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자작-행복하고 불행한 사람들
게시물ID : panic_752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텐더
추천 : 10
조회수 : 995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12/11 00:35:54
단편소설-불행하고 행복한 사람들

어느날. 정말 뜬금없고도 평화롭던 날.
전 인류의 머릿속으로 다음과 같은 의식이 흘러들어왔다.인간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앞으로 1년간 겪는 불행이 그 후 평생의 행복이 된다.1년간 불행하다고 느끼면 느낄수록 남은 생은 행복해진다.그 행복은 절대적이며, 영원하고, 세상에 비할 것 없이 달콤하다."

이 어이없고도 못믿을 메세지가 정말 신의 메세지라도 됐는지, 전 인류는 누구도 의심치 않고 그 메세지를 믿었다.원래 그럴 것을 알기라도 했던 양,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 메세지를 받아들이고 행동했다.

- A. 그녀는 그 메세지가 들려온지 얼마지 않아 성폭행을 당한 여자이다.
A.그녀는 친구들과 놀러가서 헌팅을 온 남자들 중 하나에게 당했다.
A.그녀를 성폭행한 남자는 어느 높은 의원의 아들이었다.
A.그녀는 아무런 복수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당찬 여성이었다.머릿속을 잠식하는 자괴감과 역겨움을 억누르며 끊임없이, "내 잘못이 아니야.내 잘못이 아니야."

그녀와 가장 친한 친구 B. 그녀는 B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고 위로를 받고자 했다.

바닷가에서,

응, 그래.

그 남자들이 왔고,

응, 그래.

나와 그새끼를 뺀 나머지들은 술에취해 곯아떨어졌고,

응, 그래.

그 남자는 아무도 없는 방으로 날 끌고가서,

응, 그래.

....응.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B의 얼굴을 살피는 A.표정이 조금 굳은듯한 B.괜히 말했나?..걱정되는 A.곧, B의 입꼬리가 조금씩 올라가더니,

"그래도 잘됐다 야!그정도 불행이면 1년후에 꽤 행복한 일이 생길 것 같은데?"

...뭐?

A는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왔다.

-C.그는 연쇄살인범.대상은 주로 늙어 힘없는 노인이나 여성, 어린아이.그는 사형수이다.그 메세지가 들린 뒤 세달만에 열두명을 살해한 희대의 살인마.
그가 재판을 받는 법원 앞에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서있다. 

"연쇄살인범 C의 사형판결은 부당하다!그로인해 유가족들은 몇달 후 큰 행복을 받을 것이다!"

"C는 연쇄살인범이 아닌 행복전도사!그를 풀어달라!"

"범죄자라는 오명을 써가며 행복을 전하려 한 그의 뜻을 알아달라!!"

C는 법정에서 진술했다.

"..몇 명은 제가 행복을 전해주기 위해 죽였고...몇 명은..가족들의 요청으로 죽여주었습니다..."

불행중의 불행.가족을 잃는 불행.

치매를 앓아 돌보기도 힘들고 돈도 많이 나가는 우리 짐덩어리 아버님, 연쇄살인마에게 그만!

4대독자 집안에서 원치않게 덜컥 나와버린 딸아이, 둘째를 남자아이로 임신한 와중에 연쇄살인마에게 그만!

장애가 있어 시설에 넣어두고는 한 번도 찾아가보지 않았던 형, 데려온지 하루만에 연쇄살인마에게 그만!

아아,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나는 이 얼마나 불행한(행복해질) 사람인가!

사람들이 C에게 말한다.
"행복을 나눠주고도 사형수가 되버린 불행한 C!당신은 분명 행복해질거야!"

C는 생각했다.
"얼마나?12명을 죽인 그때보다 더?그럼...한 서른명쯤?"

1년이 지났다.
카운트다운, 3..2..1!!

야 부럽다!나도 성폭행이나 당해놓을걸!

나는 가족을 잃었으니 얼마나 행복해질까?

C는 행복해져야해!유가족들이 행복해지면 다 C 덕분이야!

다른사람의 불행을 없애버리는 봉사자들은 죄다 돌로 쳐 죽여야해!!

....

다시 A.그녀는 행복한 웃음을 띄고 있다.붉게 물든 볼.붉게 물든 옷.붉게 물든 손.

그녀가 성폭행당한 그 날 이후로 그녀는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녀를 성폭행한 그 남자는 온몸이 부서진 채 아직 죽지 못하고 꿈틀대고있다.

슥슥.손에 묻은 피를 닦고 그녀는 하얀 종이 위에 글을 쓴다.하얀 종이 위에 튄 핏방울이 마치 그날을 연상케 해 그녀는 신경질으로 종이를 찢어버린 후 다시 새 종이에 글을 쓴다.

"...나는 그 날 이후로 가장 행복한 날을 겪었다.그러나, 내가 겪은 불행만큼 행복하려면, 이 정도로는 안 된다.아니, 그런 방법은 이 땅 위에 없다.그렇다면..그 방법은 천국에만 있는 것이 분명하다.나는 내 불행만큼 행복해지기 위하여 천국으로 간다."

종이를 곱게 접어 책상 위에 올려누고는 모아둔 약을 삼킨다.눈에 핏발이 서고 정신이 아득해진다.그녀는 눈을 뜬 채로, 아직 살아서 겁에 질려 꿈틀대며 쓰러져있는 그와 눈을 맞춘 채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쓰러져 죽는다.

A의 부름을 받고 A의 집으로 온 B.방에 들어선 그녀는 남자와 A의 시체를 보고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덧붙여, 나의 아주 긍정적인 친구, 심장이 약한 B에게 선물을 준비했다.
...죽을 때 고통없이 죽는것도 행복 중 하나야.너도 분명 그렇게 생각하지?불행도 행복으로 보는 긍정적인 B..."

-또다시, C.
그는 사람들의 끊임없는 요청으로 전례없는, 사형수에서 석방이라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그래, 이래야지.나는 행복해져야지.억울한 옥살이까지 하고 나온 불행한 나! 하하하"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간다.이번 사냥감은 무엇으로 할지 고민한다.그러나 조심해야 해.이제 행복을 나눠주기 위해서라는 말은 통하지 않으니까.그렇다면...

휙.

C의 목에 걸려 순식간에 그를 끌고가는 올가미.C가 끌려간 곳엔, 원치 않게 가족을 잃은 사람들.그들이 행복해지려면, C를, C를...
"...넌, 살인을 할 때 불행했니?넌 아마..행복해했을거야.그렇다면 이제..네게 허락된 행복은 없어.이번엔 우리가...누군가를 죽이면서 행복을 느껴볼 차례야."
열두명분의 행복을 느낀 C는, 마흔두명의 행복이 되기 위해.

....

"어째서..어째서 행복해지지 않는거야?나는 행복해지기 위해 가족을 청부살인하기까지 했다고!"

메세지.

그래.너는 결국 "행복"해지기 위해 그런 일을 만들었지."불행"해지기 위해 그런게 아니라."불행"이란 이름의 희망과 기대와 행복을 실컷 누렸니?
그렇다면....이제는 정말로 "불행"해질 차례야.이제, 불행은 아무런 행복도 보장해주지 않는 진짜 "불행"이야.

-fin.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