다는 뜻이다. 물론 정말 상처 입은 약자들은 고소하셔야 한다. 전 솔직히 상처를 잘 안 입는다. 고소를 할 필요가 없다.” - 청년 실업이 극심한 상황이다. 절망하는 청년들한테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그렇게 만들었다. 우리의 잘못이고 늘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라고 한다면 1966년생이다. 우리 세대는 한국전쟁을 직접 겪지 않았지만 부모님들에게서 한국 전쟁의 참상과 남북의 분단에 따른 이데올로기 대립 등을 전수받았다. 이데올로기적 태도가 얼마나 나쁜지도 체험하고 살았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공산당을 가장 무섭게 그리면 상을 탔다. 그걸 깨치고 혁파하겠다고 나선 것도 친구들과 선배들이다. 우리 세대가 선대가 물려준 모순과 아픔을 후세대로 이어주지만 않는다면 자녀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고 상호 존중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못했을 뿐더러 자식들을 억압했다. 자녀들이 마음껏 도전하도록 허용하지 않았다. ”
- "억압했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말인가.
“학교폭력을 예로 들겠다. 각 대학교에서 제가 강의할 때 꼭 그걸 물어본다. ‘학교 다닐 때 학교 폭력이 하나도 없었던 사람 손들어보세요’라고 하면 아무도 안 든다. ‘학교폭력 피해자였던 분 손들어보세요’하면 몇 사람이 손을 든다. ‘가해자도 손들어보세요’하면 몇 명이 또 든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닌 사람이 절대 다수다. 자신들도 알고 있다. 방관자라는 것을… 지금 청년들의 절망은 지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자신들이 목격한 불의와 착취와 탄압과 억압을 보고 듣고 느끼고 알면서도 ‘가만히 있으라’고 부모가 가르쳤다. 선생님도 가르쳤고 학교 시스템이 그렇게 가르쳤다. 청년들은 길들여져 왔을 뿐이다. 그런데 그들에게 하루아침에 분노하라고 하면 분노가 되겠나.
- 청년들에게 바라는 점은.
“우리의 자식세대들 즉 청년들은 절망하고 있다. 아예 일어설 의지조차 가질 수 없는 상태다. 그런데 “분노하라” 하는 건 씨 나락 까먹는 소리다. 그런다고 분노해지나, 분노할 수 있는 여건과 분노해도 된다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고 분노하라는 게 말이 되나. 그리고 “아프니까 괜찮다. 청춘이다?” 그게 무슨… 이 책의 저자가 저보다 연세가 높긴 분이긴 하지만 현실에 대한 뼈아픈 인식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전 그런 소리 못하겠다. 제가 무슨 말을 한다고 해결되나. 맘 같아선 ‘괜찮다, 큰일 안 생긴다.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 분노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젊은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희생을 안 해도 된다. 희생해야만 정의롭다는 착각을 버려 달라’는 거다. 스펙 쌓고 취업 준비하고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노력을 해도 되지만 그걸 한다고 해서 ‘저쪽과 나는 완전히 달라’라고 단정을 짓지 말아달라는 거다. 한 움큼만, 내가 희생하고 손해보지 않을 수 있는 여지만큼만, 관심을 보여주고 찾아와 주고 연대의 의미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보탬이 된다. 자신이 포기 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면 자기 위안도 된다. 연대가 이어지면 언젠가 자신도 소리 지를 수 있는 상황이 될 거다. 너무 크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꾸 ‘중립은 없다’ 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런 것들까지 필요 없다. 중립이 어떤가. 행동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생각을 가지고 포기하지 말고 자기 안에 있는 소리를 조금이라도 내달라 이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