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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도 사람 있소
게시물ID : menbung_219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ㅂㅎ한
추천 : 4
조회수 : 52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8/08 21:00:56
요 며칠 너무 더웠고 습도도 무척이나 높았다. 샤워기에서는 미지근한 물이 나왔고 샤워를 끝마쳐도 마치 물풀을 온 몸에 바른마냥 끈적거렸다. 그러던 와중 오늘, 천둥 소리가 한 번 들렸고 장대비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창문도 안 달린 고시원 방에서 무척이나 간만하게 들린, 시원한 소리였다. 옥상에 올라가 간만에 시원한 빗소리나 듣고 빗방울에 손바닥이나 좀 식혀야지 하고 올라갔다.

생각보다 비바람이 호됐다. 비 몇 방울에 얻어맞은 것 뿐인데 손바닥과 눈두덩이가 얼얼했다. 그래서 다시 내 방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방은 여전히 더웠고 습도는 훨씬 높았다. 허공에 대고 허우적 거리면 공중에서 수영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방에 돌아온지 몇 분 되지도 않아, 도저히 못버티겠다 싶었다. 고시원 원장에게 찾아가서는 에어컨을 좀 틀어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원장은 '밖엔 비오고 바람 불어서 추워 난리도 아닌데, 왜 에어컨을 켜냐'며 역정을 냈다.

원장은 내 방엔 창문이 없다는 걸 잊어버린 모양이다. 창문 있는 방에 살 정도로 여유 있는 사람은 우리 고시원에 6명 밖에 없다. 나머지 십 수 명은 밖에서 아무리 세차게 바람이 불어도, 그 바람을 맞이할 창문이 없다. 그래서 밖은 시원하다 못해 차가워도 우리네 방에는 닿지 않는다.

나는 맞이해본 적도 없는 좋은 바람이, 밖에선 분다면서 앓는 소리 마라는 원장님의 말씀이 무척 야속했다. 억울하기도 했다. 원장님께서 창 없는 방에 있는 사람들도 좀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싶기도 했다.  그러곤 다시 후텁지근한 내 방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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