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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스압] 등대 21화(완)
게시물ID : panic_885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홍염의포르테
추천 : 12
조회수 : 934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6/06/17 08: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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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http://todayhumor.com/?panic_88291

1화. http://todayhumor.com/?panic_88292

2화. http://todayhumor.com/?panic_88293

3화. http://todayhumor.com/?panic_88298

4화. http://todayhumor.com/?panic_88319
5화. http://todayhumor.com/?panic_88324
6화. http://todayhumor.com/?panic_88337
7화. http://todayhumor.com/?panic_88342

8화. http://todayhumor.com/?panic_88354

9화. http://todayhumor.com/?panic_88363

10화. http://todayhumor.com/?panic_88377

11화. http://todayhumor.com/?panic_88382

12화. http://todayhumor.com/?panic_88397

13화. http://todayhumor.com/?humorbest_1263172

14화. http://todayhumor.com/?humorbest_1263615

15화. http://todayhumor.com/?panic_88539

16화. http://todayhumor.com/?panic_88543

17화. http://todayhumor.com/?panic_88557

18화. http://todayhumor.com/?panic_88563

19화. http://todayhumor.com/?panic_88577
20화. http://todayhumor.com/?panic_88582

전태성

--------

 

아직도 상황이 제대로 이해 가지 않았다. 이호철이 무슨 잘못을 했다는 건지, 하늘이는 그에게 무슨 대답을 원하는 건지. 이호철은 마치 쏠 거면 쏘라는 듯이 두 팔을 벌리고 있었고, 하늘이는 여전히 눈물을 흘리며 그를 권총으로 겨누고 있었다.

“아아아악!!”

하늘이가 고개를 숙이며 소리질렀다. 그리고 그를 다시 바라보며 말했다.

“왜.... 왜 변명도 안하는 건데? 왜 착한 척하는 거냐고! 숭고한 희생이라도 하는 것마냥 굴지 말라고! 네가 제대로만 말했어도... 아니면 아예 아무 말도 안 했으면! 언니의 죽음이 그렇게 간단히 안 끝났을 텐데...”

“그래... 그러니까 나를 죽이고 끝내.”

“탕!”

“닥쳐! ... . 하하하핫... 하하... 흐흐흑. . 네가 그러니까 나만 미X년 같잖아... 김재영도 살인자주제에 불쌍한 척이나 하고 말이야..... 나만... 나쁜년이 되버리게...”

“그냥 날 죽이고 끝내...”

이호철의 말에 하늘이가 총을 늘어트리며 고개를 숙여버렸다. 하늘이의 얼굴에서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대신 떨림이 눈에 띄게 잦아들었다. 화가 진정된 듯 보였다. 나는 하늘이의 눈치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하늘이가 입을 열었다.

“그래... 끝내자. 전부 다. 끝내야지. 내가 나쁜년이야. 그래. 나도! 김재영이랑 그 여자를 죽인 나도! 결국엔 똑같은 살인자야.... 복수라는 이름을 걸고 있었지만! 나도 결국 똑같은 살인자라고... . 그러니까...”

하늘이의 말에서 불길함을 느낌에 나는 하늘이에게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그건...”

그리고 하늘이가 늘어트렸던 권총을 들어 올려 겨눴다. 하지만 방향은 전과 달랐다. 하늘이는 자신의 관자놀이로 총구를 겨누며 소리쳤다.

“그러니까 나만 죽고 끝내면 되잖아!”

“안돼!”

!

“꺅!”

총성이 울리기 직전 나는 하늘이에게 달려들어 하늘이의 몸을 밀어냈다. 총성과 함께 하늘이와 뒤엉켜 바닥을 굴렀다. 하늘이가 바닥에 쓰러지며 신음성을 뱉었다.

“아읏...”

나는 몸을 일으켰다. 방금 전에 구른 탓인지 옆구리가 뻐근했다. 눈을 떠 하늘이를 보았으나, 다행히도 총에 맞은 곳은 없어 보였다. 몇 걸음 떨어진 곳에 권총이 떨어져있는 것을 보고 손을 뻗어 그것을 집으려 했다. 저걸 치워야...

털썩.

“어?”

“태성씨! . 총알이!”

손을 뻗어 권총을 집으려 했는데, 손을 뻗던 도중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땅을 짚고 몸을 일으켜 보려고 했지만,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간신히 손을 뻗어 권총을 집었다.

“괜찮습니까?”

이호철이 달려와 엎드려 있던 나를 눕혔다. 그제야 내 눈이 내려다 보였다.

... 빨갛군.

