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장생이나 수명 연장에 대한 관심이 다시 돌아오고 있는 것 같아서 전공자로서 기쁘네요.
전 대략 10년정도 노화와 줄기세포, 텔로미어, 유전자 손상을 연구했던 관련분야 전공자입니다. 초기에는 노화가 에이즈의 진행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긴 했지만, 프로젝트가 엎어져서, 주 연구는 노화에 따른 텔로미어와 유전자손상이 줄기세포에 미치는 영향이었죠.
사실 최근까지 노화연구는 약간 식은 떡밥같은거였어요. 10년전쯤 확 붐이 일었다가, 몇년전까지 시들해졌었는데,
구글이 갑자기 자기들도 연구한다고 발표하면서, 대중들의 관심이 급격히 높아진거죠.
구글이 신기한 동물을 (두더지쥐) 연구하면서, 언론들이 이 연구만 마치면 마치 곧 불로장생의 답이 밝혀질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죠... 노화라는게 그리 단순한게 아니라... 그래서 간단히 노화의 과학적인 최신연구에 대해 아는데로 주저리 적어봅니다.
우선 텔로미어라는 오래된 이슈가 있습니다.
텔로미어의 연장이 수명을 연장한다는 건데, 이건 초파리같은 아주 짧은 수명을 가진 하등동물에만 적용되는 이야기입니다. 최신 연구에 의하면 텔로미어의 연장이 수명에 미치는 영향은 대략 죽기전 마지막 5년정도만을 결정한다고 알려져있습니다. 이게 길다고 수명이 긴게 아닌게, 쥐의 경우 사람의 3배에서 5배 이상 긴 텔로미어를 가지고 있는데, 수명은 3년정도지요. 그래서 최근의 텔로미어 연구는 노화연구보다는 텔로미어의 다른 기능을 연구하는 추세입니다.
다른 이슈로는 유전자 손상과 수복이 있지요.
유전자는 여러가지 이유로 항상 손상과 수복을 반복합니다. 손상이 일정이상 쌓여서 더 이상 수복을 못할경우 세포는 자살명령을 내리거나 제기능을 못하거나 암이 되기도 하죠. 유전자 수복기능을 강화시키면 수명 연장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이게 생각보다 복잡한 일입니다. 유전자 수복 기능은 다양한데, 이중 일부는 오히려 강화시 유전자 손상을 가속화하고, 암 발병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쥐에서도 쥐의 종류에 따라 같은 유전자가 전혀 다른 증상을 보여주기도 하지요. 같은 쥐과에서도 같은 유전자의 변형이 같은 결과를 보여주지 않기에, 다른 종인 사람에겐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줄 수 밖에 없을 듯합니다. 두더지쥐도 마찬가지 겠지요.
스트레스와 노화에 대한 연구도 있습니다.
뭐 당연한건데, 스트레스가 노화를 가속화하긴 합니다. 그렇다고 스트레스를 줄이면 노화가 없어지냐하면 그건 당연히 아니지요. 쥐의 뇌에 스트레스 저항에 관련된 유전자를 과발현하는 연구가 있었는데, 수명이 늘긴했었습니다. 쥐가 잠도 더 잘자고 했었던 결과가 있었지요. 아무튼 이것도 제한적입니다.
식이제한과 노화에 대한 연구도 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적게 먹으면 오래산다인데요. 많은 연구 결과에서 쥐의 경우 암컷에겐 효과가 있으나, 수컷은 적게 먹는다고 오래살지 않다더라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ㅠㅠ
다음으로 호르몬과 노화에 대한 연구가 있습니다.
호르몬 특히 남성 호르몬은 수명에 부정적인 결과를 보여줍니다. 쥐의 경우 거세를 해버리면 수명에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줍니다. 예전에 약간은 웃긴 논문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역사상의 기록으로 본 거세와 수명에 대한 상관관계에 대한 논문이었지요. 기록상의 환관들의 평균 수명과 그 시대의 남성의 평균 수명을 비교한 논문이었습니다. 거세하면 수명이 연장되더군요. ㅠㅠ
또 줄기세포의 고갈에 대한 연구도 있습니다.
이건 복합적이긴 한데, 노화가 진행될 수록 줄기세포의 질이 떨어져 여러 장기들의 재생이 늦어져 결국 죽는다는 연구지요. 실제로 노화가 진행되면 조혈모세포나 근육줄기세포, 소장줄기세포등이 제대로 기능을 못합니다. 그래서 면역력은 약화되고, 근육도 약해지고, 소화력이 현저히 떨어져서 죽게되지요. 줄기세포의 고갈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유전자 손상의 축적, 후생유전학적 유전자의 변화, 단백질의 3차원적 구조화 저하등등이 있습니다.
후생유전학과 노화에 대한 연구도 진행중입니다.
후생유전학이란 유전자의 메틸기나 구조 단백질의 아세틸화등 염기서열의 변화없이 일어나는 유전자의 변화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돌연변이가 없어도 자연적으로 노화가 진행되면 젊었을때의 세포와는 기능상에 차이가 발생하게됩니다. 이는 주로 유전자의 후생유전학적 변이에 따른 결과물인 경우가 많지요. 이 차이를 찾아서 노화의 원인을 알아내는 학문으로 이제 막 시작한 분야입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연구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노화의 핵심은 줄기세포의 고갈과 유전자 손상의 축적, 후생유적학적인 변화의 축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걸 다 알아낸다고 해서 수명을 무한정 늘릴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원의 한정을 생각해보면 불로장생은 좋지 않을것 같기도 하구요. 전 자연스럽고 건강하게 100살정도까지 살다 가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노화 연구를 하다 느낀 또 다른 점은 생물학적으로 불로장생을 연구하는 것보다, 대체 장기나 늙는 신체를 사이보그화하는 연구가 더빨리 진행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지요. 그리고 육체의 노화를 멈춘다고 정신의 노화를 멈추지는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나이를 먹을 수록 드네요.
이상 전공자의 주저리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