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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과 관련, 50~60대 어르신들과의 대화...
게시물ID : sisa_8800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길소담
추천 : 5
조회수 : 2171회
댓글수 : 20개
등록시간 : 2017/04/01 03:05:07

저는 이제 민방위 막 들어갈 나이이고, 저 나이대 분들은 제 부모님 세대이시죠.
50년 불우한 어린시절을 지나 박정희가(혹은 미국의 도움아래) 만든 사회발전을 경험하며 80년대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IMF를 경험한 세대...

아무래도 불과 24시간 전에 박근혜 구속이 결정되고 그것에 대해서 간단한 이야기를 만날 때 하게 되더군요...(그래봤자 2분이긴 하지만요)



아침밥을 먹으며 아버지께서는 박근혜는 구속은 해야겠지만 그래도 전 대통령이니 금방 풀려나는게 맞는거 같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때 동생이 그런게 어딨냐고 일 저지른만큼 오래오래 살아야한다고 말했구요.
저도 동생과 같은 생각이라 따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아버지가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 약간은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스스로를 수구꼴통이라고 항상 말씀하셨지만 구청장으로는 (당시) 새누리를 찍어도 구의원은 민주당을 찍으셔 왔고,
살아옴에 있어서 입으로는 수구라고 말씀하셨지만 그런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거나 그런 언사를 내비친 적이 없으시거든요.

어쨌든 아침에 그렇게 충격아닌 충격을 먹고, 잠깐 잊혀져가며 하루를 지내고  어른을 뵐 일이 있었습니다.(아버지와 비슷한 연령대)
그 분도 제 아버지와 비슷한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그분 말씀을 대충 옮기자면,,
'구속할만큼 잘못한 것은 맞지만 심정적으로 참담하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은 정말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었다.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정도로 밥을 굶고 극도의 가난함을 지냈는데, 박정희라는 인물이 우리나라를 일으켰다. 물론 과도 많은 사람이지만 공도 많은 사람이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만, 풍요속의 빈곤을 사람들이 특히 내 자식들이 경험하고 있다. 나 자신도 그 빈곤을 없애줄 사람으로 박정희의 딸인 박근혜를 선택했다.근데 이런 결과가 나오니 어찌 참담하지 않을 수 있으랴.
너희 세대, 좀 더 올라가 지금 40대만 해도 우리를 절대로 이해 못할 것이다. 말 그대로의 찢어지는 배고픔을,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그 가난을 벗어나고 싶었던 우리를 너네는 이해를 못할 것이다.'
이런 위주의 말씀이셨죠.
또 다른 한분은 
'그 당시 한 겨울부터 꽁보리밥을 먹어야하고, 그마저도 떨어지면 먹을게 없어서 풀을 뜯어먹던 어린 시절이 있다. 우리집만 하더라도 입에 풀칠할 정도는 되어서 먹는대 걱정은 없었지만, 자신의 여형제중 한명은 가난한 집으로 시집가서, 어쩌다 시댁에서 친정다녀오라 말을하면(그 시절은 말 안하면 아얘 갈 생각도 못할 시절이니) 명절에 한번 친정에 오면 흰 쌀밥과 반찬을 정말 끝도없이 먹더라. 그리고 밤에 갑자기 기름진 음식이 들어가니 위가 놀라서 밤새 화장실을 가더라. 그리고 다음날 시댁으로 돌아가서 다시 굶을걸 걱정하는 그 얼굴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먹어도 먹어도 들어간다는 말이 정말로 있었다.'
라는 이야기도 해주셨었죠.

경험하지 못하면 우리는 절대로 알지 못합니다. 이걸 안 것은 어릴적 군대를 갔을 때였죠. 
선배들이 군대가봐라, 이런이런이런 일들을 한다. 라고 말했을 때는 웃어 넘겼지만.. 실제로 훈련이란게 그렇지 않았죠. 1주일 씻지못하고, 산을 타고 뜬눈으로 밤을 새며 이슬을 맞고... 배식이 끊겼다 왔다가 하면서 배를 굶고 추위에 밤새 떨고, 훈련 중 사망처리가 되서 누워서 더러운 야상만 뒤집어쓰고 있던 경험들을요.


아마 현 40대 그리고 그 밑의 젊은 세대와 그 윗세대는 정말 말도못할 간극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의 말씀을 듣다보면 어느정도 공감과 이해는 가죠.
그리고 그보다 더 윗세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박사모 사람들의 마음은 흔히 말하듯 속되게 말해 미친것같은 광기들이 있습니다. 그들 나름대로의 사정은 있지만 여기에 우리는 이해못하고 공감도 못하며 넘지못할 낭떠러지와 같은 간극이 있겠죠...



광화문 광장에 나가고, 태극기 집회를 보며 한심하기만 하던 감정들이 어제 오늘은 착잡한 심정으로 이어졌습니다.
하루종일 떠돌던, 박근혜 지지자의 오열하는 사진을 보면서.. 
이렇게 느끼는게 지금 글로쓰니 좀 과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한 나라의 세대차이가 느껴져서 좀 슬펐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시대의 흐름에 뒤쳐지지 않게 나 스스로를 평생 돌아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루종일 떠돌던 마음들을 두서없이 정리하느라 글이 좀 길어졌고 감성적인 글이였던 것 같습니다.
모쪼록 박근혜의 구속과 함께 들어난 세대간의 간극이 동의는 못하지만 이해할 수 있는 사이로 좁혀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주말 좋은 밤 되세요..





출처
보완
2017-04-01 0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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