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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상상
게시물ID : panic_941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콜디스트윈터
추천 : 13
조회수 : 2140회
댓글수 : 18개
등록시간 : 2017/07/03 04:04:12
직장동료아가씨 둘이 연필을 책상위에 세우는 놀이에 열중하고 있는 상황을 물끄러미 보고있었다.

그들의 하찮아 보이는 놀이는 그들에겐 전혀 하찮지 않았었는지 그들은 정말 너무나 열심히 연필 두자루를 멋지게 세워놓느라 골몰하고있었고 뭐가 재밌는지 실패할때마다 재밌다는듯 웃고있었다.

그걸 쳐다보며 무심코 그 앞으로 지나가던 나는 우연히도 그 책상에 삐져나온 서랍장에 발이 걸렸다. 별로 힘을 싣지 않았던 먼저 디딘 발이 균형을 잃고 그들이 놀고있는 위로 맥없이 쓰러졌다.

그리고 마침 정확히 서있던 연필들과 내 두 안구의 위치가 잘 맞아있었다는걸 깨달았고 그걸 깨닫는순간 그 연필들이 내 눈에 다가오는것이 보였다. 이후는 엄청나고도 설명하기 힘든 거북스런 아픔이 몰려왔으며 동시에 모든 시야가 사라졌다.몸을 일으키자 주변에 무시무시한 비명소리가 들린다.

얼굴을 만져보고 나는 그 연필들이 내 안구를 뚫고 뒷통수까지 뚫고 나온걸 더듬어 느낀다.그쯤되면 즉사라도 하는줄 알고있던 나는 내가 생각보다 멀쩡히 있는 사실에 몸서리 친다. 연필을 갖고놀고있던 그들은 내 옆에서 비명만 지르고 있다. 그중 한명이 내눈에 박힌 연필 하나를 빼려고 손으로 잡는다. 그 순간 나는 비명을 지른다. 그것이 마치 감전된듯한 아픔을 내게 안겼기 때문이다.

통증과 절망감에 사로잡혀 나는 아무것도 보이지않는 상태 그대로 뒷걸음질 쳤다. 당연한 결과겠지만 나는 다시 주변의 정체모를 사물에 발이 걸려 뒤로 쓰러졌다. 문제는 바닥의 푹신한 카펫에 내 뒷통수로 빠져나온 연필끝이 살짝 박힌것이며, 쓰러지면서 약간 몸을 움직였을때 카펫에 박힌 연필은 고정되있었기에 그에 박혀있는 내 머리의 상처가 더 벌어졌다는것이다.연필은 가만히 있고 내가 움직인 결과였다. 여전히 나는 살아있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쓰러지면서 뭔가를 다시 건드린것을 단지 수초만에 깨닫게..아니 깨닫지도 못하게 된다.

어쩌면 이건 자비로운 일일수도 있겠다.

나는 쓰러지면서 뭔가를 잡아당긴것이다. 내가 잡아당긴건 책상위의 책장에 깔려있던 책상위의 천 덮개였고 내가 쓰러지며 힘껏 당긴 천덮개에 같이 딸려내려온건 그 책상위의 책이 가득 담긴 무거운 책장이었다. 바로 그것이 내 얼굴위로 쏟아졌다.

책장은 연필도 그에 박힌 내 머리통도 사정없이 뭉개어 그때까지 계속되고있던 내 고통을 종결지어 주었다.그것에 당하는 순간까지도 선명하게 의식을 가졌다는건 전할 방법이 없어 아쉬운일이다. 나는 심지어 내 두개골이 부서지는 소리까지도 들었으니까..그 우드득 하는 소리. 그리고 내용물이 뭉개질때 나는 비릿한 냄새까지도 의식이 소멸하기 직전까지 감지할수 있었다.

이 사건의 가장 큰 문제는 아마도 내 시신의 도저히 눈뜨고 못봐줄 꼴사나운 몰골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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