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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지가 자해를 하셨어요...
게시물ID : wedlock_79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먕먕먕이
추천 : 21
조회수 : 2771회
댓글수 : 59개
등록시간 : 2017/04/19 00:19:31
하소연할 곳도 없고 답답해서 글써봅니다.
 
오늘 아침, 출근했던 신랑이 병원이라고 연락이 왔어요.
시아버지가 본인 복부를 칼로 찌르셨다고 합니다.
신랑은 많이 놀란 목소리였고 시어머니한테 연락 듣고 바로 병원으로 갔다고 하네요.
 
다행히 상처는 깊지 않아 며칠 입원 후 퇴원할 수 있다지만... 의사말로는 외상보다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되지 않겠냐고 권했다네요.
 
 
저희는 결혼한지 다음달이면 2년이 되네요.
결혼전에 한번 고비가 왔었어요. 생각보다 시댁 상황이 많이 안좋아서 신랑 스스로 결혼을 포기하려 했거든요.
그래도 설득해서 결혼했어요. 그땐 우리 둘이 열심히 살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거든요ㅎㅎ
그게 영 틀린 생각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둘이 벌어도 큰 돈은 안되지만 그래도 소박한 꿈꾸며 살 정도는 됐으니까요.
 
거기서 더 나빠질 수도 있다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결혼 반년도 안되서 시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셨어요. 왼쪽 마비가 오셔서 약 3달가량 입원해 계셨는데
신랑이 고생이었죠. 간병할 사람이 없어 간병인을 쓰면서도 아버님 요청에 거의 매일 같이 퇴근하자마자 병원으로 달려갔거든요.
 
시어머니는 보통 성인보다 정신연령이 조금 부족하세요.
일상생활에 지장은 없지만 어린애 같으셔서 이런 일에 대처하실 수 있거나 의지는 안되요....
시아버님 쓰러지신 것보다 그 때문에 시어머니 본인 친정에 자주 못가게 되는걸 더 싫어하셨거든요 ㅎㅎ (가까이에 시외할머니가 계세요)
 
여튼 시간이 지나니 마비도 어느정도 회복 되시고 예전만큼은 아니라도 거동은 하실 수 있게끔 되셨는데,
그러고 얼마 뒤부터 원인불명의 복통을 호소하셨어요.
처음에는 아프다 하시니 병원가서 사진도 찍어보고 며칠 입원도 해보고 검사도 해보고.. 할 건 다했는데 병명이 없대요.
약도 먹어봤지만 본인 말씀으론 효과가 없으시다 하고 그 일로 날마다 새벽마다 아프다고 전화를 하셔서
신랑이 못참고 나보고 어떻게 해달라는 말이냐고 버럭 한적이 있어요. 막상 뵈러 가면 또 괜찮으셨거든요.
 
그러고 시일이 지나서 이 사단이 났네요.
저희 친정엄마 말로는 본인을 봐달라고 시위하시는 거래요.
시어머니는 동네 마실도 좀 하시고 근처에 친정도 다니시는데 시아버지는 사회생활도 예전에 단절 되셨고 다른 사람말을 안듣는 성격이시라
친구가 없으세요.
유일하게 자기 말을 들어주고 맞장구 쳐주던 사람이 신랑이었던 거죠.
그런데 결혼 후 본인에게 소홀해 졌다고 생각해서 그러신 걸까요?
 
 
저는 오늘 슬픈게 아니라 화가 나서 눈물이 났고 시아버지가 너무 미워요.
신랑이 불쌍해서요. 거의 방치하다시피 자라서 학교는 겨우겨우 장학금으로 해결하고, 호프집 알바와 병행해서 용돈벌고
결혼 후에도 시댁 세탁기 고장나는 것부터 별에 별 대소사까지 신랑에게 의존하시고
일주일에 한번 꼬박꼬박 시댁에 들르고, 영업일하면서 집안일까지 스트레스 받아 머리카락은 이제 서른초반인데 하얗게 센머리가 많이 생기고
 
결혼전만큼 할 수 없다 뿐이지 신경을 안써드린 것도 아닌데, 혹시나 만약에 자해때문에 잘못되셨다 하면 그 죄책감과 충격을 어떻게 견디겠으며,
그냥 평범히 살아가기에도 벅찬데 왜 하나뿐인 자식에게 그런 고통들을 주시는 건가요.
본인 불쌍한 것만 느끼시고 자식 힘든건 생각 안하시는 것 같아요.
 
이번에 치료 받으신다고 해도 또 안그러신다는 보장도 없구요.
다른곳에도 시아버지가 무슨생각이실까 글 올렸었는데 합가하면 병이 싹 나으실 거래요. 제 생각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보네요.
 
근데 아마 그렇게 하면 제가 죽을거예요. 현실적인 문제도 있지만 감정적으로도 시댁에 그동안 정이 하나도 안들었어요.
저한테 전혀 관심이 없으시거든요. 초반에는 잘해보려 애썼지만 그 가족울타리에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ㅎㅎ 
밥한번 얻어먹어본 적도 없고 해드리면 말로나마 고맙다는 인사도 없으시고...
그렇게 시댁과의 관계는 내가 애써봤자 안되는 구나 싶어서 놓았어요.
 
그래서 오늘 병원은 들렀지만 시아버지는 안뵙고 나왔네요. 화가나서 표정관리가 안 될 것 같아서요.
인간적으로 제가 못됐다고 하셔도 화나는 마음을 어찌할 수가 없었어요.
 
자해는 간병인이 있어도 보호자가 붙어 있어야 된다고 해서 신랑은 병원에서 자고 출근한다고 하네요.
 
그 와중에 복없는 시댁 만나서 미안하다고 하던 신랑이 생각나 마음이 아파요..
 
 
 
 
 
 
 
 
 
 
 
 
 
 
출처
보완
2017-04-19 00:22:15
3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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