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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뉴스에 대한 오유의 반응에 멘붕
게시물ID : menbung_329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안생기고싶냐
추천 : 3/13
조회수 : 804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6/06/02 00:01:55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menbung&no=32887&s_no=32887&page=1

[경고] 초대형 콜로세움이 예상되는 글이므로 콜로세움이 싫으신 분은 읽지 마시길 권합니다.



저는 30대 가장이자, 6살 아들을 둔 아버지이고, 2년째 공무원시험 준비중인 수험생이기도 합니다.
제가 그 뉴스를 보고 처음 든 생각은 "둘 다 진짜 불쌍하다." 였습니다.
한 명은 이 X같은 공무원시험 합격해서 이제 아들 재롱 보면서 건실하게 가정을 꾸려나가야 할 시점에 어이없는 사고로 죽어서 불쌍하고
한 명은 이 압박감을 견디다 못해 결국 인생의 재미도 못느껴보고 삶을 포기해서 불쌍하고...
그런데 오유에서는 이걸 두고 공무원은 무슨 죄가 있어서 죽은거냐, (수험생은) 죽을려면 혼자 곱게 뒈지지 왜 민폐냐 라는 말이 나오더군요.

예전에 오유에 간혹 "자살하고 싶다. 자살하러 OO에 왔다."라는 글이 올라오곤 했습니다.
그 때 반응들 기억하시나요? 다들 "절대 죽지 마라." "일단 전화해라. 만나자. 만나서 얘기하자." 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저 반응들을 보니 이제는 위와 같은 반응보다
"왜 하필 OO냐, 죽을려면 민폐끼치지 말고 혼자 목매라."라는 글이 올라올 것 같다고 느끼는 건 너무 비약인가요?
네. 비약맞죠. 이미 벌어진 일과 벌어질지도 모르는 일을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하는건 무리일테니까요.

하지만 말입니다.
사람이 죽었습니다. 한 명은 정신적 압박을 견디다 못해, 한 명은 어이없는 사고로 두 생명이 사라졌습니다.
이걸 두고 습관성 선비질을 버리지 못하고 잘잘못을 꼭 따져야겠습니까?
아무래도 수험생을 비난하는 분들이 많았으니 그 수험생 입장에서 제가 한 번 변호해 보겠습니다.

그 학생의 나이를 두고 2~3년 밖에 준비 안했을거라 추측하는 분들이 있더군요.
요즘 공무원 수험생 수험생활 시작 나이가 몇 살인지 아십니까?
대학 졸업하고 오는 학생들도 많지만, 대학 졸업 하기도 전에, 1~2학년때 부터 수험생활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방학 시즌에는 엄마와 함께 학원 상담오는 교복입은 고등학생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시험 응시 자격 나이도 안되는데 와서 수업듣는 학생도 있어요.

죽은 학생이 몇 년이나 준비했는지 어떻게 알고 멘탈 운운 하십니까?
저게 개인의 문제입니까? 고등학생이 엄마 손 잡고 공무원학원 등록하러 오게 만드는 사회가 제대로 된 사회인가요?
그 학생들 중에 과연 몇 명이나, 진정 국가와 민족에 봉사하고 싶어서 공무원 하겠다는 학생이 몇 명이나 있을까요? 1명? 2명?

멘탈 운운하시는 분들. 굳이 공시생 생활의 피폐함이나 외로움, 자괴감을 운운하진 않겠습니다.
말해서 이해할 것 같았으면 애초에 멘탈 운운 하지도 않았을테니까요.
그런데, 여러분은 앞으로도 자살충동 느끼지 않을 정도로, 인생을 승승장구 하면서 살 수 있다고 자부하십니까?
아니면 어떠한 고난이 닥쳐도, 멘탈 부서지지 않고 웃으며 넘길 자신이 있나요?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 괜히 있는 말이 아닙니다.

그리고 왜 하필 투신해서 민폐냐, 죽을려면 곱게 뒈지지 라고 하시던 분들.
진짜 잔인들 하십니다.
논리적으로는 그 수험생이 가해자가 맞다고 볼 수 있겠죠. 피해자는 분명 30대 가장이 맞고요.
그런데 꼭 그 잘잘못을 따져야만 속이 시원하십니까? 죽은 사람한테 손가락질 하면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나요?
논리적으로 맞는 말이라도 도의적으로 해선 안 될 말이 있는겁니다.
수험생 아들을 잃은 그 부모님이나 가족들이 여러분 댓글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들까요?

답 안나오는 현실에, 우리 사회가 표출되지 못한 분노로 드글드글 끓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뭐 하나 꼬투리만 잡히면, 거기다 다 쏟아붓는 느낌입니다. 오유만 그런게 아니라 우리 사회가 다 그래요 지금.
댓글 한 줄로 자신의 억눌린 분노를 표출하기 전에, 이 표출이 과연 도의적으로 옳은가를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죽어간 생명 앞에 자신의 논리적 우월성을 앞세우기보다, 인간적인 애도를 표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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