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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시간] 1. 아파트의 세상
게시물ID : panic_913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Y-
추천 : 7
조회수 : 81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10/27 23: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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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세상에는 이름 있는 요괴나 귀신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엔 의외로 비 상식이 가득하다.


아무도 모르지만 그들은 있다.


다만 그들은 결국 있어선 안되는 존재기에 그들을 보내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문서를 둘러 보고 있다.


오늘은 의뢰가 딱 하나 와 있었다.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 대한 이야기이었다.


매일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아파트에 들어갈 수가 없다는 말이었다.



음..


사실 별로 오늘은 일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아까 좀 안 좋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은 그저 쉬고 싶었다.



그래도 오늘 벌지 못하면 내일 밥도 못 먹는다.


어쩔 수 없이 겉옷을 챙겼다.



밖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 상태라면 스쿠터는 못 써먹겠군.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탔다.


카드를 찍고 맨 앞자리에 앉았다.


창문에는 빗물이 주룩주룩 흐르고 있었다.



덜컹, 덜컹 거리면서 잘도 간다.


그렇게 생각하던 중 아파트가 눈에 들어왔다.


카드를 찍고 내렸다.



역시 아직 재개발 전이라 그런지 많이 낡았다.


버스 정류장도 전광판 하나 없이 그냥 표지판 하나 있을 정도로.


교통사고 위험이라는 표지판마저 색이 바래고 반 쯤 찢겨있다.


수퍼마켙 이라는 간판이 홀로 앞에 걸려있는 것을 보며 더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다.



마치 그곳은 ‘과거’에 멈춰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과거’?


다시 찬찬히 바라보았다.


세상이 약간 누렇게 바래있었다.



그제서야 저 곳이 본래의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누렇게 바랜 세상은 마치 길같이 쭉 이어져 있었다.


경계는 확연했다.


하지만 나는 경계를 넘지 않고 ‘과거’의 세상을 따라 걸었다.



쭉 걷고 있었지만 역시 아무것도 없는 조용한 동네다.



아무도 없다.


경계를 따라 모퉁이를 돌자


아파트가 나왔다.



역시.


그 이름 없는 무언가가 만들어 낸 것이다.


약간 터무니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그냥 지박령 하나 퇴치하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어쨌든 나는 ‘과거’의 세상을 따라 올라갔다.


올라갈수록 옅어지다가 결국 문 앞에서 사라져버렸다.



그곳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손잡이를 잡았다.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순간 문이 스스로 열리기 시작했다.


손잡이를 돌리지도 않았는데.



그곳엔 무언가가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남자였다.



그는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의 주위는 짙은 붉은색의 빛이 덮고 있었다.


그 누렇게 바랜 세상은 그가 만들어 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에게 다가갔다.



한 발짝 내딛는 순간 튕겨져 나갔다.


강하게 뒤의 복도에 밀쳐졌다.


파삭하고 벽이 금이 갔다.



반만 벽으로 되어있는 개방형 구조였기에 정말 죽을 뻔했다.


지금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나는 일단 아파트에서 나왔다.



일단 담배를 한대 폈다.


조금 마음이 편해진 것 같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과거’의 세상 말고는 그냥 좀 오래된 마을이었다.


가로수들도 그렇고 고물상 같은 것도 그렇고..



저기 동사무소나 파출소도 많이 낡아 보였다.


동사무소라.


찾아가 보았다.



동사무소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단순히 말해 그냥 있어야 할 사람들만 있었다.


나는 그 아파트에 대해 물어보았다.



뭐. 당연하게도 아무런 말도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나가던 나를 불러 멈춰 세운 것은 한 할아버지였다.


그는 단지 한마디 말해주었다.


그곳에선 한 부녀가 살았었다고.


그는 정말 한마디만 하고 입을 다물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왔다.


수확이 없다.


이 상태로는 이 사건은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경계를 넘어야만 하는가.



잠깐 고민했다.


뭐, 어쩌면 영영 돌아올 수 없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내일 밥이 더 중요하다.



