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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아이 잃어버려 멘붕한 썰
게시물ID : menbung_128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자연머리
추천 : 5
조회수 : 40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2/26 23:05:26
5살 난 아들과 이제 13개월 좀 넘긴 딸을 가진 아빠입니다.

날씨가 따스해서 나들이는 나가고 싶은데 미세먼지때문에 바깥공기는 꺼려지고...
해서 평소와 다름없이 마트엘 마실갔습니다.;;

잠시 아이쇼핑 겸 해서 마트 안을 헤집고 다녔죠.
울 딸은 오빠를 보고 자란 탓인지 인형들보단 또봇을 향해 삿대질 + 언성높이기 콤보로 달려드네요.

"오늘은 구경만 하는 날이야" 하고 아들을 끄집어내다시피 데리고 나와 푸드코트로 갔습니다.

두 아이와 함께 식사를 마칠 때 쯤이면 어느새 피로감이 들이닥칩니다. 카페인 그득한 커피 한 잔이 눈앞에 어른거립니다.

그때 아내가 어찌 생각해냈는지 아들에게 마트 한켠에 있는 아이들 놀이공간(블럭놀이도 할 수 있고 아이들 맡아주는 곳)을 추천하네요.
처음에는 약간 내키지 않는 듯 하더니 입구에서 구석구석 보이는 LEGO라든가 장난감들을 보여주자 군말 없이 들어갑니다.

값을 내고는 휘리릭~ 돌아나왔죠.
그때부터 한 시간의 평화와 휴식이 기다립니다.

애 둘 키우는 분들은 아시죠. 아이 하나 보는 건 일도 아닙니다.ㅋ
게다가 둘째가 잠이 들었어요! 이건 신이 주신 기회입니다.

조그마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나눠마시며 오붓이 이야기를 나눕니다. 잠 든 둘째는 제 품에 안겨있고 말이죠.

시간이 다 되어 1시간에 칼같이 맞춰 그곳으로 갔습니다.

"ㅂㄱㅁ이 찾으러 왔는데요." 라고 말하며 주위를 둘러봅니다.
직원도 주위를 둘러봅니다.



안보입니다. 아들이 안보이네요.

'화장실에 갔나?' 문득 생각이 납니다.
"화장실에 갔나?" 직원이 말합니다.



신발장에 신발이 그대롭니다!

직원과 울 아내는 다시금 놀이공간 안을 둘러봅니다만. 딱히 사각지대도 없고 그냥 안보입니다.

"일단 여기 좀 찾아보고 있어." 아내에게 언질하고는 나와서 아까 그 푸드코트로 갔습니다.

하지만 보이질 않네요. 평화로이 맛있게 냠냠 먹는 사람들만 아른거립니다.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언제 나온 거지?, 엄마아빠 찾아 나왔다면 안보인다고 울텐데?, 혼자 나온건가?, 아니면 어쩌지?, 혹시 누가 고객센터로 데려갔나?, 근데 누가?'
머릿속이 새하얘집니다.

일단 놀이공간쪽으로 돌아가보기로 합니다. 등에선 식은땀이 흘러내립니다.

'안녕하십니까. ㅇㅇㅇㅇ 고객센터.....'

지나쳐가는 천장의 조그만 스피커에서 뭔가 흘러나옵니다.
다시 두세 발걸음 되돌아가서 스피커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 안내말씀 드립니다. 어린이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5살 가량의 남자 아이로, 파란색 티셔츠와 검정색 바지를 입고 있습니다."
우리 아들입니다. 순간 약간의 안도감이 찾아옵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 계속 귀를 기울였습니다.
"아이 이름은 ㅂㅁㄱ. 5살 ㅂㅁㄱ 어린이 보호자분께서는 1층 안내센터로 와 주시기 바랍니다."


이름의 어순이 바뀌었지만 우리 아들이 확실했습니다. 순간적으로 약간의 미소가 띄어질 만큼 안도감과 함께 화가 났습니다.
어떻게 일을 하고 있었길래 아이가 무방비 상태로 공간을 빠져나가도록 했을까....
직원에게 당장이고 따지고 싶었지만 아이를 만나는 게 우선입니다.

놀이공간으로 달려가 아내와 공간 담당자에게 안내센터에 아이가 있다고 전하고는 바로 뒤돌아 달렸습니다.
담당자가 따라오는 발소리가 들리네요. 여자분이었지만 달리는 속도를 맞춰줄 마음의 여유는 아직 없었습니다.

그곳에서부터 안내센터까지는 꽤나 멉니다. 전속력으로 달려도 5분 정도 달려야 합니다.

그래서인지 도착하기 조금 전 아이를 안고 이쪽으로 향해 오는 직원분과 마주쳤습니다.
아이 등에 이름표 스티커가 붙어있어서 놀이공간에 데려가면 되지 않을까... 해서 안고 오셨답니다. (근데 이름은 왜 틀리게 방송했는지...쩝;)

길 잃었던 아이를 품에 안으면 울컥합니다. 아이는 이미 진정되었음에도 제가 더 떨립니다.
그래도 아이가 울지 않아서 눈물은 참을 수 있었습니다.


놀이공간 담당자분에게 사과받고, 어떻게 아이가 나가게 되었는지 CCTV를 확인하면 전화로 알려주시라.. 하고 나왔습니다.





나오는 중에 다시 푸드코트를 지나는데,
"저 사람이야 저 아저씨가 나 데려다줬어!"
처음 아이를 안내센터에 데려다준 직원을 만났습니다.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놀이공간에서 조금 나와 푸드코트에 다다른 통로 코너에 서서 울고 있더랍니다. 바로 그 자리라면 처음 밥먹던 자리가 보이는데,
엄마아빠동생이 모두 사라진거죠...

밤에 아이가 잘 때 아내가 물었답니다. 
"거기서는 어떻게 나왔니? 문이 열려있었어?"
(고개 절레절레)
"계속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서~ 기계를 밟고 영차, 영차 해서 슝~ 넘어갔어"

"무슨 기계? 레고상자같은거야?"... "아니~ 그냥 기계"


CCTV를 확인한 담당자에게 듣기로도, 원래 문이 닫히면 보통 높아서 못나가는데, 뭔가를 밟고 담장넘듯이 넘어갔다더군요....

날다람쥐가 따로 없습니다..... ㅡㅡ; 이런 일이 처음이어서 자신도 경황이 없었다고 다시 한 번 사과하더군요.

아내 핸드폰에 부재중 통화(안내센터로 보임)도 찍히긴 했는데,
우리가 이미 아이를 잃어버린 걸 인지한 것보다도 늦은, 제가 안내방송을 들을 즈음인 것으로 봐서는


40분 정도를 버티다가 어디로 나갈까 탐색을 하고 경계(?)가 허술해진 틈을 타 넘어나온 것 같습니다.....;;;;;;;


....


어찌하다 보니 일기가 되어버렸네요. 쩝...

정말 보호자가 된다는 것은 엄청난 책임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10분 가량의 혼돈이었지만 체감되는 그 무게감과 절박함은 다시 느끼기 싫은 감정이었거든요...

이 땅의 모든 부모님들 고생 많으십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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