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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패딩 후원 글을 읽고 떠오른 나의 유년기
게시물ID : humorbest_15341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雪4또옹
추천 : 78
조회수 : 5284회
댓글수 : 3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7/12/14 13:01:37
원본글 작성시간 : 2017/12/14 09: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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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평 영구임대아파트에 20살 때까지 네 식구가 살았습니다.


아동성범죄자, 강도살인마, 밤마다 술판을 벌리며 싸우는 아저씨들.. 그런 사람들이 저희의 이웃이었지요.


저희집은 가난했습니다. 한 라디오 방송에 인터뷰 한 이후로, 감사하게도 저 아이처럼 후원을 받았어요.


아이가 피아노학원에 다닌다는 내용을 보았을 때,
무료이거나 아주 저렴한 복지 프로그램이 아닐까 하
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저 아이만했을 때, 저는 동네 사회복지관에서 주5일 가는 컴퓨터 학원을 월 3만원을 내고 다녔거든요. 그 복지관엔 역시 월 3만원짜리 피아노 교습도 있었답니다.


전 컴퓨터 배우는게 좋았어요.. 쉬운 것부터 시작해서  자격증을 딸 수 있을 때까지 실력이 느는게 너무 재밌었거든요.


그것마저 저희 아빠는 3만원이 아까워서, 지금 컴퓨터 배워봤자 10년 후에는 쓸모없으니 관두라고 여러번 말씀 하셨어요.


제가 배운 컴퓨터 프로그램은 한글,엑셀,파워포인트,포토샵이었는데도 말이에요.


저 글에 나온 후원자님은 아이가 피아노를 배운다는 사실에 탐탁치 않아 하셨는데.. 저의 후원자님도 제가 컴퓨터 배우는 걸 탐탁치 않아 하셨을까요.


크리스마스였는지, 어린이날이었는지 이제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사회복지사님이 갖고싶은 선물이 있는지 물어보셨어요. 저는 책 읽는걸 좋아해서 책을 갖고싶다고 했고 동화책을 5권 정도 받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초록우산 재단이 주장하는 것처럼 후원자님이 <컴퓨터, 핸드폰 같은 비싼 것 말고 원하는 게 없으면 롱패딩을 사줄게> 라고 말했으면 저도 패딩을 달라고 했을 것 같네요. 그때 유행은 패딩이 아니었지만 요즘 꼬맹이들은 다 롱패딩을 입고 다니더라구요. 저정도는 사주실 수 있어서 말씀하신거구나 생각했을 것 같아요.


가난한 아이들도 유행과 좋은 옷, 좋은 신발이 뭔지 알아요. 저는 11살 때까지 국제시장에서 1000~3000원에 팔던 구제옷을 입었어요. 언제부터 누가 입었는지 모를 , 소매가 헤진 구제옷을 입기 싫다고 떼를 쓰다가 뺨을 맞은 적도 있답니다.


철없이 20만원짜리 패딩 한 벌 사달라고 했다가 후원도 다 끊기고 아마도 집안에서 난리가 났을 저 아이도 제가 뺨을 맞았을 때처럼 그 순간을 영원히 잊지 못하겠죠.


그리고 난 다른 아이들처럼 좋은 옷을 입을 수 없구나  , 하고 하나하나 포기하게 될거에요. 부족한 과목의 학원을 다니고싶어도 다니고 싶다 말도 꺼내지 못하고, 문학과 글쓰기를 좋아해서 글을 배우고 싶어도 지레 포기하는, 저같은 인생을 살겠죠.


후원자와의 만남에 아이가 나오지 않은건... 저도 후원자님과 만나고 싶진 않았어요. 물론 저를 도와주시고 후원해주시는건 정말 감사했지만 가난한 나의 모습을 눈 앞에서 보여드리고 싶진 않았거든요. 부끄러웠어요. 


학교에서 급식지원 해주는 건 좋은데 막상 그 대상자라고 대놓고 알려지면 부끄러운 기분 있잖아요. 


그건 누구에게나, 친구들에게도 마찬가지에요. 철이 든 이후론 바퀴벌레가 들끓는 저희집에 한번도 데려온 적이 없었어요. 집안 사정도 말하지 않았구요. 


사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인터넷에 이렇게 익명으로 글을 쓸 순 있지만, 원치 않았던 가난한 유년시절을 면전에서 들키고 싶지는 않거든요.


이제 브랜드 롱패딩을 사고싶으면 제 돈으로 살 수 있는데 못사겠어요. 제 분수에 안맞는 것 같거든요. 저 아이도 자라면서 분수에 맞춰 살게되겠죠.. 그러니 아이를 조금만 이해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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