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reddit] 전남친이 계속 문자를 보내
게시물ID : bestofbest_2202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기분♡전환
추천 : 186
조회수 : 59762회
댓글수 : 51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5/10/07 01:45:56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9/28 07:19:26
*퍼가지 마세요
*연휴라서 단편이 아닌 장편을 해봤습니다.. 두 시간은 걸리네요..ㅠㅇ ㅠ
*오역발번역이 난무하겠지만 재미있게 봐주세요..
 
 
 
 
 
 
"보고 싶어."
 
나는 최대한 휴대폰 장만을 미루고 있었다. 
합당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 단지 돈 때문이었다.
독립을 막 시작했던 때라 휴대폰 할부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집전화는 쓰는 사람은 친구 중에 나 뿐이라 다들 짜증을 많이 냈다.
스물다섯살이 되던 날 스스로 금전적으로 탄탄하다고 확신을 하고서야 하나 장만했다.
다들 심경의 변화라도 있냐고 웃어댔지만 어쨋든 다들 한숨 돌리는 듯 보였다.
솔직히 나도 좀 기분이 좋았다.
휴대폰은 기가 막히게 편리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구매 후 한 달이 조금 넘고 나서야 문자메시지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가 받은 첫 메시지는 모르는 번호로 온 "보고 싶어" 였다.
일단 그냥 좀 이상했다. 
처음 받는 문자메시지가 뭐 이래?
좀 많이 이상하다 느꼈는데 갑자기 뭔가 생각나는 게 있었다.
 
일 년 전 쯤에 한량 같던 전남친을 내 인생에서 완전히 분리수거 시켜줬었다.
돌이켜 생각해봐도 분명 어른아이 같은 사람이었다.
나더러 요리해 달라, 청소해 달라, 병원 예약 잡아 달라,
월급 받으면 반 만 달라 하니 본인은 취직을 할 필요를 못 느꼈다.
악마같은 새낀데 잘난 상판대기가 뭐라고 그렇게 오래 사귀었나 모르겠다.
콩깍지가 벗겨지고 나서야 뻥 차버렸다. 전여친들도 다들 그렇지 않았을까.
내 생각엔 아마 페북으로 계속 날 스토킹해오다가 친구들한테 내 폰번호를 받아 냈나보다.
어차피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이번이 마지막도 아니겠지. 
 
고민 끝에 답장하지 않았다.
첫 번째 이유는 예전처럼 내가 또 다시 기회를 주게끔 수 쓰는 게 뻔히 보였다.
두 번째로는 내가 문자를 씹으면 전남친이 무시 받는 느낌이 들 테니 뭔가 묘한 만족감이 있었다.
인간적으로 좀 그렇긴 해도 이런 절호의 기회는 너무 꼬소해서 놓칠 수가 없었다.
 
몇 달 간은 내 추측이 대충 맞는 듯 했다.
문자를 꾸준히 보내오진 않았지만 전부 빨대를 꼽을 호구를 찾으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모호한 내용들 뿐 이었다.
전에 만난 여자들 중에서 나는 그를 가장 많이 믿어주고 가장 오랫동안 사귀었고
가장 등신이었기 때문에 나에게 연락을 해온다고 해서 놀라진 않았다.
완벽한 먹잇감이니까.
메시지는 언제나 같은 맥락이었고 이내 진저리가 났다.
 
"보고 싶어.."
"널 볼 수 있으면 좋겠어.."
"오늘 사람들 틈에서 너를 봤었는데.. 꿈이더라.."
 
아이구우. 그르셨세요.
 
문자를 계속 받은 지 8개월 쯤 되던 어느 날 밤 딱 한 번 실수를 저질렀다.
술이 좀 되가지고. 인정 인정.
일 끝나고 간단히 맥주한잔 한다는 게 혼자 거나하게 술판을 벌이고 말았다.
완전 술이 떡이 됐는데 마침 평소보다 긴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정말 너무 보고 싶어. 이 문자를 읽지 않겠지만.
오늘만큼은 정말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줬으면 좋겠어.
너를 한 번만 더 볼 수 있다면 진짜 뭐든 할 텐데."
 
오.늘.만.큼.은?
머릿속이 온통 헝클어져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기억을 더듬어봤다.
가만히 있어보자. 옴마. 오늘이 우리 기념일인가보네.
나를 어떻게 해보기에 완전 딱 좋은 빌미였다.
야비한 새끼 머리는 좋아가지고.
그러다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났다.
어디 한 번 해보시겠다 이거지? 좋아 한 번 해보자 그래. 근데 이젠 내 차례야.
흐리멍덩한 채로 마음을 다 잡았다.
술김에 문자를 썼지만 자동완성기능이 수고해준 덕분에 명확하게 전달이 됐다.
 
"그렇게 내가 보고 싶거든, 이리로 오지 그래? 내가 어디 있는지 알잖아."
 
내 뒷조사를 하고 다녔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다는 뉘앙스도 덧붙여줬다.
그리고 이 문자 한 통이 운명을 바꿨다.
 