옆구리에서 피가 울컥울컥 뿜어져 나왔다. 권총을 집지 않은 왼손으로 그것을 막았다. 주변이 시끄러웠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미 직감적으로 살기는 글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하늘이가 죽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될 테니까, 처음부터 나는 자살할 생각이었으니까, 그리고 더 이상 아연이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

아연이가 왜 죽었던 건지 그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 끝맺음도 하늘이가 했으니 나의 역할은 남아있지 않았다.

다만... 하늘이. 하늘이는 어쩌지?

시야가 크게 뒤틀리며 흔들렸다. 시야 안으로 하늘이가 뛰어들어 있었다. 이호철이 내 손을 치우고 옆구리에 옷을 붕대 삼아 감고있는 모습이 보였다.

“쿨럭... 크윽.”

하늘이가 내 몸에 매달려 앵앵거리며 소리쳤다. 얼굴을 물들였던 피는 어느새 눈물로 대부분 씻겨져 있었다. 문제는 피와 눈물 그리고 이러저러한 게 뒤엉켜 얼굴을 범벅하고 있었다. 왠지 아연이가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 마치 옛날로 돌아간 듯한 행복한 기분이었다.

“쿨럭.”

하지만 나온 것은 웃음이 아닌 피였다. 피가 내 입을 통해 한무더기가 쏟아졌다.

“왜 그랬어요... . 죽게 내버려 두지! ... 대체 왜... 왜 뛰어든 거예요! 대체 왜! 흑흑.”

피를 토해내고 나니 하늘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푸하... !”

숨을 내쉬고는 입안의 피를 뱉었다. 입 안에 피비린내가 가득했다. 하늘이는 내가 말하기를 기다리듯 조용해졌다.

“아연이가 죽을 때도 아무것도 못했는데... 이번에도 그럴 수는 없잖아...”

“그게 대체 무슨 소리에요!”

“그러게... 쿨럭.”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인지, 온몸의 힘이 빠져나갔다. 나는 억지로 쥐고 있던 권총마저 늘어트리고 말았다. 시야도 점점 흐릿해지며 까마득해졌다.

 

-------

이호철

------- 


“흑흑흑흑...”

전태성의 품안에 하늘이가 안긴 채 울고 있었다. 어떻게 옷으로 전태성의 상처를 졸라 매었지만, 제대로 처치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가 눈을 감기는 했지만, 아직 숨을 쉬는 것을 보아 빈혈로 기절한 것 같았다. 어찌 되었건 빨리 치료해야하는 중상임은 틀림없었다.

“하늘아?”

“흑흑...”

“하늘아?”

... 또 뭐죠? 지금 사람이... 죽었는데... .”

“아직 살릴 수 있을 거야. 죽은 게 아니라 기절한 거라고, 아직 심장도 뛰고 있고, 피도 멎었다.”

“아... . !”

하늘이는 내 말을 듣고서야 깨달은 듯 눈을 크게 떴고,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나는 숨을 가다듬고 말했다.

“하늘아?”

... 왜 그러시죠?”

“지금 빨리 그를 데려가지 않으면... 전태성은 아마 죽을 거야.”

... 그래서요? 그건 저도 알아요.”

나는 전태성의 손에서 권총을 뺏어들었다.

“그래서 그걸로 저를 죽일 생각인 건가요?”

하늘이가 그렇게 말하며 나를 흘겨보았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김재영은 왜 죽인 거지?”

“그가 제 언니를 죽였으니까요.”

역시... 그런가.

“한지혜나 전태성은 상관없는 건가?”

... .”

하늘이는 영문을 알 수 없지만, 꺼림직해 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렇다면... 네 증오의 끝이 나라면. 날 죽여. 나를 죽이고 전부 다 끝내.”

나는 그렇게 말하며 하늘이에게 권총을 내밀었다. 하지만, 하늘이는 망설이듯 내가 내민 총을 선뜻 받아들지 못했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하늘이를 재촉했다.

“자. 빨리. 안 그러면 전태성은 죽을지도 몰라.”

...”

그렇게까지 말하고 나자, 하늘이가 아무런 말없이 오른 손을 뻗어 권총의 슬라이드를 잡았다. 나는 하늘이가 권총을 잡은 것을 확인하고, 권총을 든 손을 놓으려 했다. 그러나 하늘이가 자신의 왼손까지도 뻗어 내 손을 붙잡아 권총을 놓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는 권총을 쥔 나의 손을 당겼다.

... 지금 뭐하는 거야? 이건...”

나는 하늘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음에도 이해하지 못하고 물었다. 하늘이가 권총의 총구를 자신의 이마에 가져갔기 때문이다.

“자. 쏴요. 빨리...”

“무슨...”

MP3의 내용 기억하죠?”

