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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희망
게시물ID : panic_884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Y-
추천 : 14
조회수 : 1422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6/06/12 01:3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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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다른 사람들에 눈엔 아직도 희망의 잔불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이 세상은 수많은 고통과 죽음으로 차있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에겐 그 희망이라는 것이 사라지지 않았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고, 이 상황이 변한다는 것을 그 누구도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살아왔다.
 
 
 

하지만 나는 어느날 그 희망의 불꽃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불꽃에 가려져있던 현실과 마주하게 되었다.
 
 


희망은 독이다.
 
 


세상을 제대로 보기 위해선 한 발자국 떨어져서 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한 발자국 멀리서 본 세계는 그야말로 비극이었다.
 
 


찰리 채플린은 멀리서 본 인생은 희극이라고 했지만, 희망이라는 독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가까이서 본, 직접 경험한 우리들의 삶이 희극이었다.
 
그래도 우린 행복하다고 생각했으니까.
 
 


미래는 결코 밝아질 수 없었다.

이미 재정은 파탄났고, 수뇌부는 고장난 뻐꾸기 시계같이 똑같은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90%는 이미 나라에게 버려졌고, 쓰래기 소굴과 같은 무법지대가 되었다.

우리들은 그런 세계에서 우릴 그렇게 만든 나라를 위해, 언젠가 다시 부강해질 것이라며 노력했던 것이다.
 
 



참 멍청한 이야기다.
 
 



후에 정계와 연결이 생기며 알게된 사실이지만 
 
수년에 한번씩 국가에서 보내주는 보금품에 약물을 섞어놨었다고 한다.

약물의 이름은 드리머, 꿈꾸는 자들 이었다.

난 이미 내성이 생기는 수천만명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그런 바보같은 이유로 진실을 바라보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판도라의 잘못은 최악이 아니었다.

 
 

희망. 그것이 판도라의 상자의 핵심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우린 마지막 남은 그것마저도 꺼내버린것이지 않을까.



난 더이상 그 잔불의 도시에 있을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미 세계는 허황된 미래를 믿는 잔불들로 가득했다.

일그러진, 일렁이는 세계에 난 어디 있어야 하는가.
 
 


그래서 나는 어지러운 불들을 끄기 시작했다.
 
이렇게 한다면 그들도 이제 잔불의 무의미 함을 알겠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나의 마지막남은, 재뿐인 잔불이었을 것이다.
 
이윽고 나는 그들에게 잡혔고, 그들이 모인 가운데 처형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들은 말했다.
 
그의 미래에 희망을 갖겠다고.
 
그리고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자리에 있다.
 
구치소도, 감옥도, 전기의자도 아닌.
 
대학교 강사로써.
 
 
 
 
사람들에 눈엔 아직도 희망의 잔불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했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에겐 그 희망이라는 것이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나의 삶을 듣고 싶어했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재마저 사라져버린, 공허만이 남은 나는 이곳에서 어떻게 해야하는가.
 
 
 


사실 답은 알고 있다.

 

이 세상에서 수백년간 사라졌던.

과거속에 잠드는 죽음을 택해야 하는 것이다.

참 야속한 일이다.

내가 다시 시작을 끊는 것이니.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목을 그었다.

 

붉게 튀기는 피를 보며 오랜만에, 마음이 편해졌다.

잔불보다 더 붉은, 희망보다 더 짙은.

 

그런 평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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