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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페미니스트였습니다.
게시물ID : humorbest_15343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칠렐레팔릴래
추천 : 99
조회수 : 5740회
댓글수 : 69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7/12/15 00:39:25
원본글 작성시간 : 2017/12/14 17: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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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10년 전, 
출처가 어디인 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우연히 접한 말이었습니다.
"폐경이 아닌 완경을 사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 
라는 짧은 말.

폐경이 폐경이지 이게 뭔 말인가 하고 읽었다가 
"아 여기 어딘 지는 모르지만 좋은 운동 하고 있네"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있습니다.

학생 때 하교 중 노출광을 만난 건 여러 번 
대학생 때 늦은 시간 기숙사 통금에 늦지 않으려 탄 택시에서 야동을 틀어놓고 좋지? 하는 기사를 본 건 한 번
지하철에서 성추행 경험 두 번 
버스에서 성추행 경험 한 번
회식에서 영업과장에게 성추행 경험 한 번
회식에서 고객사 부장에게 성희롱 경험 한 번

고등학교 - 대학교 - 직장인 테크를 타며 
여러 번의 성추행 성희롱에 휘둘리며 마음에 상처만 늘던 어느 날 
20대 초반에 보았던 그 문구가 어렴풋이 기억나 
다시 한 번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페미니즘에 대해 알게 되었지요.

그 때 충격을 잊을 수 없습니다.

노출광을 만나면 선생님들이 피식 웃고 가랬는데 위험한 거였구나 
(열등감을 느끼게 하면 다시는 안나타난다고 들었었는데 공격사례가 있었습니다)
택시에서 야동틀던 그 놈은 바로 내리지 않고 경찰을 불렀어야 했구나
(그 상황에서 화를 내면 이 택시를 몰고 나를 어딘가로 데려갈 수도 있다는 공포에 후다닥 내린 걸로 기억합니다)
지하철에서는 주위 사람에게 도움을 청했어야 하는 구나 
(출근길 강남역에서 정신없이 내려 눈앞에 보이는 즉석 사진기계 안에 들어가서 울다 출근한 기억이 아직까지 선명합니다)

뭔가 

당연히 
숨겨야 했거든요
노출광 만났다고 하면 "그 쪽으로 다니지마 " 
택시 이야기를 하면 "그렇게 짧은 치마를 입고 늦게 다니니까 그렇지" 
지하철 이야기를 하면 "거기서 왜 그만하라고 이야기를 못했어" 

근데 그 때 안 내용은 달랐어요 
물론 제가 직접 책이나 검색결과와 이야기를 나눈 건 아니지만 

"네가 잘못 한 게 아니야" 

하고 알려주는 느낌.

그리고 

현실이 무섭고 가끔은 네가 억울할 때도 있겠지만 그건 너를 억울하게 한 사람의 문제지 
네가 여성이거나 무엇을 잘못해서 생긴 문제는 아니야.
너의 문제가 아니란다.

라고 옆에서 조근조근 일러주는 듯한 느낌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그 후로 저는 저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칭하고 다녔어요.
회사에서도 어디에서도
내가 여자 라서 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여자 라서 못 하는 일이 없도록 하였습니다.
이직한 회사에서 성 관련 모욕발언을 들었을 때도 
침착하게 회사측에 징계를 요청하였고, 원하는 결과를 받아내었습니다.
그리고
남자라서 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남자라서 못 하는 일이 없도록 하였습니다.
적어도 제 주위에서는요.


이렇게 변해가는 거지.
이렇게 개인 개인이 변해가면서 
내 주위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인식을 개선시키면 ,
성별이 아닌 인격으로만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내가 먼저 실천하면 
나는 제법 괜찮은 페미니스트가 아닐까 

하고 있었는데 

하.............................................................................................................................................................................................................................................................................................................................................................................................................................................
(마른세수)


한 편으로는 이해합니다.

그들도 겪었겠죠. 
아니면 겪는 것을 보았겠죠.
심리적 동조를 했겠지요.

근데 왜..
성별을 무기로 자신의 분노를 정당화하는 데만 쓰는 걸까요.
본인들이 직접 겪은 것이 아닌 , 
그래서 아무리 노력해도 결코 알 수 없는 실 피해자들의 마음을 
자기들 마음대로 재단하고 분노로 포장하여 자신들의 열등감을 막고 
그 열등감을 지적하는 이들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쓰는 걸까요...

저는 그들 덕에 

이제 더 이상 저를 페미니스트라고 칭하지 않습니다.

익명의 그늘 뒤에 숨어 
자신의 가장 추한 모습만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데만 쓰는 것이 페미니즘이라면

아 

제가 행동하던 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 이부분은 사담입니다.
개인적으로 "그들을" 보았을 때 드는 생각으로는

안쓰럽습니다.
솔직히 요즘 참 힘들잖아요.
우리 때도 힘들었지만
요즘은 더더욱 힘들다고 하니까.

열심히 살았는데 
어른들이 하라는 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살았는데 
왜 더 힘들어지기만 하지 

내가 뭘 잘못했을 리는 없어 
>> 그래 이건 누군가의 탓이야 내 탓은 절대 아니야.
>>> 아 내가 "여자"라서 힘든거구나 . 내가 지금 공격받고 힘든 것은 "여자"라서 그런거구나 
>>>> 한국 모든 여자는 힘들어 왜냐면 여자이기 때문이야 이것만 해결되면 "내가" 행복해질거야.
>>>>> (사실 해결되지 않아도 상관없어 사실 해결되지 않는 게 더 좋아. 계속 내가 탓 할 수 있으니까")

이런 테크를 타고 자신을 더더욱 궁지로 몰고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이것은 개인의 문제일까 사회의 문제일까 궁금하기는 합니다.

ㅇㅂ도 마찬가지예요 
정치적으로 이용된 면도 있다지만
기본 베이스는 "살기 힘든 괴로운 삶에서 벗어나 일탈하고픈" 마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이 안쓰러움은 저들이 사회에 끼치는 해악에 대해서는 완전히 선을 긋습니다.
안쓰러운 건 안쓰러운 거고 벌 받을 건 벌 받아야지요.. 오해하실까 붙입니다.








저 같은 사람은 또 안 계신가요? 
지난 날의 제가 잘못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지난 날의 저를 부끄러워 해야 하나 혼란스러워지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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