정류장 너머 경계에 손을 넣었다.


자연스럽게 이끌려 경계를 넘었다.


세찬 빛에 눈을 질끈 감았다.


깊게 고동 치며 울리는 소리가 멈추고 빛이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눈을 떴다.


그곳은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활기차고,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다만 빛이 바래있었다.


전부 흐릿하게, 그림 그린 듯이.



다만 정류장에 앉아있는 한 아이 만은 선명했다.


벌써 큰일이 되어버린 듯 하다.


이 세상에 휩쓸려 버린 것인가.



나는 그 아이에게 다가섰다.


“뭐하고 있니??”


“아빠가 이상한 사람이랑 말하지 말라 했어요.”


가정 교육은 확실히 잘 받은 듯 했다.



“이상한 사람이 아니란다.”


주머니를 뒤적였다.


분명 담배 떨어졌을 때 먹으려고 했던 사탕이..


아, 있다.



“자아, 사탕을 줄께! 대신 몇 가지 물어봐도 될까?”


“계피 맛이잖아요. 아줌마는 아직 초보네요.”


아직 계피 맛을 알기엔 어린 아이였나.


그리고 난 결코 아줌마라 불릴 나이가 아니다.


“뭐, 됐어요. 그래서 뭘 물어보고 싶으신 건데요?”


의외로 쉽사리 풀렸다.



“음.. 그렇다면..”


“저 이제 집에 갈 시간이라 걸으면서 얘기할 수 있을까요?”


나는 이 꼬마 애한테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빛바랜 세상을 따라 걸었다.


주변의 세상은 마치 그린 것처럼.


아니다.


사진의 핀트가 어긋난 것처럼 흐릿한 모습이었다.



“언제부터 이 곳에 있었니?”


“2년인가.. 3년인가.. 잘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너는 지금 너의 상황을 알고 있니?”


“뭐.. 알고 있어요. 집에 가고 싶어도 못 간다는 것 말하시는 거죠?”


역시 이 아이는 이 곳에 삼켜진 모양이다.


그걸 자각 했다는 것은 역시 이 아이, 평범하지 않다.



“음? 그렇다면 집에 간다는 것은 무슨 뜻이야?”


“아줌마는 스스로 들어오셨잖아요. 스스로 나갈 줄도 알겠죠.”


“어른이 설마 앞 일도 생각 안하고 들이댄 건 아니겠죠?”


“당연하지.”


사실 모른다.


“잘 됐네요.”


아이는 걸었다.



“참 이 동네는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말로만 들어보면 한 20년은 산 것 같구나.”


“아줌마보단 어른스럽지 않을까요.”


흠.


“너 소크라테스가 말한…”


“네에 네에. 아줌마 똑똑해요. 참 어른스럽지 못하다니까.”


젠장. 속았다.



“됐다 됐어. 어쨌든 이 동네를 아나 보구나.”


“뭐..”


“저기 저 구멍 가게 보이죠. 저 곳은 제가 자주 다녔던 곳이에요.”


“저기 피아노 학원도 매일같이 다녔죠.”


“아, 이 동물 병원도 몇 번 놀러 갔어요. 친구가 살았었거든요.”


“그리고 저건 제가 다닌 초등학교구요.”


“참, 정겨운 동네로구나.”


“그렇죠! 이 곳이 제 고향이라는 거죠!”


아이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줌마 얘기나 해보죠.”


“꼬맹이가 말은 참 잘한다니까. 그리고 아줌마가 아니라 언니야.”


“그래서 아줌마는 연세가?”


이 이상한 세상 안이니까 때려도 되는걸까.


파출소가 보여서 일단 넘어갔다.



“28.”


“욕한 거에요? 옆에 파출소 있어요”


“나이 말이야.”


“위트가 없으시네 반 오십 넘으셔서 그런가.”


“내가 어른이라는 것을 다행히 생각하렴.”


암.


나는 어른이다.


이성적으로 움직이자.



