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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금) 안녕들하십니까?
게시물ID : sisa_4634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김종대워더
추천 : 1
조회수 : 38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12/15 22:17:09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BgzqY




쭉빵카페에서 '포피엠'님이 작성하신 글이에요,
읽고 많이 울었어요 현실이 슬퍼서..
많은분들이 읽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퍼왔습니다.




8.jpg


w. 포피엠








"안녕들하십니까?"

여인이 나를 잡아 내 걸음을 멈춰 세웠다.


"정말 안녕하십니까?"

여인을 바라보며 대답을 하려하는데 여인의 뒷 편으로 한 노인의 모습이 보였다.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차가운 시멘트 벽에 등을 기댄 누군가의 이웃, 사회의 약자, 초라한 노인. 나는 애써 고개를 돌리며 여인을 바라보고 다시 입을 열었다.


"네. 저는 안녕합니다."

내 대답에도 여인은 여전히 내 손목을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정말요? 정말 진실로 안녕하십니까?"

옅게 한숨을 내뱉으며 나는 여인을 바라봤다.


"당신의 삶에는 정말 아무 탈이 없습니까? 진실로 안녕하십니까?"

애원하듯 말하는 여인의 뒤로 청년들의 대자보가 흩날렸다. 백지위로 날리우는 검은 깨달음들. 한, 두장이 흩날리는 가 싶더니 봄 날의 벚꽃마냥 흐드러지는 그 대자보에 나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러나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정말이예요. 저는 진실로…."

나를 바라보던 여인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당황스런 마음에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앞질러 앞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울고있는 여인의 팔을 잡고 떼어내려 애썼다. 여인의 붉어진 눈가가 자꾸만 내 가슴을 긁었다.


"이제 저 좀 놔주세요. 저는 갈 길이 바빠요."

나를 앞서가는 사람들을 바라보자 조급해졌다. 나는 여인에게 붙잡힌 팔목을 흔들며 말했다.


"벌써 사람들이 나를 앞질러 가잖아요. 

나는 갈 길이 바빠요. 어서 저 사람들을 따라가야 해요. 

나는 바빠요. 여기서 이럴 시간이 없다구요. 

학점도 신경써야하고, 이제 곧 취업도 해야해요. 내 목구멍이 포도청이에요!"

한탄과도 같은 말을 내뱉으며 나도 모르는 마음이 울컥했다. 시큰해지는 코끝을 비비며 하늘을 바라보자 내 머리위로 정신없이 휘감겨져있는 송전탑. 언제부터 내 머리위에 자리잡은 건지 커다란 송전탑은 파직ㅡ 소리를 내며 불꽃을 터뜨렸다. 


나는 두 눈을 감고, 두 귀를 막은 채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여인에게 잡힌 팔을 빼내려 무던히도 애썼다.


"그만이요, 그만. 더이상 나를 멈춰세우지 말아주세요. 

나는 갈 길이 멀어요. 이런 것들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요. 

어차피 내가 관심을 가져도 바뀌지 않는 것들이잖아요. 그러니까 제발, 나를 놓아주세요."

여인과 나는 서로의 팔목을 부여잡았다. 두 볼 가득히 눈물을 흘리는 여인을 바라보며 나는 작게 한숨을 내뱉고, 이내 여인을 설득시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여인을 애원하듯 바라보았다.


"나는 지쳤어요. 힘들어요. 

나도 처음엔 내가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관심을 가지면 조금이라도 바뀔 줄 알았다구요. 

그런게 그게 다 무슨 소용이에요. 

내가 행사한 한 표는 무용지물이 되었고, 세상은 힘있는 자들의 손아귀에서 굴러갈 뿐이에요. 


나는 나약해요. 

부모님 세대를 설득할 힘도, 용기도 없어요. 


나도 알아요. 

내가 지금껏 누려왔던 자유와 평등과 민주주의가 누구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건지. 

하지만 나는 그들과 달라요. 나는 그 분들에 비해 한없이 나약하고, 작고, 초라해요.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된 걸보면 더더욱 할 수 없어요. 나는 더이상의 실패를 경험하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제발 나를 놓아주세요. 

내 갈 길을 갈 수 있게, 그냥 다른 사람들 처럼 생각없이 살 수 있게, 


나를 놓아주세요."

나의 애원이 드디어 여인을 포기하게 만든걸까. 내 팔목을 잡은 여인의 두 손이 힘없이 풀어졌다. 드디어 나를 잡고있던 족쇄가 풀렸음에도 나는 쉬이 발걸음을 옮길 수가 없었다. 


정리. 그래, 정리. 마음의 정리를 할 시간이 필요하다. 갑작스런 바람에 흐트러진 내 마음을 정리하면, 그리고 나면 다시 발걸음을 옮겨 내 갈 길을 가야지. 숨을 내뱉으며 아랫입술을 축이고 바닥을 향해있던 눈을 떴다.


아아ㅡ.

나는 그만 자리에 주저앉았다.


철도 위였다. 나를 앞질러가던 이들은 경쟁자가 아닌 촛불을 든 사람들, 내가 외면하던 노인은 나의 가족. 나를 부여잡던 여인은 한떨기의 꽃이었다. 송전탑이 꽂혀있는 죽음의 땅 위에 놓인 철길하나, 철길을 밟아 앞으로 향하는 촛불들, 촛불들이 밝히는 청년들의 대자보, 그리고 그 사이에 멀뚱히 서있던 나.


그제서야 뚜렷하게 보이는 이 곳 풍경에 나는 숨을 참았다.


고개를 들자 불꽃 튀기는 송전탑에 매달려 살려만달라 외치는 누군가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보였다. 소름끼치는 울음소리에 고개를 내려 옆을 바라보자 피켓을 든 누군가의 아버지들이 철길을 밟으며 앞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멀리서 기차의 경적소리가 울리더니 이내 아버지들을 향해 달려들고있었다. 다시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리면 피흘리는 아이를 끌어안은 누군가의 어머니가 서있다. 하얀 병원 문은 다시는 열리지 않을 듯 굳게 닫혀있었다. 반짝거리는 외제차가 병원앞에 멈춰서고 밍크코트를 두른 여인이 기침을 하며 병원앞에 서자 열릴 것 같지 않던 문이 활짝 열렸다. 아이의 어머니가 그녀와 함께 들어가려하자 누군가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고 병원 문은 다시 닫히고야 말았다. 한참이나 병원문을 바라보던 어머니는 가느다란 숨을 내쉬는 아이를 끌어안고 작별인사를 한다.








"안녕들하십니까?"

한 사람의 음성이 울렸다.


"안녕들하십니까?"

대여섯 되는 사람들의 음성이 울렸다.


"안녕들하십니까?"

조금씩 커지는 안부묻는 소리에 나는 울컥 눈물을 흘렸다.






"안녕들하십니까?"







"나는…."







"안녕들하십니까?"







"나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목청껏 울부짖는 나는,

아아ㅡ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춘. 













지금 우리가 관심가져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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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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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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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민영화


이 외의 모든 부정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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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jpg

24.jpg











대한민국의 안녕을 응원합니다.

안녕들하십니까?




* 캘리그래피는 여성시대의 '노트2'님이 만드셨습니다.



출처 : 쭉빵카페 '포피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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