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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찾아온 도인 이야기
게시물ID : humorbest_12664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성2
추천 : 77
조회수 : 5096회
댓글수 : 1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6/06/16 13:17:23
원본글 작성시간 : 2016/06/16 12: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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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이메일 또는 페이스북 등 인터넷을 통해 출간 제안이나 원고 투고가 많지만, 몇 년 전에는 출판사로 직접 원고를 들고 오는 예비 저자들이
있는 편이었다. 학생, 주부, 직장인 그리고 종교인 등 출간을 꿈꾸는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했는데 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분들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아마도 5~6년 전쯤 사무실에서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나의 특별한 하루를 만들어 주실 두 분이 사무실을 급습했다.
한 분은 백발의 장발 노인이셨고, 다른 한 분은 서양의 몽크처럼 정수리 부근만 집중적으로 탈모가 진행된 노인이었다. 그리고 두 분의 복장은
한복인지 태권도복인지 구분하기 모호한 약간 낡은 도복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문가에 있던 막내 여직원이 범상치 않은 두 분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기 실례지만 어떻게 오셨죠?"

눈매가 날카로운 백발의 할아버지는 사무실의 직원들을 째려보고 계셨고, 몽크 할아버지께서 근엄한 목소리로 답했다.

"여기 사장님을 만나보고 싶어서 왔소. 우리 **도사님의 책을 한 권 출간할 기회를 주기 위해 왔소." (정확히 도사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막내 여직원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하고 있을 때 팀장님께서 내게 "성대리.. 네가 가 봐." 라고 하셨고 사무실에 남자 직원이 나밖에 없었던
관계로 그 두 비범한 노인들 앞으로 다가갔다. 

나를 위아래로 훑어 본 몽크 할아버지께서는 "사장님치고는 젊으신 편이군.." 이라 말씀하셔서 "아.. 저는 사장이 아니고 출간 관련 담당자입니다." 
라고 답했다. 

"그런데 어떻게 찾아오셨죠?"

"범상치 않은 기운이 흐르길래 발길을 멈췄는데 그게 바로 이 출판사였소. 때마침 도사님께서 얼마 전 좋은 기운이 있는 글을 하나 쓰셔서 
그 기운을 이 출판사와 함께 나누고 싶어 찾아왔소." 몽크 할아버지 말씀에는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

"아.. 원고 투고이시군요. 그럼 원고와 연락처를 주고 가시면 저희가 검토한 뒤 별도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 말씀이 없으시던 백발의 장발 할아버지께서 무서운 눈빛으로 나를 째려보시며 

"기운이 느껴진다니까!!"

"네?"

나는 순간 2가지 이유로 놀랐다. 첫 번째는 장발 할아버지의 나를 잡아먹을 듯한 무서운 기세였고 두 번째는 비범한 외모와 다르게 가녀린
어디선가 들어본 베컴의 목소리와 비슷한 할아버지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그리고 몽크 할아버지께서는 직원 전체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서 직원들에게 잠시 이쪽으로 모이라고 하셨고, 당시 사무실에 있던 나와 
직원들은 무언가에 홀린 듯 그 두 노인 근처로 모였다. 그리고 몽크 할아버지의 연설이 시작되었다. 길고도 장황했던 연설 내용의 요약은 
장발 할아버지는 기본적으로 한국 아니 전 우주에서 가장 기가 센 천하장사에 나이 세는 것을 포기한 오랜 시간 생존해 있는 하이랜더 아니 
최소 도민준 같은 존재이며, 한국에 위기가 올 때마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를 아낌없이 나눠주신 메디브처럼 타락하지 않은 진정한 
수호자셨다. 몽크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시는 동안 장발 할아버지는 한 번씩 고개를 끄덕끄덕하셨고, 위기 극복을 위해 기를 나눠주셨다고 
했을 때는 '아.. 그때 조금 힘들었지..' 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셨다.

몽크 할아버지의 말씀을 듣던 나는 질문을 던졌다.

"저.. 그런데 저 어르신은 도사님이시고, 그럼 지금 말씀하시는 어르신은?"

"소인은 도사님을 모시는 수제자이올시다."

"아.. 수제자이시군요." 

"이렇게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도사님의 기운을 한 번 느껴봐야 믿음이 가지 않겠소? 누가 한번 도사님의 기운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이 없소?" 

직원들 모두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팀장님께서는 나지막하게 "니가 시작한 일이니까 니가 마무리해야지.." 하시며 나를 밀었다. 
겁이 났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위대한 도사님의 기운을 받고 싶다는 호기심도 생겼다. 

"그럼 제가 한 번.."

도사님은 다시 한 번 베컴 같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내게 저쪽 멀리 서 있으라고 했다. 그리고 기를 잘못 받으면 뒤로 쓰러지거나 심할 경우
내장 파열이 있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셨다. 팀장님께서는 내게 "산재처리 해줄게. 기운을 받아 봐.." 라고 하셨다. 

떨리는 마음으로 벽을 등지고 섰다. 내장파열이라는 단어가 두렵긴 했지만 혹시 나도 도사님의 기운을 받고 막힌 혈이 뻥 뚫리고 초능력자가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도사님과 그 수제자는 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 자세가..
도사님은 두 손을 양쪽으로 펴고 있었고, 수제자는 기마 자세로 손을 도사님 방향으로 뻗치고 "으아~~~" 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마치 그 모습은 엑스맨에 나오는 공중부양하는 매그니토와 옆에서 집중하는 프로페서 엑스 같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 뻔 했지만 
참았다. 그리고 도사님의 짧고 강한 "허익!!" 이라는 외침이 있었다. 

긴장한 나는 눈을 질끈 감고 긴장했는데 내 신체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내가 눈을 뜨고 "지금 뭐 하신 거에요?"라고 물었을 때 
갑자기 도사님이 주저앉으셨고 수제자가 "도사님!" 이러며 쓰러진 도사에게 다가갔다. 도사님은 수제자에게 뭐라 귓속말을 하셨고 
그 말을 들은 수제자는 출생의 비밀을 들으셨는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내게 말씀하셨다. 

"아..며칠 전 도사님께서 지구 온난화 때문에 기를 너무 많이 소진해 지금 기를 제대로 조절할 수 없으셔서 자칫 잘못했으면 자네가 죽을뻔해서 
기를 멈추셨다고 하셨소. 큰일 날 뻔 했소!"

"그냥 한 번 쏘셔도 되는데.."

그렇게 나는 살아남았지만 도사님의 기운을 받아 손오공으로 각성하는데 실패했다. 


출처 나중에 독립하면 그 도사님 수소문해서 반드시 출간해 드려야지.
출처
보완
2016-06-16 13:22:46
62
아.... 그때 내가 맞은 기가..
탈모빔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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