“이번엔 내가 물어보지. 넌 어디 살고 있니?”


“근처에요. 어딘진 가보시면 알겠죠.”


음…


뭐 일단 넘어가자.



“이번엔 제 차례네요.”


“아줌마는 왜 머리가 짧아요? 게다가 머리 색은 또 휘황찬란하시네?”


“심문하니?”


결코 이 아이는 내 호칭을 바꿀 생각은 없나 보다.



“머리는 뭐.. 그냥 긴 머리가 싫어서.”


“머리 색은 자연이야.”


“아~ 자연색으로 붉은색이 나오는구나~”


사실이라 뭐라 할 말은 없었다.



“그럼 이번 내 차례네. 누구랑 같이 살고 있니?”


“아빠랑 같이 살고 있어요. 엄마는 절 낳고 바로 돌아가셨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한번도 본 적 없죠.”


“어머. 나랑 비슷하네.”


“아줌마도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난 두 분 다 얼굴도 몰라.”


“그건 참.. 안됐네요.”


“그러게.”



부모님은 죽었다.


해리 포터도 아니고 나를 지키시다 돌아가셨다.


그래서 나에게 능력이 깃들었더라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지만.


그냥 개죽음이다.


자신에 부모에게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그건 개죽음이다.


차라리 나도 같이 죽었다면..



“아줌마.”


“응?”


“제 얘기 듣고 있어요?”


“어.. 뭐였어?”



“좋아하는 사람있냐구요.”


“좋아하는 사람이라..”


흠.


좋아한다는 것을 나는 잘 모른다.


그런 삶이었다.



“좋아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같이 사는 사람이 있어.”


“같이 살면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뭐.. 돈이나 그런 게 있으니까. 그쪽에서도 나에게 특별한 마음 같은 건 없어 보이고.”


“그러니까 이번에 그런 일이.. 아니다.”


“뭐. 그 정도면 알겠네요.”



“숫처녀이시군요.”


“...”


반박할 수가 없는 현실이 잔혹하다.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뚜벅 뚜벅 소리만 울려 퍼졌다.



“꼬맹아.”


“네?”


계단을 거의 다 올라왔다.



“넌 어디까지 알고 있니?”


“네?”


계단을 다 올라왔다.



“그럼 질문을 바꿔볼까.”


꼬맹이를 바라봤다.


그 문 앞에서.


끝 앞에서.



“올해가 몇 년도이지?”


“1996년이잖아요.”


“이 세상에 들어왔을 때 1996년이었으니 지금은 1998년 정도 되었겠네요.”


역시.



“여기, 너희 집이지?”


“네. 맞아요. 하지만 못 들어가서..”


깊게 심호흡을 했다.


“넌 이곳에서 나갈 수 없어.”



“이미 넌 죽었어.”



그 아이는 굳었다.


“무슨..”


“올해는 2016년이야.”


“그리고 또..”


“잠깐.”


아이는 말을 끊었다.



“아줌마는 거짓말쟁이군요.”



“이건 진실이야. 너는 이제…”




“거짓말쟁이거짓말쟁이거짓말쟁이거짓말쟁이거짓말쟁이거짓말쟁이거짓말쟁이거짓말쟁이거짓말쟁이거짓말쟁이거짓말쟁이!!!”




갑자기 주변이 요기가 모이기 시작했다.


난리 났다.


악령이 되어버리면 가망이 없다..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장난이에요.”


슥 하고 주변이 잠잠해졌다.



“알고 있었어요. 전부.”



“그냥 아줌마가 놀라는 모습을 보고 싶었어요.”


“그..그거 한번 성공적이구나.”


잘못해서 제령해버릴 뻔 했다는 것은 지나가자.



“아줌마는”


“아니, 당신은 아버지를 구해주실 건가요.”


“응.”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는 웃었다.


오늘 가장 화창한 웃음이다.



“그럼 이거 받아주세요.”


토끼 인형이다.



“당신을 믿어요.”


“그래. 맡겨줘.”


