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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학] 계단 두 번째 칸
게시물ID : panic_777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2
조회수 : 223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2/24 18:46:14

출처 - http://occugaku.com/

계단 두 번째 칸

영업하던 고객의 가게가 이전하게 되어 축하할 겸 찾아갔다.
1층이 점포이고 2층이 사무실이다.
일단 사무실 안에서 이야기하자고 해서 점포 안쪽 탕비실에서 이어진 계단으로 2층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이 계단 이상한 느낌이 든다. 왠지 밑에서 두 번째 칸만 폭이 좁고 단차가 크다.
사무실에 올라가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돌아갈 때 쯤엔 두 번째 칸에 대해선 완전히 잊어버리는 바람에 다리가 부러질 뻔 했다.
그랬더니 "위험하니까 조심해"라고 사장이 말했다. 그런 건 미리 좀 말하지 좀.
"괜찮아요~"하고 싹싹하게 답하고 가게를 나왔다.

이 회사는 영업 실적은 좋지 않은데 사장의 좋은 인품이나 사원들이 애쓴 덕에 어떻게든 꾸려가는 정도이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옮긴 곳은 옛날부터 뭘 해도 잘 안 풀리는, 터가 안 좋은 곳이다.
예전에는 대형 딜러였는데 일이 잘 안 풀려서 헐 값에 대여한 그런 곳이었다.

몇 개월이 지나고 평소처럼 가게를 찾아갔더니 사장이 없었다.
부인 분께 여쭤봤더니 사고로 입원하셨다고 한다.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른 건 자살 시도가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섣불리 그런 소릴 입에 담을 순 없으니까 어느 병원에 입원하셨는지 여쭤보았다.
그랬더니 "여기서 말하긴 좀 그러니까 사무실로 가죠"라며 2층으로 갔다.

부인 분도 자살 미수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돌아가는 길에 또 두 번째 칸에서 넘어질 뻔 했다.
부인 분도 "여기 꼭 알면서 넘어진다니까요. 왜 하필 여기만 이렇게 해놨는지" 라며 웃으셨다.

병원에서 사장님을 만났다.
상처도 심하고 한 쪽 눈은 실명 직전인데 생각보다 팔팔하신 게
그냥 사고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밝으셨다.
사고에 대해서 여쭤봤더니 혼자 있다가 난 사고로,
시속 60~80km로 고속 교각의 콘크리트에 거의 정면으로 들이박았다고 한다.
누구나 왜 정면으로 박았을까 하고 궁금하지 싶다.
물어볼까 말까 망설이는데 사장님이
"자살할 생각은 없어.
 그런데 사고 나기 전후로는 기억이 없지 뭐야.
 가게에 대해 멍하니 생각하면서 운전했던 것 같아."
몇 달 정도 지나면 퇴원도 할 거고, 업무 복귀도 하신다기에
"퇴원하시면 가게에 찾아뵐 게요"하고 약속을 한 뒤 돌아갔다.

사장님이 입원한 몇 달 동안 실적이 더 안 좋아져서 "그 가게 곧 망하겠어"란 소문까지 듣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후 사장님이 돌아가셨다고 부인 분께서 전화로 알려주셨다.
장례식은 이미 마쳤고, 가게를 정리할 생각이니
상담 차 가게에 좀 와주셨으면 좋겠다 라고 하셨다.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들었다.
돌아가신 건 부인 차로 병원을 빠져나와 가게로 가던 도중
이번에는 전봇대를 받았다고 한다.
왜 갑자기 가게로 향했는 지도 모르겠고 왜 또 사고를 일으켰는지도 모른다.
정말 단순한 사고였을 수도 있다.
갑자기 "어쩌면 자살한 걸지도"라고 말하시더니 오열하셨다.
나는 사실 자살하신 거라고 생각했다.
오열하는 사모님을 보니 아무 말도 못 하고, 가게를 닫을 처리 방법이나 수속에 대해 설명하고
사무소 계단을 내려가다보니 또 두 번째 칸에서 구를 뻔 해서 가슴팍에 꽂아둔 볼펜을 떨어뜨렸다.
펜을 주으려고 손을 뻗은 채 아무 생각 없이 첫 번째 칸과 두 번째 칸 사이를 보았더니
한 순간, 정말 한 순간 사고 후에 병문안 갔을 때 만난 한쪽 눈이 부은 사장님의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부은 손이 휙 하고 들어가는 모습도 보았다.

그 후 가게를 정리하고 다른 가게로 바뀌었지만, 잘 풀리지 않아서 또 금세 폐점하고
그 이후는 빈 채로 있다.
사연 있는 곳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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