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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마귀-2
게시물ID : panic_841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데코뷰
추천 : 6
조회수 : 136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10/28 19:54:55
 미사를 마치고나면 너무 평화롭다. 미사후 신자들 한명한명에게 인사를 건넨다. 어떤이는 위로를 받을것이고, 어떤이는 감사함을 느낄것이다. 그러한 감정은 나로인해 생기는게 아닐것이다. 그것은 성당의 신부가 아닌, 신부가 미사를 집전하며 공동으로 느끼는 마음 즉 신앙에서 나오는 것이다. 
 제각기 느끼는 감정은 다르지만 그것이 부정적이지 않다라는것은 그 어떤이도 부정하지 않을것이다. 
 내년이면 안식년이다. 올해는 아무탈없이 그저 이렇게 평화롭게 흘러가길 바라며 기도한다. 신부생활을하며 처음 맞이하는 안식년엔, 홀로 살고있는 어머니와 함께 보낼 생각이다. 훌륭한 신부로 살기위해 노력은 했지만 훌륭한 아들로써 본분을 지키지 못한것같아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가볍게 식사를 마치고, 이세상을 떠나실 분들에게 마지막으로 성체를 영해주러 가야 한다. 죽음은 슬프지만 그 슬픔을 조금이나마 위로해주기위해 가벼운 강론또한 준비한다. 사제관을 나서 수녀님과 함께 목적지로 향한다. 가는도중 오가는 정다운 말과 신자들의 여러가지 좋은소식들을 접하며 이렇게 소소하고 행복한 삶을 살수 있도록 해주신 그분께 감사한다. 도착해 형제님에게 마지막일지도모르는 성체를 영해주고 기도를해준다. 한결 평화로워 보이는 그 형제님의 표정을보며 무언가 씁쓸한 보람을 느낀다. 
 다시 이것저것 업무를 보기위해 성당으로 향하는 도중 사무장에게 전화가 왔다. 평소 아주 절실한 노부부가 있는데 그 부부의 딸이 이상하다며 성당에 찾아와 나와 면담을 신청한다는 내용. 평소 면담신청이 꽤 있는 편이라 나도 모르게 뒤로 미룰까 싶었지만 무언가 이상한 마음에 바로가서 면담하기로 하고 서둘러 성당으로 향했다. 
 성당에 도착해 상담실로 향했더니 낮익은 모습의 부부가 앉아있었다. 예비신자로써, 가톨릭의 신자가 되기위해 틈틈히 교리를 배우며 준비를 하는 한 자매님의 부모였다. 그들은 나를 보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딸이 이상해졌다고 한다. 회사에서 있던 일과, 연락이 되지않아 집에 찾아갔더니 행동과 언행이 다른사람처럼 바뀌었고 특히 눈빛이 정말 마귀에 씌인 사람처럼 바뀌었다고. 정말 마귀들린사람같다며 그말을 수없이 반복하는 그들의 눈빛엔 불안함이 역력했다. 평소 자주보고 느끼지 못한 불안감이 그들의 눈에 가득차있었다. 
 악한영을 가르키는 마귀는 가톨릭에서 여러가지 상징으로 쓰이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자세히 배우거나 공부하려 한적은 없다. 더군다나 마귀들린사람... 성경엔 종종 마귀들린 사람에 대한 말씀이 있고 그것에대해 표현한 잔인한 영화도 있다. 하지만 사제생활을 하며 종종 듣기만 했고 실제로는 한번도 경험하고 보지못한, 마귀들린 사람에 대해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렇게 고민만 해서 될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길로 그 자매가 살고있는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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