MP3의 내용...? 뭘 말하는 거지? 아니, 똑같은 말을 전태성이 한 적이 있었다. 범인을 죽일 수 있냐고, 나에게 그렇게 물었었다. 범인을 죽여야만 이 상황이 끝날 수도 있다면서, 나보고 죽일 수 있겠느냐고 물었던 전태성. 자신은 할 수 없다면, 나라면 할 수 있냐고 물었다.

나는 그에게 할 수 있다고, 이 지옥같은 상황을 끝낼 수 있다면, 그 범인이 누구라도 죽일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는 이미 하늘이가 범인임을 알고 있었던 건가.

지금 하늘이가 그걸 말하는 건가? 자기를 죽이면 끝난다고, 죽여야만 끝난다고?

“너를 죽여야만 끝난다는 건가?”

... 그러니까 빨리 쏘라고요... 저 사람이... 죽기 전에.”

하늘이가 전태성을 눈짓하며 말했다. 말투는 최대한 침착하게 유지하려 하는 것 같았지만, 떨림이 권총을 통해 나에게까지 느껴졌다.

“나를 용서하는 건가?”

“아뇨. 단지... 복수할 가치가 없을 뿐이에요.”

하늘이가 그렇게 말하며 나를 노려봤다.

“대신. 이 사람을 살려요. 그럼 용서할 테니까...... 그러니까 빨리 쏴요.”

하늘이가 그렇게 말하며 눈을 감았다. 속눈썹이 바들바들 떨리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지만, 권총의 총구와 나의 손을 꼭 붙든 채 놓지 않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심경이 복잡해졌다. 그리고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죽이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

“네. 그러니까... 빨리.”

“왜 굳이 그렇게...”

하늘이가 내 질문을 눈을 똑바로 뜨며 내 말을 잘랐다.

“그게 제 각오였으니까요. 그들을 죽이면서, 살인을 하면서, 제가 살아남으려는 그런 나약한 생각 따윈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스스로도 살인이 무서워 도망치지 못하게, 배수진을 친거기도 하고요.”

하늘이가 결의에 찬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어느새 하늘이의 몸에는 떨림이 멈춰있었고, 하늘이의 굳은 의지가 나에게까지 느껴졌다. 그런 하늘이의 태도에 오히려 내가 몸이 더 떨리는 것 같았다. 전율인지 소름인지 알 수 없는... 그런 떨림이었다. 하늘이가 그런 나를 보며 다시 한 번 재촉했다.

“그러니까. 빨리. . 쏴요.”

나는 하늘이의 말에 마른침을 삼켰다. 하늘이가 망설이는 날 보고, 다시 입을 열었다.

“태성 오빠와 약속했잖아요. 범인을 죽일 거라고.”

 

... 당신은. 당신이라면 범인을 죽일 수 있겠습니까?’

‘만약에 그런 상황이 온다면. 범인을 죽이지 않고는 이 상황을 끝낼 수 없다면...... 그 땐 제 손으로 죽일 겁니다. 무의미한 희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하늘이의 말에 전태성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그는 범인이 연약한 여자여도 상관없이 죽일 수 있냐고 물었었다. 범인이 하늘이 인 것을 알고 있었던 거였겠지. 그는 이런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인가? 그래서 나에게 죽일 수 있냐고 물으며 죽이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걸까.

모르겠다. 알 수 없었다. 그에게 직접 듣지 않는 이상 정확히 무슨 의미였는지 알 수 없었다.

시선을 살짝 돌렸다. 전태성이 눈에 비쳤다. 옆구리에 덧댄 옷을 피로 물들이며 새된 숨소리를 내뱉고 있는 것이 보였다. 피는 어떻게 멎었지만, 빠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면 죽을 것이다.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었다. 망설일 틈이 없었다.

다시 하늘이를 바라봤다. 곧은 의지를 지닌, 결연한 검은색 두 눈동자가 나를 직시하고 있었다. 나에게 죽음을 갈구하고 있는 두 눈동자가 있었다. 죄를 지은 자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하게 여겨지는 두 눈이었다.

나는 차마 그 두 눈동자를 마주 바라볼 수 없어 눈을 감았다. 이건 명백히 살인행위였다. 어설픈 자기합리화 따위로는 벗어날 수 없는 살인행위. 그 죄책감은 아마 평생 벗을 수 없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건 벌이였다. 과거에 지었던 죄에 대한 벌. 내가 짊어져야 하는 짐이다.

나는 두 눈을 꽉 감은 채 손가락으로 천근만근처럼 무거운 방아쇠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잡아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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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과 댓글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욕설이 안 써져서 필터링 했어요.



기나긴 여정이 끝을 맺었네요. 끝까지 봐준 님들에게 감사와 사랑을 표합니다. ㅠㅠ

저녁에 에필로그 및 후기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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