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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객(passenger).10
게시물ID : panic_903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스머스의눈
추천 : 0
조회수 : 48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8/28 21: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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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자네는 나를 잘 알아. 내 안에 있는 그것들이 편집증적 망상 환자들의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 말이야. 내 속에 있는 그들, 그것들, 그놈들.’은 결코 망상이 아닐세, 놈들은 내 몸속에 들어있는 실존체들이야.“

거센 바람에 나풀거려서 지안이 풀고 있는 붕대는 고르게 떨어지지 않았다. 폭풍이 점점 거세게 계곡쪽으로 몰아치고 있었다.

마지막 매듭이 풀리는 순간에 동률은 침을 꿀꺽 삼켰다.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 했다. 어느 정도는 예상해두고 있었다. 지안의 몸속에 그의 것이 아닌 다른 신체가 숨겨져 있단 사실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매듭 속어서 풀려난 지안이 몸에 생겨난 그것들은, 모든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온 몸에 솟아난 오돌토돌한 돌기, 두꺼비처럼 축 늘어난 피부, 종양이 자라난 부위마다 시커먼 흑막이 덮인 그 눈, 검은 눈이 생겨나 있었다. 이제야 동률은 지안이 그간 겪어왔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는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마음과 싸우고 있었다.

떨리는 손을 소매춤안으로 넣었다. 그는 러시아제 권총을 손으로 매만졌다. MP 446의 최신형 버전이었다. 하지만 차마 총을 꺼내들 수 없었다. 그가 지안과 함께 보낸 26년간의 추억이 그런 행동을 막고 있었다. 그 오래된 우정을 지난 두달여간의 기억과 차마 맞바꿀 수는 없었다.

도망가. 나를 쏠 수 없다면 도망가. 어서 도망치란 말이야.” 그런 말이 들려오는 듯 했다. 그것이 실제로 지안이 하는 말인지는 분간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후들거리는 다리는 도망치는 행동조차 불가능하게 했다.

지안이 손을 들어올리는 것이 보였다. 손바닥에 자란 커다란 검은 눈이 자리잡혀 있는 끔찍한 왼손이었다. 그의 왼손은 기형적으로 재생되어 있었다. 사람의 손이 아닌, 가재나, , 기타 등등의 어류나 양서류의 손을 연상시키는 그런 것으로 말이다.

지안에게는 눈앞에 선 남자가 도무지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저런 남자와 이십 년 넘도록 우정을 쌓아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남자는 단지 징그러운 해충일 뿐이었다. 물론 그 자신의 본래 마음은 아니었다. 그들이 요구하는 명령이었다.

동률은 비명을 질렀다. 손을 뻗어 총구를 겨냥했지만, 총성은 단지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손이 거대한 뱀의 몸통처럼 동률을 향해 뻗어왔다.

동률은 그제서야 등을 보이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갈밭은 뜀박질을 하기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몇걸음 뛰지도 못하고 그는 돌무더기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는 필사적으로 몸을 뒹굴거리며 검은 손아귀에게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쳤다.

하지만 죽음의 손은 그를 그냥 놔두지 않앗다.

검은 손이 동률의 얼굴을 비춰졌다. 오직 이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공포를 목격한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겁에 질린 얼굴이었다. 죽음의 손이 그를 덮치기 전에 공포감이 그를 질식시켰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가 비명소리를 내질렀지만, 이윽고 내리친 번개가 그의 소리마저 집어삼켰다.

마지막으로 검은 손이 보여준 것은 하늘이었다. 시커먼 먹구름이 사방을 집어삼킨 검고 어두운 하늘이었다. 비가 마구 쏟아져 내릴 것 같은 폭우 잔뜩 머금은 검은 하늘이 이 끔찍한 현장을 지켜본 유일한 증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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