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길어서 요약부터 하고 들어가겠습니다. 아래 글은 제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안 읽으셔도 무방합니다.
1. 세상에 모든 정보가 다 제대로 된 정보는 아니다. 책, 다큐, 유투브에 나왔다고 하더라도.
2. 다이어트 게시판에서 오고 가는 정보 중에는 하나뿐인 내 몸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정보가 많다.
3. 맹신하지 말고, 연구하고 검증하고 또 검증하고 연구하는 연구자의 태도만이 내 몸을 살릴 수 있다.
4. 다이어트 게시판에 오시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 - 연구와 검증을 멈추지 말고 건강하고 또 행복해집시다.
여러 댓글에서 몇 번 했던 이야기긴 한데
제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머리어깨팔꿈치등허리무릎발목♬ 꽥♬♡ 이었습니다.
잦은 술자리, 사회생활과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수면 부족, 괴식(과식 아닙니다. 바쁘니까 아무거나 대충 주워먹는 거)...
몸이 안팎으로 안 망가진 부분이 없었는데 특히 관절들이 아주 자랑스러울 지경이었습니다.
이대로는 죽겠다, 싶어 어느 퇴근날 집에 들리자마자 옷가지를 챙겨서 아파트 헬스장으로 갔습니다.
뭘 어떻게 하는 지 아는 것이 있을리가요.
그냥 일단 런닝머신(이걸 트레드밀이라고 하는 것도 알게된 지 몇 년 안 되었습니다) 좀 뛰고...
아파트 헬스장이 자율 관리다 보니 관장님, 트레이너, 뭐 이런 분 하나 없고 그냥 주민들이 관리비 만 원씩 내서 쓰는 사람만 쓰는 그런 곳이라
신나게 운동방법과 식이방법 등을 독해하기 시작했습니다.
동영상, 다큐멘터리, 서적, 특히 웹북은 리디북스 우수고객(?) 으로 인정받을 만큼 긁어다가 읽었죠.
그리고 동영상이나 다큐, 책 등에서 하라는 대로 했습니다. 물론 혼자 한 것이니 책이 하라는 대로 다 하지 못한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오른쪽 팔꿈치 안 아프면 왼쪽 어깨 아프고,
왼쪽 무릎 좀 나아졌다 싶으면 다음날 오른쪽 햄스트링 염좌나고,
등에 담 붙는 것은 2주에 한 번이며,
경추 추간판 탈출증 의심 소견도 보였고...
운동 전에는 그냥 아픈 정도였는데 운동 후에는 진짜 정형외과나 한의원을 들락거리게 되더군요.
정형외과 연간회원증 발급받을 뻔 했습니다.
이게 다 책, 다큐, 동영상에서 시키는 대로 제대로 하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그대로 하라는 대로 하면서, 도시락도 싸가지고 다니고 별난 사람이라는 말까지 들어가며 더욱 열심히 했습니다.
그러나 부상은 더 자주 찾아오고 몸은 건강한 듯 항상 통증에 시달리는 나날이었지요.
그러다가...연이 닿아서 종합격투가 겸 트레이너를 알게 되고 그 분께 사사받고 나자
제가 그렇게 믿었던 책, 다큐멘터리, 동영상 등에 있는 정보가
물론 옳은 것도 있었고, 제가 착각한 것도 있었지만,
아예 잘못된 것도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야말로 정보화 사회의 폐해죠. 뭔가 새로운 것, 신기한 것, 뭔가 그럴듯한 것, 몇 명이 성공한 방법 같은 것들이
제대로 검증되기 전에 유명세만 타고 이리저리 퍼지는 것.
선동은 쉽지만 수정은 어렵고
수정하려고 수백 페이지 자료 들고 오면 이미 사람들은 선동당해 있다죠?
나치 독일의 선전장관 괴벨스가 한 말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몇 명이 효과를 봤다고 그게 진리가 아니며,
그걸 일반화하는 것은 너무나 유명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고
그래서 끊임없이 교차검증이 필요한 것인데
그저 티비에 나왔으니, 그저 책으로 출판되었으니, 그저 동영상에서 멋진 몸을 가진 트레이너가 안내해주니
아무 생각 없이 따라했던 것이었습니다.
하긴 저도 이 동영상 저 동영상 보면서 깨달을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지요.
등 운동할 때 호흡법이 동영상마다 다르더군요. 특히 바벨 로우.
그 때 정보라고 다 믿을 것이 아니라 최대한 검증을 하고
검증할 능력이 없으면 전문가에게 물어보고
사실 그 전문가도 다 믿기에는 힘들다는 것을 알았어야 했는데...
이미, 뭐 몸은 더 부상당해 있었죠.
그렇게 티비에 나왔다고, 다큐에 나왔다고, 책으로 나왔다고, 효과 봤다는 경험담이 있다고
그저 믿는 것은 무안단물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후, 전문가의 제대로 된 지도 + 그 전문가의 지도조차 검증하려는 개인적인 노력으로
부상을 거의 다 극복 또는 이미 박살난 부분은 보완하는 식으로
간신히 조금 정상인 분야로 돌아왔네요. 이제 왼쪽 무릎이랑 어깨, 오른쪽 등과 고관절만 남았습니다.
정보의 공유는 소중한 것입니다.
모든 정보는 자유롭게 공유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정보가 끼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면,
예를 들어 하나뿐인 내 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면
그 정보를 검증하는 행위가 절실합니다.
검증이 두려워서 정보를 공개하지 않겠다?
아쉽습니다. 더 좋은 정보로 거듭나고 모두 다 행복해질 수 있었는데...
정보는 공개하겠는데 검증은 거부하겠다? 책에, 다큐에, 동영상에 그렇게 나왔으니 무조건 옳다 빼애액?
그냥 올리지 마세요. 무안단물이랑 뭐가 다릅니까?
정보를 공개했고 검증 의도도 알겠으며, 이러이러하게 재반박이 가능하거나 이러한 연구 논문이 있다.
대환영입니다. 검증하려는 사람 또한 완전할 수 없으니까요. 발전에 발전이 거듭됩니다.
몇 명 성공했다고 다 옳은 방법이라면,
몇 명 실패했으니 다 나쁜 방법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연역 논증은 불가능하니까, 즉 완벽하게 참인 명제는 진짜 희귀하니까 그런 수준을 요구할 리는 없습니다.
다만, 귀납 논증으로 인정할 수 있는, 이왕이면 자연법칙에 근거하고, 큰 수의 법칙에 따라 과학, 수학적으로 검증된 정보가 올라왔으면 좋겠습니다.
하나 뿐인 우리들의 몸은 소중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