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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까치의 습성
게시물ID : panic_921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닷디
추천 : 34
조회수 : 7863회
댓글수 : 29개
등록시간 : 2017/01/17 21:4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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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까치라는 새에 대해 아는가?
참새와 비슷한 작은 새인데, 이 새에게는 독특한 습성이 있다.
떼까치는 벌래나 개구리, 쥐 등의 먹이를 사냥하고 나무가지에 꿰어서 매달아놓는다.
귀여운 외모와 다르게 꽤나 섬뜩한 습성인데, 이를 "떼까치의 하야니에(もずのはやにえ)"라고 한다.
나는 이 하야니에의 흔적을 어렸을 때 몇 번 봤었다.


아마 10살 겨울 방학 때 였을 것이다. 그 무렵 맞벌이로 바쁜 부모님은 매년 방학만 되면 나를 시고쿠 지방의 할아버지 집에 맡겼었다.
할아버지가 사는 마을은 그야말로 산골 깡촌이었다.  내 또래 아이는 커녕, 젊은 사람이 아예 없는 그 동네에서 나는 항상 심심했다. 그 예외가 있다면 TV에서 애니메이션이 하는 시간정도였다.
항상 심심해하는 나를 위해서 할아버지는 간혹 나를 산으로 데려가셨는데, 그 때 할아버지는 생물선생님처럼 산 위의 생태에 대해 자상하게 설명해주셨다.

예를들면, 눈 위에 난 발자국이 멧돼지의 발자국이라는 것, 이 버섯은 독버섯이니 먹으면 큰일난다는 것 등등.
기본적으로는 산을 돌아다니며 발견한 것에 대해 할아버지가 설명해주셨지만, 가끔은 내가 질문할 때도 있었다.
어느 날 나는 나무가지에 커다란 메뚜기 한마리가 꿰어죽어있는걸 보고 이게 뭐냐고 할아버지한테 질문했었다.

"그건 하야니에구나."

"하야니에?"

"떼까치가 먹이를 나무에 꿰어놓는거야. 이렇게 꿰어놓고 나중에 배고플 때 와서 잡아먹는단다."

"우와"

나는 하야니에가 꽤나 마음에 들었었는지, 그 이후로 간간히 하야니에의 흔적을 찾아낼 때 마다 할아버지한테 말하고 깔깔 웃어댔었다. 할아버지도 그런 나를 훈훈한 눈으로 보았었다.


그리고, 방학이 중간쯤 지났을 무렵, 그 날도 나는 할아버지와 함께 산에서 놀고 있었다. 나는 그 때도 하야니에에 꽂혀있어서 눈을 빛내며 하야니에의 흔적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은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아서 나는 심통한 기분으로 하늘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내렸다.

그 정면에서 멀리있는 나무가 보였다. 겨울이라 나뭇잎 하나 없이 앙상한 그 나무는 수령이 꽤 됐는지 상당히 굵어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 나무 꼭대기에서 목적하던 것을 찾았다. 너무 멀어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커다란 무언가가 나무 꼭대기에 꿰어져 있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수백미터 밖에서도 형태가 보일 정도로 커다란 것을 나무에 꽂을 수 있는 새가 있을 리 없었지만, 당시 어렸던 나는 그걸 거대한 떼까치가 했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나는 신나서 할아버지를 불러 그것을 가리켰다.

"할아버지 저것 봐!! 엄청 큰 떼까치가 있나봐!!"

"응? 어디보자..."

그리고 내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 본 할아버지의 표정이 갑자기 굳었다. 그리고 내 손을 꽉 잡고 마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태도에 놀란 나는 할아버지를 계속 불렀지만, 할아버지는 중간중간 고개를 돌려 뒤를 보면서 묵묵부답으로 빠른 걸음으로 산을 내려갈 뿐이었다.
무서운 표정으로 자꾸 뒤를 돌아보는 할아버지를 따라 나는 당혹한 심정으로 뒤를 돌아보아 할아버지의 시선을 쫓았다. 그리고 그때서야 내 눈에도 보였다.


하야니에의 옆에 있는 나무 위에 무언가가 서있었다. 전신이 새까맸지만, 새하얗게 반짝이는 눈매만은 흉흉한 기세로 우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이후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서둘러 산에서 도망친 나와 할아버지는 신사로 가서 제령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술을 한모금 삼키고 얼마 후 나는 잠들었던것 같다.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나는 차 안에 있었고, 운전석에는 언제 온건지 아버지가 운전을 하고 있었다. 나는 어떻게 된건지 물었지만 아버지는 그냥 자라고만 하실 뿐 아무 말도 안하셨다. 그대로 나는 집으로 돌아왔고, 그 이후로는 방학이 되어도 할아버지 집에 가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해 가을, 할아버지가 산에서 실종됐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아버지는 아무 말 안하셨고, 솔직히 나도 가능한 알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오랫동안 잊고있던 기억이었던 것이다.

오늘 아침에 별 생각없이 본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떼까치의 하야니에 습성이 나왔다. 그리고 잊고있던 내 기억도 동시에 되살아났다.

다큐멘터리는 하야니에가 사실 먹이를 보존하는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나무에 꽂아둔 먹이를 먹을 때도 있지만 먹지 않을 때가 더 많다고 한다.

그 때 봤던 새까만 그것은 어땠을까?
먹이를 보존했던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것일까?

궁금하긴 하지만 굳이 알고싶지는 않다.
나는 아직도 산에 가지 않는다.
출처 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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