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내용은 1년전 휴가나왔을때 이야기입니다.
이빨에 이물감이 느껴진곳은 아주 예전에 신경치료와 크라운을 씌운 오른쪽 윗 어금니다
중학교때 치료했는데 아직까지 말썽을 부리지 않았으니 참 치료가 잘됐다.
그런데 잠깐의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볼이 팅팅 부어있다. 확실한건 아픔 때문에 깨어난것 같다.
크라운을 씌운 어금니는 흔들거리고 그 주변의 이빨들까지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 이거 돈좀 깨지겠다 x됐다"
바로 집앞 치과를 들려 의사와 접촉했다. 눕기 싫은 의자에 앉기도 전에 의사가 내 볼따구 상태를 보자마자
구석에 마련되어 있는 엑스레이실로 안내했다.
난생 두번째로 찍어보는 엑스레이를 기다리는 동안 욱신거리는 아픔보다 돈의 압박이 더 컸다.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의사는 말했다
"이거 너무 심각한데 안뽑으면 큰일이겠는데요?"
사진을 보여주며 심각함을 강조했다.
"이 부분이 예전에 신경치료 했던 크라운이고 그 크라운 위쪽에... 그러니까 뿌리가 다 썩어서 아무것도 안보이네요."
내가 눈으로 봐도 크라운은 확실히 다른 이빨에 비해 강렬했지만 다른 이와 비교되는점이 딱 하나 있었다.
바로 뿌리가 없다는점, 공중에 떠있는듯한 크라운은 기묘하기까지 했다.
발치를 하는건 문제가 없다고한다. 대신 그 발치한 자리에 빈공간이 생기게 되면 양옆에있던 치아가 무너지고
더 큰 참사를 초래한다고 한다. 의사는 어두운 미래만이 남아있다는 절망적 선고를 날렸다.
물론 여기서 자본의 힘을 빌려 자신의 전문지식과 현란한 손놀림으로 이 모든걸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문제는 자본의 힘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낮잠 한번 자고 일어났더니 최소 수십만원이 깨지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참으로 비싼 낮잠이다.
일단 난 처음으로 신경치료를 받았던 치과로 곧장 달렸다. 아무래도 처음 시공한곳에 가서 봐야 더 잘 알것이 아닌가?
다행히 사람이 별로 없는 오후시간대라 바로 누워 발치만은 제발 이라는 주기도문을 외우며 의사를 기다렸다.
"어쩐일로 왔어"
내가 중학교때부터 학원보다 치과를 더 많이 방문 했을것이다. 그렇기에 구면인 의사는 다 커버린 나를 아직도 중학생 취급한다.
아무튼 대략 여기까지 오면서 겪은 대여정의 스토리를 들려주고 입을 벌렸다.
"이물질 껴서 염증 생겼구만"
발치는? 임플란트는? 브릿지는? 아직 아가리를 벌리고있는 나에게 말 할 권한은 전적으로 의사에게 있다.
어렴풋이 보이는 실과 주사기 여러개가 눈위를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5분정도 지났을까 나는 말 할 수 있는 권리를 되찾았다.
"이빨 안뽑아도 돼요?"
의사는 내 오래된 차트에 무엇인가 끄적이면서 말했다
"이걸 왜 뽑아"
사실 이 신경치료한 부분도 치료받기전 엄청나게 썩어서 모든 치과가 뽑아야한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이곳만 유일하게 살려보겠다고 했었다.
"이거 안뽑아도 될거같은데 최대한 살려볼게요~ 일단 지켜봅시다 암만 이빨 심어봐야 자기 이빨만 하겠습니까" 하면서 살려낸 치아가 내 크라운이다.
그렇게 치료받고난 후 3일 뒤 감쪽같이 잇몸이 가라앉고 흔들리지도 않게됐다.
그 뒤로도 충치가 보여서 치료하러 갔다가 강제로 무료 스케일링받고 잇몸으로 피를 쏟아낸적이 있다.
만약 내가 거기서 발치를 했다면 먹는 즐거움이 한층 덜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