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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중에 있었던 일
게시물ID : panic_750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단호박찐빵
추천 : 21
조회수 : 3389회
댓글수 : 19개
등록시간 : 2014/12/03 18:17:15
교실에 앉아있는 서른명 가량의 아이들 중
방금 앞문으로 들어온 이상한 여자를 본건 나뿐인가보다

여자는 누더기 옷차림에
머리는 산발을 하고
며칠을 안씻은건지 꼬질꼬질한 행색이었다

수업중인 교실에 당당하게 앞문으로 들어왔는데도
어째서인지 선생님도 다른 아이들도 눈치를 못챈듯 했다

선생님은 아무 일도 없는듯이 수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었고
아이들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쏟아지는 잠을 참아가며 
맨정신으로 듣기 힘든 5교시 수업을 듣고 있었다

여자는 누더기 옷과 산발한 머리를 나풀거리며
가지런히 놓인 책상이 만든 길을 따라 걸어다녔다

여자 쪽을 힐끗 쳐다봤을때 여자와 눈이 마주친듯도 했지만
나는 짐짓 아무일도 없는 듯이
턱을 한쪽 팔에 괴고 수업에 집중하는 척을 했다

'에이, 설마 저 여자가 귀신이라도 되겠어?'

나는 흔히 말하는 영력 같은건 쥐뿔도 없고
가위 한번 안눌려본 평범하다면 평범한 사람인데
설마 이승의 존재가 아닌 무언가일리가.

여자는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몇몇 아이들에겐 특별한 관심을 보이는 듯 했다
지수가 푸는 책과 지수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뚫어지게 쳐다보기도 하고
달랑달랑 움직이는 인형이 달린 하은이의 볼펜을 보며 어린아이같이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여자가 이승의 존재든 저승의 존재든
지금은 수업시간이고 아무도 눈치를 못챘다면
나 또한 아는척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저승의 존재라면 더더욱 아는척을 해선 안된다는걸 
수많은 공포 경험담을 읽으며 내공을 다져온 내가 아니던가.

"자 여기 3번문제 풀어볼 사람?"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선생님하고 눈마주쳐서 앞에 나가 문제를 푸는 사람이 되기도 싫었으니까

"오늘은 12월 4일이니까 12에서 4빼자, 8번 나와."

호명당한 아이가 일어나려고 의자를 뒤로 빼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맨 앞줄에 앉아있는 현정이의 목을 칼로 긋는듯한 흉내를 내고 있는 여자를 보고
나도 모르게 조그맣게 히익 소리가 새어나왔다

휙-

여자가 내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나는 공부에 열중하는 척 고개를 푹 숙이고 펜을 바삐 놀리며
제발 여자가 눈치를 못챘길 바랄 뿐이었다

누군가 나를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설마 그 여잔 아니겠지
고개는 움직이지않고 힐끗 눈만 살짝 들어봤더니
그여자의 더러운 옷자락이 보였다

아...ㅅㅂ..
제발 딴데가라...
속으로 하나님 부처님 알라신을 찾아가며 기도하는데

그 여자가 안쪽으로 고개를 들이밀어
강제로 눈을 마주쳤다

"거봐,
아까 눈마주친거 맞잖아."

쇳조각을 긁는 듯한 목소리의 
그여자 웃음소리를 끝으로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다

깨어나보니 해가 뉘엿뉘엿 지는 양호실이었는데
친구들 말로는 내가 의자에 앉은 채로 뒤로 넘어가
기절해버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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