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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병맛 공포물
게시물ID : panic_39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늘의웃음
추천 : 11/5
조회수 : 463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09/06/27 08:02:54
"이봐 조나단, 오늘도 야근좀 서줘야겠는데." ..망할놈의 상사새끼. 오늘도 나한테 지랄이군. 왜 데이빗은 항상 칼퇴근이고 나는 이모양이지? 퇴근 후 크리스틴과 커피를 마시기로 약속했는데, 그녀에게 뭐라고 말해야할지 난감하다. 데이빗녀석은 벌써 둘째를 가졌다는데, 나는 별로 잘나지도 않은 직장동료와 잡은 커피약속도 못지키고 있다. 벌써 4월 말에 접어들었는데 생일이 지나기 전 애인은 커녕 여자와 저녁식사 한번이나 할수 있을지 모르겠군. 결국 솔로로서 30대를 맞이하는 건가. 후우, 나란놈이란, 정말... "조나단, 뭔가 불편한 표정인데, 좋지않은 일이라도 있어?" 야근기계 2호인 조셉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이녀석도 야근이라면 적어도 대화상대는 있겠군. "오늘도 야근이야. 빌어먹을, 하필 크리스틴하고 약속이 있는 날에.." "크리스틴? 오늘 급한일이 생겼다고 미리 퇴근했는데, 약속있었어?" 맙소사, 급한일? 나한테 미리 말도 안해주고 퇴근했다니. 나를 전혀 신경쓰지 않는건가? "어..아, 신경쓰지마. 근데 너도 오늘 야근이야?" "아니, 오늘은 한가해. 곧 퇴근하고 오랜만에 애인하고 와인바에나 가야지." 썅. 오늘은 혼자 사무실에 쳐박혀서 키보드나 두드려야 하나. - - - - - - - - - - - - - - - 생각해보면 야근을 선다는게 나쁘기만 한건 아니다. 추가근무로 인한 수당을 받으니까. 하지만 혼자 사는 내가 돈이 궁핍한것도 아닐뿐더러 허구헌날 야근을 하다보니 이 빌어먹을 회사 건물에 나라는 존재가 속박돼있다는 느낌이 나를 괴롭혔다. 학창시절 누구보다 개성있던 난 어디로 간걸까. 조촐한 학교라지만 합창부와 연극부를 같이하며 졸업식땐 애국가를 독창한 나인데.. 어찌어찌 살다보니 상사를 위해 개처럼 일하고 여자한테는 관심조차 못받는 나만 남아있다. 담배나 한대 피울까..요즘은 머리에 비관적인 생각만이 가득하군. "후우~" 나의 한숨이 눈에 보이는 회색의 연기가 돼어 검은 어둠속으로 흩날린다. 이놈의 연기조차 나를 비웃는 것처럼 보이는군. '우울하다는 핑계로 니코틴에나 의존하는 무능력한 자식. 언제까지 과거회상만 하면서 인생을 낭비할 생각이냐.' 젠장. 담배를 태워도 기분이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꼴보기 싫은 연기를 손으로 휘저어 버리며 어두운 도시를...... 어두운 도시? 불빛이 하나도 안보인다. 도시 전체가 정전에 휩싸인건가? 그럴리가..내가 일하고 있는 이 건물은, 아니 적어도 이 사무실만은 환한 빛이 비추고 있다. 그러고보니 차소리도 들리지 않는군. 아무리 귀를 귀울여봐도 이시간쯤 도시에 횡행할 소리들이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이곳은 고작 8층일 뿐인데.. 위를 올려다 보니, 평상시라면 도시매연을 뿌리치고 자신의 빛을 흩날리고 있을만한 대여섯개의 별들마저 자취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달도 안보인다. 달이 보였다면 내가 희미하게밖에 보이지 않을 별들을 애써서 찾아볼 이유가 없으니까. 마치 세상의 모든 어둠이 내가 서있는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것 같다. 내가 정신을 차렸을때 내 몸은 피우던 담배를 땅에 팽개치고 사무실 안쪽으로 뒷걸음질을 치고있었다. 식은땀이 솟아난다. 이건 영적인 일인가? 호러영화에서나 봐오던, 유치하다고 생각했던 초자연스러운 일들이 혼자인 나에게 지금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보이고 있었다. 도망치기 위해(사무실 안쪽으로 가서 몸을 웅크리는 것을 도망이라 표현하는게 맞을지 모르겠지만)고개를 돌리려는 찰나.. "으악!" 고개가 돌아가지 않는다. 나의 목은 나의 뇌가 보내는 다급한 신호를 무시하며 어둠을 향해 꼿꼿이 세워져있다. 나의 눈마저 나의 목과 협력한듯 어둠을 향해 똑바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곧 나의 몸 전체가 마비되는것이 느껴져왔다. 