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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
게시물ID : panic_883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eptunuse
추천 : 25
조회수 : 2032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6/06/04 00:5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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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티브이를 틀어놓고 강아지와 놀아주던 나는 뉴스를 보고는 음량을 높였다.
 

얼마 전 근처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 대한 뉴스였다.
 

단 하나의 증거도 남기지 않은 치밀한 살인.
 

아직까지 범인의 나이와 체격은 물론 그 어떠한 정보도 알아내지 못했다고 했다.
 

이곳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기에 나는 곧바로 강아지를 안아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문이 잘 잠겼는지 확인했다.
 

여자 혼자 살다보니 저런 뉴스를 보면 아무래도 불안했다.
 

창문역시 잠그고 블라인드를 내리려던 찰나 밖에서 서성이는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모자를 눌러쓴 건장한 체격의 남자.
 

그러고 보니 요 며칠 동안 근처를 돌아다니는 저 남자의 모습을 몇 번인가 봤던 것 같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젓고는 블라인드를 내렸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만 그렇다고 너무 예민해질 필요도 없다.
 

 

 

야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오늘따라 길거리에 사람이 없어 불안하던 차에 누군가 내 뒤를 따라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흘끗 뒤를 바라보니 그 모자 쓴 남자가 고개를 숙인 채 날 따라오고 있었다.
 

그의 모습에 불안감이 몰려온 나는 발걸음을 빨리했다.
 

저기요.”
 

그 남자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난 못 들은 척 고개를 숙이고는 더욱 발걸음을 재촉했다.
 

저기 잠시만요.”
 

그 남자 역시 걸음을 빨리 하며 다시 한번 나를 불렀다.
 

 

 

난 걸음을 늦추지 않고 고개만 슬쩍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남자는 품안에 손을 넣은 채 빠른 걸음으로 날 따라오고 있었다.
 

마치 칼이라도 뽑아들 듯한 자세.
 

그 모습을 본 나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을 느끼며 집을 향해 전력으로 달렸다.
 

? 젠장. 잠시만요. 멈추세요.”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전속력으로 날 뒤쫓기 시작했다.
 

난 신고 있던 구두마저 벗어던지고는 죽을힘을 다해 달려 집 앞에 도착했다.
 

급히 계단을 올라 현관문을 열고 몸을 막 밀어 넣은 순간 계단을 달려 올라오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그가 손을 뻗어 문을 잡아채기 직전 난 간신히 문을 닫고 잠금장치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전에 밖에서 그 남자가 문을 강하게 두들겨 댔다.
 

문에서 급히 떨어진 나는 현관 앞에 주저앉아 두려움에 떨었다.
 

누군가 도와주기를 바랬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이 건물안엔 나 뿐인 모양이다.
 

문열어요. 어서. 안그럼 큰일 난다구요. 문 열어요.”
 

남자는 문을 계속 두드리며 소리쳐댔다.
 

자리에서 일어나 경찰에 신고하려는데 뭔가 이상하다는걸 알게 되었다.
 

내가 돌아오면 반갑게 맞아주어야 할 강아지가 보이지 않는다.
 

평소라면 내 발소리만 듣고도 현관까지 마중나와서 꼬리를 흔들었어야 할텐데.
 

그때 문 너머로 모자 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빨리 문 여세요. 지금 그 안에 살인범이 있어요.”
 

그 말과 동시에 방 한쪽 구석에서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일어났다.
 

그의 한 손에 기다란 식칼이 들려있었고, 다른 한손엔 강아지의 시신이 들려 있었다.
 

남자는 강아지의 시신을 한쪽으로 던지고는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어서 문 여세요. 빨리요.”
 

문밖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소리에 난 정신을 차리고 급히 몸을 날려 잠금장치를 풀었다.
 

뒤에선 내게 다가오는 살인범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손이 떨리는 탓에 잠금장치를 푸는게 쉽지가 않았다.
 

그 와중에도 살인범은 느긋한 걸음으로 날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서둘러요. 그 안에 살인범이 있다구요.”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난 간신히 잠금장치를 해제 하고 현관문을 여는데 성공했다.
 

살았다고 생각한 그 순간 뱃속에 뜨거운 무언가가 확하고 번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모자를 쓴 남자가 내 뱃속에 칼을 쑤셔 넣고 있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밖에도 살인범이 있네요.”
 

힘없이 바닥에 쓰러지며 마지막으로 내가 본 것은 낄낄거리며 하이파이브를 하는 두 남자의 모습이었다.
 

 

 

정신이 아득해 짐을 느끼며 어젯밤 보았던 뉴스를 떠올렸다.
 

경찰은 아직 범인에 대한 정보를 모른다.
 

나이, 체격, 성별. 그리고 심지어 범인이 몇 명인지 조차도.
 

 

    
 
 
 
 
 
 
By. neptun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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