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재 주야간 일주일씩 교대하는 현장직에 근무하는 계란한판의 잉여 오징어입니다.
야간일을 하고 아침에 퇴근하면 당연히 배가 고파서 집근처 편의점을 가는데 그 곳의 여자 알바의 말투가 참 이상한데 귀엽더라구요.
어떠냐면요
"어서오세요~~ ㅇ "
"감사합니다~~ㅇ"
"안녕히 가세요~~ㅇ"
이게 어떻게 들리냐면요 어서 오세요 다음 1초정도 정적이 흐른뒤 ㅇ 이 들려요..
요에서 ㅇ 까지 이어진다는 느낌 ?
아무튼 특이한 말투때문에 그 편의점만 계속 갔더니 편의점 그녀도 절 기억하기 시작했습니다.
2주에 일주일씩 같은 시간에 와서 같은걸 사먹으면 기억하게 되겠죠.
그렇게 한두달정도 계속 다니다 보니 날씨가 춥죠 ? 오늘은 손님이 적네요 등의 사소한 일상대화도 할정도로 친해졌습니다.
하루는 늘 먹던 삼각김밥을 사는데 유통기한이 1시간 지났다고 폐기하면 자신이 먹는건데 그냥 가져가라며 주더군요...
물론 전 맛있게 먹고 배탈이 났죠.
또 하루는 집에 삼푸가 떨어져서 그녀가 추천하는 샴푸를 샀는데
얼굴을 익히고 말을 튼지 어언 두달째 드디어 번호를 딸때가 된거 같아서 오늘 큰 맘 먹고 편의점을 갔습니다.
근데 어제 오늘 날씨 아시죠 ?
한파덕에 미끄럽고 얼고...
아니나 다를까 편의점앞 입구쪽에도 살얼음이 간간히 얼어 보행자들이 위험하겠더라구요
편의점에 가서 필요한거 사고 계산할때쯤 내일이 설날인데 알바하냐고 하니까 한다 더군요...
찬스다 싶어서 설날인데 연휴 잘 보내라고 말도 못하겠네요라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습관처럼 그냥 편의점을 나왔습니다..
아차 싶어서 뒤돌아 갈려던 순간 미끄러지면서 넘어지는데 영화나 드라마처럼 진짜 그 짧은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더군요.
어떻하지 ? 어떻게 넘어져야 덜 쪽팔리지 ? 어떻게 해야 덜 아프지 ? 그녀가 보고 있는데 넘어지면 안되는데 등등..
안 넘어질려고 허리에 힘을 준게 잘못이였는지 허리부터 넘어지면서 빙그르르르,,,
한바퀴
두 바퀴...
계속 돌면서 꿈이고 인셉션이면 좋겠는데 딱 2바퀴 반을 더 돈후 멈췄습니다..
그녀가 놀라며 나오더군요
아프고 추운것 보다 그녀가 보고 있는데 넘어졌다는게 너무 쪽팔려서 1초도 안되서 벌떡 일어나며
그녀를 향해 " 놀랬죠 ? 설날 선물이에요 서프라이즈 윈드밀~!! 전 사실 비보이죠"
그녀 : ..................................
어이 없어 하는 그녀를 뒤로 하고 집까지 미친듯이 뛰어서 왔는데
허리엔 멍이 들고 손목은 퉁퉁 부었네요...
편의점 제휴카드만들어서 포인트 적립해 놓은거 어떻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