죽음이란 이런 느낌인가? 죽음은 한 사람이 한번만 겪는것이고, 한번 겪은 후에는 그 누구에게도 그것에 대한 경험을 말해줄수 없는 특이한 것이다. 따라서 살아있는 자들 중 죽음이 어떤 느낌인지 아는 사람은 없다. 모든 죽음은 이렇게 진행되는 걸까? 나의 주변을 휘감은 어둠, 적막함, 공포, 그리고..고독하- "끼익.." 낡을대로 낡은 사무실 문이 열렸다! 성대조차 마비된듯 비명도 나오지 않고 내 빌어쳐먹을 목은 내 몸 뒤편에 있는 사무실 문을 확인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크흑..끅..끄으윽..크그그극.." 모든 몸이 움직이길 거부하는 지금, 나의 귀만이 충실하게 나에 뇌에게 소리를 전달하고 있다..기뻐해야 하나? 점점 가까워오는 저 소리와 몸이 질질 끌리는 듯한 또다른 소리.. 몇십초나 지났을까. 조금씩 조금씩 커지던 이 알수없는 소리들은 이제 숨소리와 살갗이 얼어붙을 듯한 숨 결을 병행하여 나의 뇌세포를 강타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끝인것 같다. 이 알수없는 물체가 나의 몸을 덮치는 순간 나는 이 초자연적인 현상속에서 최후를 맞겠지. 그 누가 나의 죽음을 슬퍼할까? 크리스틴? 피식. 코웃음만 나온다. 아니, 나온다고 생각한 것이다. 내 몸은 내 의지를 배신한지 오래니까. 난 체념한 상태에서 내 눈이 촛점을 맞춘 어둠을 향해 관심을 돌렸다. 자세히 보니 밤이 세상에게 선물하는 자연스러운 어둠도 아닌것 같다. 이 어둠은..뭐랄까.. 출렁거리며, 갈색 빛을 띠고있는 듯한.. "우웃!" 가..갑자기 몸에 감각이 돌아왔다! 그와 동시에 장이 요동친다! 하지만 걱정마라, 괄약근은 장보다 빠르니까. 뒤를 돌아보니 쥐새끼같이 생긴 60대의 동양인 남자가 고양이가 할퀸듯한 상처를 몸에 뒤집어 쓰고 끅끅거리고 있다.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건가? 상처를 보니 살 가망도 없는것 같은데 참 처절하군. 하지만 나의 출렁거리는 장이 먼저다. 도움을 청하는 힘없는 그의 손길을 발로 뿌리치고 사무실 밖으로 뛰어나와 복도를 달렸다. 사무실을 나오자 마자 사무실 안의 빛이 꺼지며 어둠에 휩싸인다. 복도에서도 나의 뒤편으로 계속해서 형광등이 꺼져가고 있다. 마치 정전과 나의 경주를 보는것 같다. 경마를 좋아하셨던 부모님들이 이 모습을 보시면 어둠에게 돈을 거실까, 아니면 똥꼬를 부여잡고 얼굴에 핏대를 세우며 달리는 나에게 돈을 거실까? 복도 중간에 있던 8층 화장실은 문이 잠겨 있었다. 씨X! 욕이 튀어나오는걸 억제하지 못하며 나는 복도 끝 엘리베이터를 향해 다시 뛰기 시작했다. 내 뒤에서는 어둠이 나를 집어삼킬 듯이 계속 쫓아오고 있다. 저 어둠이 나를 휩싸면 어떻게 될까? 이마에 식은땀이 솟아난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꽃힌다. 하지만 걱정하지마라. 괄약근의 초인적인 조임으로 방출되는 아드레날린은 그 무엇보다 인간을 날렵하게 만들수 있으니까. 드래곤볼의 고쿠를 생각하며 달리자 어둠이 5미터정도 뒤쳐졌다. '멈추면 안돼.' 엘리베이터가 눈앞에 있다. 버튼을 누르자 마자 문이 열린다. 운이 좋게도 나와 같은 층에 있었군. 하지만 이 빌어먹을 기계는 문이 여닫히는것에 나만큼 신속하지 못했다. 문이 닫히기 직전 어둠은 엘리베이터 안으로 침투했다. - - - - - - - - - - - - - - - 엘리베이터 내부의 형광등은 꺼지지 않았다. 내부로 들어온 어둠의 양이 미미해서 그런것일까? 하지만 이 빌어먹을 승강기가 정전때문에 작동하지 않는것은 확실했다. 좀더 빨리 뛰었어야 했는데. 드래곤볼의 고쿠를 생각하며 해피엔딩을 생각한 내가 바보였다. 이건 내인생 최악의 배드엔딩이다. 열심히 포토캐논으로 방어를 구축했지만 결국 땡히드라에 의해 밀리는 더블넥 플토의 기지와 같이 나의 괄약근은 끊임없이 밀려오는 응가의 요동에 GG를 선언하고 말았다. 엘리베이터 천장에 달려있는 저 빌어먹을 CCTV가 나의 개떡같은 최후를 모조리 촬영하겠군. - - - - - - - - - - - - - - - 얼마나 지났을까? 데이빗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오더니 나를 보고 기겁하며 밖으로 나간다. 역시 난 데이빗같은 놈이 되기는 글러먹었던 거야. 나따위가 무슨..크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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