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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왜 자살하고 싶을까
게시물ID : panic_954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홍염의포르테
추천 : 2
조회수 : 120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9/16 17:5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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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나는 그에게 물었다.

내가 그에게 1억과 함께 1달 간의 시간을 주겠다.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은가?

그는 잠시 머리를 싸매며 고민했다. 그러더니 내 물음에 답할 것을 떠올렸는지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였다.

그러나 그는 이내 다시 입술을 꾹 다물었다. 꽉 다문 입술은 다시 열릴 것 같지는 않았다.

그의 생각은 입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입안에서 맴돌았다.

자살.

아마 그 말을 내뱉지 못한 이유는 스스로도 그 생각이 너무나도 터무니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기 스스로도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깨닫지 못했다.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결국 돈을 벌기위해서 그렇게 노력하고 공부하며 돈과 시간 모든 것을 버리며 살아왔는데, 한달이라는 자유로운 시간과 1억원이라는 돈, 즉. 여지껏 버려왔던 시간과 돈을 보상해준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왜 그는 자살을 떠올렸을까.

나는 궁금했다. 그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왜일까?

결국 이것은 현실도피에 불과하기 때문일까. 한여름 밤의 꿈처럼 순식간에 지나가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희망고문에 불과하다고 느껴버렸기 때문일까.

그 행복한 한달, 1억이 없어져버린 뒤가 무서웠던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무엇일까.

스스로가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억압과 구속만을 당해왔던 가축은 자유는 너무 가혹한 일일지도 모른다. 가축으로 길러진 동물은 야생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그와 비슷한 것이 아닐까. 돈과 시간이라는 속박과 억압안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생각을 하니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잃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라면 역으로 거기서 현실의 무의미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허탈함에 막상 돈과 시간을 준다고 하여도 그 스스로에게는 무엇을 해야할지 모를 정도로 목표의식이 없었던 것이다. 오늘 벌어 오늘 먹고사는 그에게는 두려움으로 다가온 것이다. 막연히 살아야한다는 본능에 돈과 시간에 압박 받으면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해야 하는지도 아무것도 모른채 돈만 벌던 그에게 1억원이라는 돈은 그 사실을 그에게 일깨워 주었던 것이다. 허탈함과 스스로에 대한 회의감. 그것이 그에게 자살충동을 일으켰던 것이다.

결국 그는 1억원을 받아들고 돌아갔다.

그 1억원을 들고 그가 무슨 일을 할지 나는 알 수 없었다.

그 스스로가 알지 못하는 것을 내가 알고 있을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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