나는 결계를 빠져나왔다.



이 문부터는 결계와 떨어져 있다.


문을 열었다.


붉은 색으로 덮힌 남자가 그곳에 있었다.


이제 끝마칠 때다.



“아아.”


“당신 딸을 만나고 왔습니다.”


“물론 당신이 만든 세상에서 말이죠.”


붉은 소용돌이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



문으로 한 발짝 들어갔다.


“참 완벽한 구현이더군요. 1996년 그 때같이.”


“그 아이가 있다는 것 까지요.”



“버스 정류장이 힌트였죠.”


“정확히는 그 옆의 표지판.”


“교통사고 위험.”


“아래에 희미하게 1996.03이라고 적혀있었어요.”


“누가 적었는지는 모르지만.”


사실 대충 추리하자면 그것은 이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잊지 않기 위해 적은 것이다.


그 날을.



“그 표지판이 만들어지게 된 이유죠?”


“그 아이는 죽은 거에요.”


“당신은 아내를 잃고, 자식마저 잃은 것이죠.”


“그렇게 죽을 때 까지 잊지 못했어요.”


“죽고 나서도 잊지 못했죠.”


그래서.



“그래서 이 세상을 만들어 졌죠.”


“노을의 세계, ‘과거’의 세계.”


“그 아이 만을 위한 세계가.”


주변에 핀트가 어긋나 있었던 이유다.


오로지 그 아이 만을 바라보기 위한 세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빛바랜 세상인 것이다.



“다만 깨달아야 합니다.”


“당신도, 그 아이도 결국 죽었다는 것을요.”


그것은.


결코 돌아올 수 없는.


결코 바뀔 수 없는 진실이다.



돌연 다시 그가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 아이를 위해서 깨달아야 합니다.”


“그 아이. 그곳에서 2년 동안 있었다고 말했지만.”


“실제론 20년 정도겠죠.”



그런 아이 같지 않은 모습은 당연하다.


그 아이는 거의 20년을 더 살아온 것이다.


겨우 500m 정도 밖엔 안 되는 이 작은 세상에서.



“이젠.”


“놓아줄 때 아닐까요.”



그 아이는 아버지를 도와 달라고 말했지만.


가장 고통 받았을 것은 그 아이였을 것이다.



“그 아이가 당신에게 전해 달라는 것이 있어요.”



나는 그에게 다가갔다.


붉게 빛나고 있었지만 밀쳐지진 않았다.


토끼 인형을 그의 앞에 뒀다.



“이제 끝낼 시간입니다.”



그는 그 토끼 인형을 바라보더니


이내 붉은 색은 사라졌다.



다만 그 토끼 인형을 안았다.


안고.


울었다.


마치 잃어버린 무언가를.


애달프게 찾던 무언가를.


드디어 찾아낸 사람 처럼.






세상은 변했다.


그 과거의 세상은 사라지고 더 이상 없었다.



아까 그 파출소에는 아무도 없었다.


피아노 학원의 자리는 이미 철거되고 아무 것도 없었다.


초등학교는 이미 문을 닫고 짙게 잡초만이 뒤덮고 있었다.


동물 병원 자리엔 작은 술집만이 있었다.


더 이상 그 활기찼던 동네는


이곳에 없다.



구멍가게가 보였다.


저 곳 만은 변하지 않았나 보다.


조금 먹먹해졌다.



1996년의.


그 아이의 시간은.


이 곳에만 있기에.



잠깐 들어가 담배를 사고 나왔다.


담배 한 대를 피고 걷는데


저 멀리 버스 정류장에 누군가가 있었다.



나는 살짝 웃으며 담배를 껐다.


어린 아이에게 담배는 않좋지.



“고마워요.”


“뭐. 고마울 것 까지야.”


“당신은 어디까지 알고 있었다는 건가요?”



“뭐..”


“우선 너는 이곳에서 죽었어. 이유는 교통사고겠지. 너가 준 힌트 덕에 확실해졌어.”


