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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을 드리겠습니다. [4부 - 실험]
게시물ID : panic_870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작가지망생
추천 : 4
조회수 : 202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4/06 02: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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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인호는 자신의 시선에 비춰지는 모습이 믿기질 않는단 표정으로 우두커니 방 한가운데 서 있었다. 서랍이란 서랍은 모조리 열려 있었고, 안에 담겨 있던 옷, 책, 전자기기 등 모든 것이 엉망진창으로 놓여 있었다. 강도..강도가 든 게 틀림없었다. 인호는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재빨리 자신의 전재산이라 할 수 있는 통장과 현금을 찾아보았다. 예상했던 대로 였다.

경찰서에서 두 명의 경찰이 와서 집을 조사했다. 어이없는 건 그게 대략 5분도 채 안 걸리는, 그냥 슥 집 안을 한 번씩만 둘러보고 '뭐 더 사라진 거 있으면 연락 주세요.' 라고 가버렸다. 평소에 매스컴을 통해 경찰의 안일한 수사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정작 겪어보니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바닥에 어질러진 물건들을 정리하며 인호는 생각했다. 왜 하필 우리집일까, 왜 하필 나일까..란 생각이 들자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시발 이란 욕이 튀어나왔다.

설희에게 연락을 한 것은 그로부터 약 6시간 뒤였다. 어쩔 수가 없었다. 국가서 빌려준 등록금이 빚으로 남아 있어 그걸 한 달이라도 납부가 미뤄지면 그나마 좋았던 인호의 신용도가 하락, 면접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게 뻔했다. 물론 처음부터 설희에게 전화를 건 것은 아니었다. 지금 인호의 핸드폰 최근 기록엔 이미 '나 돈 없어,', '선배, 미안해요.', '나중에 밥 한 끼 먹자' 라는 말들으 하던 친구, 사촌, 심지어 그만 둔 편의점의 점장의 전화번호까지 입력되어 있는 상황이다. 즉, 설희에게 전화를 건 건 인호가 마지막 지푸라기로 10억 실험에 참여 의사를 밝힌 거나 마찬가지였다.

.

 "무조건 4번째 규칙을 기억해야 돼. 절대 밖으로 나오려고 하지 말 것."

설희는 실험이 진행되는 룸으로 향하면서 인호에게 몇 번이고 당부했다. 설희가 건네 준 룸에서 생활할 필수품과 옷을 받으면서 인호는 왜 그렇게 4번째 항목을 강조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하지만 그리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 의식주가 보장되고, 매스컴의 지원으로 세상 돌아가는 일을 볼 수 있다면 굳이 밖에 나갈 필요는 없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들었다.

"참, 이거 받아,"

설희는 약 30장 분량의 노트를 인호에게 건넸다. 그녀는 그곳에 매일 일지를 작성해줄 것을 부탁했다. 노트를 열어 보는 인호의 시선으로 들어오는 항목들. 날짜, 건강 상태, 만족도 등등 몇 가지 사항을 빼곤 그저 빈 노트였다. 인호는 노트를 보곤 갑자기 어떠한 궁금증이 생겨 설희를 바라봤다.

"..내가 여기 안에 있는 동안 연구진들도 밖에서 날 보는 거지?"

 . 

 실험이 이뤄진다는 룸은  하얀색으로 도배된..아니, 하얀색으로만 이뤄진 일종의 원룸 자취방 처럼 보였다. HD티비, 서라운드 스피커, PC, 밥상이랑 라디오 등등 어느 정도 기본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은 전부 갖춰져 있는 것 같았다. 설희는 마지막으로 동의서에 싸인을 다시 확인 하며 입구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인호를 바라봤다.

"의심하지 말 것. 그거 하나만 지키면 넌 10억을 받을 수 있어." 라고 그녀는 말했다. 인호는 한달 뒤에 보자 라는 뜻으로 미소를 비췄고, 그렇게 실험실 입구는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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