 

 
 
다음 날 일어나서 휴대폰을 보니 부재중전화가 열 세 통이나 와있었다.
숙취에 머리가 깨지는 와중에도 지난밤을 더듬어봤다.
아나 젠장 내가 뭔 짓을 한 거지.
보낸메시지함을 확인하고 나서 나는 이불을 뻥뻥 찼다.
아. 그래도 아직 답문이 안 왔네.
제발 답장이나 전화가 오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했지만 내가 껀덕지를 던져줬으니 막연히 겁이 났다.
 
근데 일주일 정도 지났는데도 문자가 오지 않아 나는 완전히 마음을 놓았다.
드디어 그 놈으로부터 해방이구나.
술에 취해 묘안을 떠올렸던 나님에게 치얼스.
 
 

 
 
일주일이 더 지나고 어느 날 누군가 우리 집에 찾아왔다.
문을 열어보니 경찰 배지를 달고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한 남자가 아침 햇살을 받으며 서 있었다.
동료로 보이는 경찰 한 명이 뒤편으로 보였는데 표정이 돌처럼 굳어있었다.
둘이서 나를 빤히 쳐다보는 통에 알 수 없는 냉랭함이 온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어.. 안녕하세요. 무슨 문제가 있나요?"
 
경찰들은 별다른 소개도 안하고 대뜸 집 안으로 들어왔다.
우리 집에서 뭘 찾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뭘 잘못한 일은 없으니 일단 들어오시라고는 했다.
집을 잘못 찾아왔나 생각했는데 나한테 불같이 질문을 해대서 엄청 놀랐다.
 
"에밀리 메디슨이라는 분 혹시 아시나요?"
"아니요 모르는데요. 왜 그러세요?"
"그 분 휴대폰에서 숙녀 분께 발송한 메시지가 꽤 되더라고요. 답장을 한 번 하셨던데."
 
나는 완전 어리둥절한 상태였고 젊은 경찰아저씨가
그 동안 받았던 문자와 내가 보낸 답장을 출력한 종이를 내밀었다.
다른 경찰아저씨가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이 문자들 받으셨죠?"
"네.. 근데 다 발신자번호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전남친이 보낸 줄 알았어요."
"그래서 답장을 그렇게 하신 거에요?"
 
나는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어.. 네.. 저한테 연락 좀 그만 했으면 해서요. 제가 그 때 술을 좀 마셔가지고.. 내용이 좀 그랬네요."
 
나이 든 쪽은 한숨을 쉬고 젊은 쪽은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게.. 좀 좋지 않은 사건이 발생 했습니다.."
"무슨 말씀이세요?"
 
경찰아저씨께서 말씀하시길...
 

 
 
에밀리는 대학에 입학한 첫 해가 꽤나 힘들었다.
수업은 어렵고 적응도 잘 못했다.
스트레스와 논문으로 생활이 완전히 헝클어졌었다.
 
더 이상 나빠질 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릴 때부터 가장 친했던 친구 톰 왜그너가 차 사고로 운명을 달리했다.
죽음은 순식간에 끝났지만 에밀리의 고통은 그렇지 않았다.
다음 학기가 되어서도 에밀리는 헤어나오지 못했다.
사람 사는 것이 그렇듯 톰의 죽음을 애도하던 에밀리의 가족들은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에밀리는 과거 속에만 존재하는 친구를 떠나보낼 수가 없었다.
 
나름대로 극복해보려고 정말 노력했다.
감정을 분출할 무언가를 찾아보기도 했다.
학교에 갈 때는 밝은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자꾸만 피할 수 없는 어둠 속으로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
 
어둠이 짙어져 숨이 막히고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지자 에밀리는 톰의 옛날 번호로 문자를 보냈다.
의미없는 행동이지만 그래도 평온을 찾을 수 있었다.
톰이 죽은 지 1년이 되던 날, 에밀리는 최악의 상태에서 답장을 받았다.
 
"그렇게 내가 보고 싶거든, 이리로 오지 그래? 내가 어디 있는지 알잖아."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도 않고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가지도 않았다.(내가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밀리는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합당한 길을 택했다.
커터칼로 본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정맥을 끊었다.
 
 

 
 
나는 너무나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다.
그 실수로 인해 이제 막 밖으로 나온 사람의 목숨이 끝나버렸다.
에밀리의 아버님께서는 나를 용서해주셨지만 아무리 사과해도 어머님 만큼은 나를 증오하셨다.
하지만 나로 인해 에밀리가 죽었으니 이해할 수 있었다.
 
에밀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경찰에서 몇 번이나 나에게 강조했다.
그래 내 잘못은 아니지.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죄책감이 자라나 내 심장을 온통 감싸 떨칠 수가 없었다.
정말 길고 힘든 한 해였다.
 
가까스로 다시 마음을 다잡고 예전의 삶으로 돌아왔지만 에밀리의 죽음은 나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내가 무얼하든 사건이 나에게서 이제 멀어졌다고 생각해도 늘 잊혀지지 않았다.
 
어제는 에밀리가 죽은지 일 년 째 되는 날이었다.
처음부터 아무 것도 몰랐던 것처럼 어떻게든 하루를 보내려고 애를 썼다.
그럭저럭 하루가 지나갔는데 밤 10시쯤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작년 내내 그렇게도 잊으려고 노력했던 그 번호였다.
 
"고마워!" 
 
 
 
 
 
출처 My ex wouldn't stop texting me...
https://redd.it/3m7y0u by sleepyhollow_101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