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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이 없는 소설은 죽은 시체다 <첫번째 이야기>
게시물ID : panic_984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빛나는길
추천 : 6
조회수 : 98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5/12 22: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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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1. 반전이 없는 소설은 죽은 시체다
 

1986년 서울시내 대학생들이 양키의 용병 교육 전방입소를 거부하며 시위를 격렬하게 벌이고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거리에는 거의 매일
가두시위가 벌어지고 학생들이 뿌린 유인물과 전투경찰들이 쏜 최루탄 파편이 시체처럼 널부러져 있었다.
서울대학교 근처 신림동 산동네 사는 김철수씨는 대학졸업 후 3년째 신춘문예 소설분야 당선 작가 지망생이다. 어느 일간지 신춘문예에 응모하려는
김철수씨는 서울대학교 쪽에서 날아오는 매케한 최루가스를 맡으며 눈에 칼날이 선다. 단지 최루가스 때문만이 아니다. 소설이 당선되려면 이게 있어야 한다. 그건 바로 기발한 착상으로 독자들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마지막에 반전시켜내는 반전, 반전이다
 
김철수씨는 소설의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적어놓는 수첩을 펼쳤다. 수첩에다가 반전이란 두 글자를 한문으로 쓰려다 자가 자신이 없어 그냥 한글로 진하게 반전에 덫칠을 했다.
산동네 옥탑방에서 더 이상 소설의 소재가 찾아지지 않아서 신림동 사거리 삼류극장 휴게실에 앉아있는 김철수씨는 수첩에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으로 일순간 뒤집어 버리지 못하면 실패한다는 반전의 내용풀이 문구를 마지 집안 가훈인양 고딕체 글씨로 또박또박 줄을 맞춰 적었다. 아직까지도 신춘문예에 응모할 소설의 스토리도 잡지 못한 김철수씨는 초조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삼류극장에서 동시상영 영화를 2편이나 봤다. 그 결과는 역시 좋은 영화는 가슴이 뭉클한데 저질 영화는 엉뚱한 곳이 뭉클한다는 것이다.
 
극장 휴게실 테이블 위에 있는 신문을 펼쳐본다. 소설의 스토리에 도움이 될만한 것이 뭐가 있을까? 손가락에 침까지 묻혀 넘기는 김철수씨의 매서운 눈매에 미제의 용병교육 전방입소 결사반대라는 신문 타이틀이 서걱거리며 걸려들어온다.
안돼, 소설은 순수해야 해, 정치적 소재를 다루면 그건 소설이 아니라, 삐라에 불과해
자신의 문학적 장르를 순수소설이라 자부하는 김철수씨는 영화상영이 끝나고 남녀 한 쌍이 나오는데 그중 남자의 얼굴이 벌겋게 충혈에 바지 자크가 열려있는 걸 발견한다. 순수문학의 기치를 내건 김철수씨는 신춘문예 응모작품에 불결함이 끼어드는 걸 막아내듯 부랴부랴 일어서서 극장을 나선다.
 
신림동 사거리를 걷는 김철수씨 , 사거리 한 가운데에는 전투경찰 차, 일명 닭장차 버스가 대기해있고 그 옆에는 검은색 페퍼포그 가스분사 차량이 공포의 그림자를 깔고 있었다. 군대 제대후 대학을 졸업하고 3년째 백수로 지내는 김철수씨는 벌써 중년의 티가 났다. 너무나 많은 공력을 신춘문예 당선에 모으다 보니 머리카락도 요즘 들어 듬성듬성 빠지기 시작한다. 지하철 출입구에서 사복체포조 백골단들이 대학생 차림의 남녀들을 검문한다. 가방을 뒤지기도 하는데 지나가는 김철수씨에겐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 섭섭하다. ‘내가 벌써 이렇게 늙어가고 있나자조섞인 한숨을 내쉬는 김철수씨 어깨 위로 빗물 한방울이 뚝 떨어진다. 저 멀리 관악산 부근부터 어깨를 걸고 까맣게 밀려오는 먹구름을 보니 비가 한바탕 퍼부을 것만 같았다.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는데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소설 스토리 짜내는데 골몰하던 김철수씨는 산성비를 맞으면 대머리가 된다는 말이 떠올라 비닐 우산을 샀다.
타닥타닥
쏟아붓는 비줄기는 비닐우산 천장을 구멍내려는 듯 무게를 싣고 있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리리라..... 는 성경구절인지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인지를 떠올리던 김철수씨에게 천둥소리와 함께 번개같은 영감이 스쳐지나간다.
바로 이거야
김철수씨의 눈동자가 장대처럼 내리꽂는 빗줄기 속에서 반짝였다. 드디어 마침내 어느 일간지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보낼 소재와 줄거리를 생각해낸 것이다
너무나 충격적으로 소설 스토리가 일순 정리되어서 김철수씨는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다. ‘혹시 악마가 나의 영혼과 소설 스토리를 교환하자고 하는건 아닐까?’ 라는 생각에
온 몸의 모든 털이 일어날 정도다. 동시다발적으로 머리 속의 두뇌가 퍼즐 맞추듯 착착 움직이며 김철수씨 눈 앞에 스토리를 떡 하니 던져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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