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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상상2
게시물ID : panic_9435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콜디스트윈터
추천 : 2
조회수 : 65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7/20 05:45:05
친구와 내가 즐겨 다니던 길...그만큼이나 안락하고 아름다운 길이 또 있겠는가 생각하던 길이었다.

우린 함께 점심을 먹고 시시한 농을 주고받으며 그 길을 여느날처럼 걸었다.

물론 남들보기엔 시시할지라도 우린 짐짓 진중하고 무거운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서로의 어휘와 문장의 수준을 대결하듯 뱉으며 우린 그 길을 걷고 또 걸었다.

익숙함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그것은 문제가 발생해도 곧바로 인지하기 어렵다는것이다.

처음에 난 친구녀석이 뭔가 나에게 장난치는게 아닐까 생각했다.상당히 공들이고 정교하게 구성한 쇼를 내앞에서 실행하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했다.
발단은  약간의 바람소리 혹은 대기움직임..그런 감각이 얼굴주변에 와닿는것이었다.

그 대기움직임은 내옆의 친구녀석의 정수리에서 발산된것이었다는걸 깨달은 순간 녀석의 눈이 불쑥 튀어나오는게 보였다.
사람들중엔 눈을 쑥 내미는 능력을 가진 괴이한 경우도 있었으니 순간 이녀석이 혹시 그런 재주가 있나 했다. 그러나 녀석의 정수리를 보고 그것이 정말 물리적으로 녀석의 머리통에 눈알이 들어찰 공간이 부족하여 생긴 일임을 알게된다.

녀석의 머리에 왠 철근 줄기가 박혀들어가있었고 내가 보고있는 그 순간에도 그것은 매우 높은곳에서 떨어진 기세로 녀석의 한가운데를 관통중이었다. 그 짧은 순간 인간의 몸을 관통하는 소리가 그렇게 복잡하단걸 알게 되기도 했다.

한0.5초정도의 시간이었다. 그 시간동안 철근은 내 얼굴에 부려댄 대기의 움직임을 머금은채로 녀석의 눈알을 밀어내며 정수리에 박히면서 녀석의 목.그리고 등골 그리고 녀석의 항문에 이르기까지 순식간에 관통해내려가버렸다.

그뿐이 아니었다. 그렇게 관통한 철근은 녀석이 주저앉지조차 못할정도의 기세로 땅에 쳐박혀버렸다.

녀석은 마치 꼬치구이처럼 꿰어져 땅에 박혀버린것이다.

멀리서 그리고 가까이서 보던 모든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나는..비명조차 지르지못했다.슬픔도 놀라움도 아닌 어떤 감정이 나를 지배했다.아니..아마도 그건 도저히 구제할길을 찾을수 없게된 친구녀석의 꼴을 보고 드는 혐오감.그것이었던것 같기도 하다.그리고 그런 감각을 순식간에 갖는 나 자신에 대해 다시 혐오하는,그것도 극한의 수위로 그렇게 하는 나 자신을 느끼는 그런 과정의 연속이 내 마음속에서 맹렬하게 발생하는 상황이었을것이다.

내가 왜 그를 혐오했는가?

그 상황에서 그가 말을 했기때문이다. 살..려..줘...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더 일찌기 파악했어야 했다.




위를 쳐다보니..마침 짓고있던 대형건물의 타워크래인의 걸쇠가 높이 보였다. 그리고 그 걸쇠에 부실하게 매달린 철근더미들이 마저 우수수 쏟아지려  하고있는것도 볼수있었다.

나는 지금 친구를 연민하고있을때도 그를 혐오하고 있을때도 아니었다. 그 지역을 벗어나지 않으면 나도 그와 같은 꼴이 될것이다. 이미 충분히 많은 시간을 지체해버린것이다. 뛰어서 안전지대로..라고 생각하는 순간 순식간에 내 운명이 결정되었다.

나는 녀석이 처음 느끼고 그 다음 느낀 경악의 감정이 무엇이었을지 그대로 알수있었다.

철근 더미들이 다시 쏟아지면서 내 목덜미에도 들이닥치고만것이다.
나는 뛰어가려던 자세였으므로 철근은 내 목덜미 뿌리부근에 처음 타격하여 그대로 내오른쪽 폐와 흉골을 뚫은후 그때 내딛은 내 오른쪽 무릎을 뚫고 그대로 수직 낙하하여 땅에 박혔다.

더 큰 문제는 그것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는것이다.두번째의 철근이 다시 내 등을 뚫고 내 엉덩이쪽으로 들어가 뛰는 동작으로 뒤로 뻗은 왼쪽 다리를 고정시켜버리고 다시 땅에 꽂혔다.

뒤에선 녀석의 비명이 들려왔지만 난 이제 고개를 돌릴수조차 없었다. 다만 친구녀석처럼 눈알이 튀어나오진 않은 모양이었다. 내 시야는 멀쩡했으니까.눈을 최대한 굴리며 주변상황을 체크해보았다.

사람들의 절망에 찬 모습이 보였다.

아니 뭐랄까..내가 아까 친구를 혐오했던것과 같은 혐오의 감정이 그들의 눈가에 있는것이 보였다.

내가 직접 당하고 나서야 나는 깨달았다.

인간이란 복구불능으로 파괴되고 약한것을 혐오하고 버릴뿐이구나..내 최후를 깨달은 내눈에는 쓰라릴정도로 눈물이 고였다. 이 상태로 이렇게 의식이 살아있을줄은 몰랐다.

누구든 좋으니 어떻게든 고정당한 나를 풀어주기만 바랬다.

그리고 내 바람은 이루어진다. 바로 옆을 지나던 차의 운전자가 우리가 당한 상황을 보고 당황하고 또  마저 떨어진 철근을 피하려다 오히려 튕겨나간 철근을 피해 우리가 있는곳으로 돌진한것이다.

땅에 박혀있는 우릴 다시 그의 커다란 세단이 밀었다.

구원이었는가?

그렇다고도 할수있을것이다.

 차의 속도와 압력때문에 먼저 내 목덜미를 관통한 철근이 땅에서 뽑혔다. 그러나 내 엉덩이쪽을 뚫은 철근은 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대신 내 엉덩이만 찢어져서 그 철근에서 놓일수있었다. 철근은 그대로 땅에 박혀있었고 나는 마치 핀에 찔려 벽에 박혀있는 종이가 찢어져 떨어지듯 철근에서 떨어졌다.

내 찢어진 몸에서 내장들이 흘러나오는게 보였다.

그리고 자동차는 나를 격돌하면서 빙그르 회전하여 내 뒤의 친구에게 튄다. 친구는 매우 심한압력을 받은것 같았다.  자동차는 뒤집어지며 내 친구를 덮쳤는데 수직으로 꽂혀있던 그의 위에 다시 자동차의 본네트와 엔진이 든 차체가 박혀 올라갔다.그의 가엾은 머리는 자동차의 압력을 이기지 못했다.내가 본 상황을 다시 묘사하는게 의미있을까..생전 처음 본 무시무시한 장면이었다. 

 나는 그 친구의 목이 버티지 못하고 붕괴되면서 자동차에 깔려 그의 머리통이 그의 몸통속으로 밀려 들어가는 꼴을 지켜보았다.

 찢어진 주머니꼴로 허우적 대면서 그래도 그는 더이상 아프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하지만 그나마 다행인것은 내 고통도 오래가진 않을거라는점이다. 이제 곧 내 의식도 사라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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