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씨 (Mr. Mot 정도로 생각해주세요)
우리 병원 도관실(심장병 중환자를 치료하는 곳)에는 못 씨라고 부르는 것이 나온다.
못 씨는 파란 땡땡이 무늬의 잠옷을 입고 있고,
부스스한 머리의 중년일 때도 있고, 젊은 훈남일 때도 있고, 마른 여성일 때도 있고 여러 형태가 있다.
공통점은
방 구석에서 고개를 숙이고 서 있다는 점
똑같은 잠옷을 입고 있다는 점
아무 말도, 행동도 하지 않는다는 점
문득 보면 있지만, 또 문득 보면 사라져 있다는 점
그 장소에 있는 사람 모두에게 보인다는 점
못 씨가 나타났을 때, 치료 중인 환자는 다음 날 반드시 죽는다는 점
돌아가신 모든 환자들의 치료 중에 나타난 건 아니고,
못 씨가 나타난 순간에 치료 중인 환자가 반드시 죽는 것이다.
치료가 성공한다 해도 이상하게 회복 시 경과가 나빠진다.
상당히 오래 전부터 못 씨가 목격되었다고 한다.
굿 같은 걸 몇 번 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고 한다.
1년에 3~4차례만 나타나는데, 우리 과 의사 선생님과 스탭은 모두 알고 있다.
치료 중 못 씨가 나와도 다들 반응하지 않고 침묵한다.
겁먹는 건 신입 간호사 뿐이다.
젊은 의사 선생님은 못 씨를 볼 때마다 의기소침해진다는데,
부장 의사 선생님은 못 씨가 나와도 포기하지 않으신다.
누구보다 못 씨의 모습을 많이 보셨을 텐데 그 징크스를 믿지 않고
못 씨가 씌인 환자를 어떻게든 살리려고 부장 선생님은 고군분투하신다.
사진은 찍히지 않는 것 같다.
신입 기술자가 밖에서 찍었는데 아무 것도 안 찍혔다.
기술자는 나중에 선배한테 엄청나게 깨졌다.
만지려고 하면 사라진다는 건 들은 적 있다.
아니, 항상 최소한의 인원이 치료를 하기 때문에 남는 손이 없어서, 사실 못 씨가 나와도 신경 쓸 여유가 없다.
딱 한 번 부장 선생님이 기구를 던지는 걸 본 적이 있는데 맞기 전에 스윽하고 사라졌다.
그러고보니 못 씨가 사라지는 순간을 본 건 그 때 한 번 뿐이다. 평소엔 문득 보면 사라져 있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뭘 던질 용기가 있는 건 부장 선생님 뿐이고,
못 씨는 신경쓰지 말자, 화나게 만들지 말자 이게 스탭들의 암묵적인 룰이라서 신경쓰지 않도록 노력한다.
못 씨가 죽음을 부르는 건지, 죽음에 불려서 못 씨가 나타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이걸 쓰고 있자니, 귀신보다 더 정체를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