“저 표지판은 너가 죽고 나서 만들어진 것이겠지.”


“그리고 너의 아버지는 너를 잊지 못했고, 너는 이 곳에서 벗어나지 못했겠지.”


“그리고 너의 세계가 원래의 세계를 침식한 것은 2년 전부터.”


“한 마디로 네 아버지가 죽고 나서.”



“뭐. 전부 맞아요.”


“네. 저는 죽었어요.”


“분명 신호는 파란 불이었는데 말이죠.”


“눈을 떴을 때는 전 다시 이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있었어요.”


“죽었다는 사실은 깨달은 것은 2년이 지났을 때였죠.”


“그리고.. 뭐 지금까지 계속 있었다는 얘기에요.”


“아. 당신이 20년 동안 처음으로 만난 사람이에요.”



잠깐 조용해 졌다.


그 아이에겐 붉은 색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 뭐 이제 가야 하니까. 가기 전에 한 마디 전해 드릴께요.”


“그 사람이랑 화해하세요.”


음?



“무슨 소리야?”


“그 왜 있잖아요. 좋아하신다는 그 분이요.”


“아니. 음. 좋아 한다는 마음을 잘 모른다니까. 애당초..”


“네네. 알겠어요. 숫처녀씨.”


마지막 까지 이 녀석에겐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마지막으로 한 개 묻고 싶은 게 있었어.”



“그 토끼 인형은 결국 뭐였던 거야?”


그러자 그 아이는 살짝 웃었다.



“아빠가 20년 동안 찾아다닌 거에요. “


“20년?”


“그 날, 아빠와 전 싸웠거든요. 그 토끼 인형을 아빠가 사주지 않았기 때문이죠.”


“제가 죽고 난 뒤에 사려고 했지만 그 토끼 인형은 이미 팔리고 없었다고 해요.”


“그것을 20년도 넘게 마음에 담고 있었던 것이겠죠.”



그가 울고 있던 그 모습을 떠올렸다.


그 서러움은 그랬던 것이다.



“이젠 괜찮겠죠. 당신 덕분에.”


아이는 살짝 웃었지만.


그 웃음 뒤에는 씁쓸함이 담겨있었다.



“그러고 보니 너 원래 살아있었다면 나랑 몇 살 차이 안나더라.”


“그랬다면, 좋은 친구가 됐을 텐데.”


진심이었다.



“후후. 원령이 될 정도로 아쉬운 일이긴 하지만.”


“전 이미 죽어버렸어요.”


“그러게 말이다.”


“그러게요.”


단지 하나.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이렇게도 안타까운 것일까.


아이는 일어났다.




“그럼 이제 가볼게요.”


“더 이상 이 세계에 있을 수는 없거든요.”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20년간 이 곳에 묶여 있었던 시간 동안 가장.”


“그건 참. 고마운 일이네.”



그 아이는 돌아서서 걸어갔다.



“잠깐만.”


“왜요?”


나는 그 아이에게 던져주었다.



“가는 길에 가져가.”


“후후. 정말.”


“언니도 발전했네요.”


후후,하고 웃은


그 아이는


울고 있었다.



“정말 고마웠어요.”


“나야말로.”


“잊지 않을게.”


“후후. 언젠가 다시 볼 수 있기를.”



그리고 세상은 닫혔다.



그리고 버스가 왔다.


버스에 타서 밖을 바라보았다.



그 세상은 역시


사라져 버렸다.



오늘 있었던 일을 잠깐 생각했다.


참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


언젠가 잊혀질 일이지만.



하지만


레몬 사탕을 흔들며 웃는 그 아이의 모습은


잊지 못할 것이다.



살짝 웃으며 계피 사탕을 씹었다.


역시 계피 사탕이 맛있다니까.



뺨에 흐른 한 방울 슬픔을 닦아내며


나는 살짝 웃었다.


출처 새로운 시리즈 입니다!

이번 편은 좀 길게 썼네요.

시리즈 물은 3,4일에 한번 올라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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