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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 공포01 "소설 6월 10일"
게시물ID : panic_984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빛나는길
추천 : 2
조회수 : 69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5/18 14: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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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1. 30년 전에 실종된 딸을 찾아서
 

겨울 내내 시민들이 매주 토요일 광화문광장에 모여 촛불집회로 박근혜를 청와대 대통령 자리에서 끌어내린 후, 박근혜는 마침내 2017331일 서울 구치소에 수감됐다. 그리고 맞이 하는 4월 첫 주의 날씨는 포근함마저 느껴진다. 따사로운 햇살에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경쾌하게 걸어가는 젊은이들을 쳐다보는 어느 할아버지가 있다. 할아버지는 눈이 부신지 한손으로는 햇살을 가리며 지나가는 젊은이들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아버님, 저기 보이네요.”
그런 할아버지 옆에 서있는 50대 초반의 여자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는데 상가 건물 외벽에 <국회의원 권민수> 라는 대형 간판이 보인다. 노인네들 걸음으로는 보행신호가 짧은 건널목을 여자가 할아버지를 부축해서 건너가고 있다. 파란색 신호등이 벌써 점멸하려 하자 할아버지는 마음도 급해진다.
내가 살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힘 있는 야당 국회의원 권민수 의원 사무실 입구에는 ‘2017년 정권교체 이룩하자 구호가 적힌 현수막도 걸려있다. 사무실로 올라가는 계단 벽에는 권민수 의원이 유력 대권후보와 어깨동무를 하고 찍은 사진도 있다. 여러 장의 자기 홍보용 사진 중에 1980년대 학생운동을 했던 시절 메가폰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흑백사진이 유독 할아버지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오셨어요?”
사무실로 들어온 할아버지와 여자를 여자직원이 사무적으로 물었다.
제 딸을 찾으러 왔습니다.”
허름한 행색의 할아버지가 뜬금없이 자기 딸을 찾는다는 말에도 여자 직원의 얼굴에 별다른 반응이 없다. 워낙 각종 다양한 민원인들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근데 딸을 왜 여기서 찾으세요?”
딸아이가 집을 나갔다가 아직 안 들어왔습니다.”
언제 나갔는데요?”
“1986년입니다.”
여자직원이 30년 전에 집 나간 딸을 찾는 할아버지가 혹시 제정신인가? 하고 쳐다본다. 이때 국회의원 권민수가 사무실로 들어온다. 권민수 양복 상의에는 국회의원 배지가 부착되어 있다. 그걸 본 할아버지가 권민수에게 달려가 그의 손을 덥석 잡는다.
의원님! 제 딸 좀 찾아주세요.”
지역구민들의 자잘한 민원이 끊이지 않는 것에 익숙한 권민수는 인자한 표정을 지으며 여자 직원을 쳐다보며 말한다.
김 실장, 여기 어르신 민원 잘 해결해 드려요.”
권민수가 이 말을 끝으로 자기 방으로 들어가려 하자 할아버지와 함께 온 50대 초반의 여자가 입을 연다.
이 할아버지 따님이 서울대학교 운동권이었습니다.”
서울대 운동권이라는 단어에 권민수가 걸음을 멈추고 관심을 보인다.
따님이 언제 집을 나갔다고요?”
“1986년 겨울입니다. 미국 대사관에 출근했다가 그날부터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흐느끼는 목소리에 권민수가 다시 묻는다.
“1986년 미국 대사관이라……. 따님 이름이?”
할아버지가 가방에서 실종 전단을 꺼내 권민수 의원에게 보여준다. 그 전단에는 실종된 딸의 이름과 사진이 인쇄되어 있었다.
최지혜입니다.”
최지혜면 영문학과 최지혜인가요?”
전단의 사진을 보고 권민수 의원 입에서 영문학과 최지혜라는 말이 나오자 할아버지 눈빛이 일순 반짝거렸다.
맞습니다. 영문학과 졸업하고 미국 대사관에 취직한 최지혜입니다.”
할아버지 답변이 끝남과 동시에 50대 초반 여자의 말이 이어진다.
의원님, 지혜를 아세요?”
알다마다요. 지혜랑 저랑 서울대 같은 서클이었습니다.”
권민수 의원이 그제야 자기 방으로 할아버지와 50대 초반의 여자를 데리고 들어간다. 잠시 후 여자직원이 커피까지 갖고 들어 온다. 50대 초반의 여자가 권민수 의원에게 자신을 소개한다.
저는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지혜랑은 영문학과 동기이고요. 행방불명된 지혜를 찾기 위해 여기 아버님과 함께 여기저기 찾아갔지만 지혜 흔적이 아무 데도 없어요. 그래서 권민수 의원님이 그 당시 서울대 운동권의 대표셨으니깐 지혜를 알지 않을까 해서 찾아 왔습니다.”
서울대 운동권의 대표라는 얘기에 흡족한 듯 권민수가 커피를 쭈욱 들이킨다. 최지혜 아버지와 최지혜의 영문학과 동기 여자는 커피잔에 손도 안 대고 있다. 권민수 의원이 이번엔 자기의 의문사항을 최지혜 아버지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지혜는 4학년 올라가면서 미국 유학 간다면서 운동을 안 했는데요. 이상하네요. 왜 실종이 됐을까요?”
의원님! 그러면 제 딸이 학생운동 때문에 잡혀가거나 사라진 건 아니죠?”
그렇죠
권민수의 답변에 최지혜 아버지가 안도의 한숨을 쉰다. 권민수가 남은 커피를 홀짝 마저 마시고 또 묻는다.
그러면 지혜가 집에 들어오지 않은 게 정확하게 언제에요?”
……. 그 날짜는 여기 적혀있습니다.”
최지혜 아버지가 딸이 사라진 날이 적혀있는 노트를 펼친다. 거기에 19861221일이라고 적혀있다. 그걸 본 권민수 의원의 동공이 갑자기 커진다.
어어? 1221일이면 그 날인데......”
국회의원 권민수와 최지혜가 대학을 다녔던 1980년대는 암흑의 시대였다. 독재자 박정희가 측근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에 의해 살해당한 후, 전두환이라는 자가 육군사관학교 동기생들과 함께 군사쿠데타를 강행했다. 이에 대학생 수십만 명이 서울역 광장에 모여 계엄령 해제와 전두환 퇴진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불법으로 정권을 찬탈한 전두환 신군부 세력은 19805월 광주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광주시민들을 공수부대원들이 무참히 학살한다. 그리고 전두환은 방송, 신문 등 언론을 통폐합하여 국민의 귀와 입을 막아 버리고 1982년 제5공화국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전두환 군사정권은 보도지침으로 언론을 통제하고 국가보안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수많은 학생과 민주인사들을 구속하며 한 치 호흡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 땅의 민주주의를 압살해간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서서히 전두환 정권 타도 투쟁을 선언한다. 이에 전두환 정권은 거리에 전투경찰을 방패막이로 배치한다. 학생운동 세력은 국민들에게 전두환 정권의 반민중성을 폭로하기 위해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는데 시위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학생운동세력의 리더들은 을 짜야했다. ‘택틱스(Tactics)’라는 영어단어로 전술을 의미하는데 거리 시위를 위한 전술을 의미하는 80년대 학생운동세력의 은어다.
 

1980년대 대머리단어는 전두환을 의미하는 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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