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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공포 18 <소설6월10일>
게시물ID : panic_985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빛나는길
추천 : 4
조회수 : 49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6/05 12:4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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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구속된 아들을 면회하는 어머니

 

학생들의 격렬했던 가두시위가 진압된 청량리 진주 상가 앞 도로에는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 조각, 돌멩이, 유인물, 찢어진 현수막, 시위대의 신발 그리고 전투경찰들이 쏜 최루탄 파편 등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오늘 청량리 시위 진압을 마친 후 김용수가 경찰서 구내 공중전화기로 여수에 있는 어머니와 통화를 하고 있다.

나는 몸 편히 잘 지내고 있어요. 엄마가 보내준 반찬이랑해서 밥도 잘 먹고, 몸은 어때요? ....... 몸도 안 좋은데 자꾸 일 나가니깐 상태가 안 좋은 거잖아요!”

김용수가 몸이 아픈 어머니가 일하는 거에 대해 마음이 아파 짜증을 낸다.

우리는 데모 진압 안 나가요. 나는 경찰서 책상에 앉아서 사무 보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공중전화기 동전이 거의 다 없어지는 걸 보고 급히 말한다.

엄마, 돈 다 됐어, 그만 끊어요. 또 연락할게.”

통화를 마치고 김용수가 담배 한 대를 피워 문다. 시위대의 각목에 맞은 팔꿈치 부위를 본다.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안티프라민을 호주머니에서 꺼내 바르고 있는데 남루한 차림의 아주머니와 상사계급 복장의 군인이 김용수 쪽으로 다가온다.

정보과가 어디입니까?”

상사계급의 군인이 아버지뻘 되는 나이라 김용수가 담배를 비벼 끄고 정보과 위치를 알려준다.

정보과는 저 건물로 들어가 2층이에요.”

앞에 있는 아주머니 얼굴은 울음이 터져 나오기 직전이다. 그걸 보고 김용수가 조심스레 묻는다.

무슨 일로 정보과를 찾으세요?”

아들을 만나러 왔습니다.”

아드님이 정보과 형사예요?”

김용수의 재차 물음에 상사계급 군인이 입을 다문다. 강원도에서 올라왔다는 두 분을 김용수가 친절히 정보과 건물로 모시고 간다.

정보과에는 오늘 청량리 시위를 주동한 대학생이 수갑을 차고 앉아있다. 그 학생 조서를 꾸미는 정보과 형사가 나름 인간적인 대화를 나눈다.

너는 급이 높은 관계로 우리 정보과에서 직접 챙긴다.. 그런데 솔직히 난 니 이해가 안 된다. 현실에 불만이 있어도 서울대 다니는 놈들이 조금만 참았다가 졸업하고 사회 나와서 국회의원 되고 장관 돼서 사회를 바꾸지 왜 이 난리를 쳐서 감방 가고 그래, 다 니들 인생 조지는 거야

마음씨 착한 정보과 형사가 시위 주동자에게 담배 한가치를 내민다.

한 대 펴!”

말씀만 고맙게 받겠습니다.”

시위 주동자는 어떠한 타협도 하지 않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담배를 거절한다. 김용수가 아주머니와 상사계급의 군인과 함께 정보과로 들어온다. 아주머니가 수갑을 차고 있는 아들을 발견하고 한걸음에 달려간다. 그리고 수갑 찬 아들의 양손을 잡고 소리내어 울기 시작한다. 아들은 어머니에게 죄송하다 말을 하려다가 그 말을 도로 삼킨다. 상사계급의 군인 아버지가 분노한 눈빛으로 아들을 노려본다.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눈의 혈관까지 보이는 아버지가 아들을 때리려 하자 어머니가 아들을 온몸으로 감싸 안는다. 내 새끼 때리지 말라는 행동이다. 이 모습을 김용수가 다 지켜보고 있다. 정보과 사무실을 나온 김용수가 경찰서 마당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여 연기를 속 깊이 들이마셔 내뱉는데 최성식이 다가온다.

오늘 시위 주동도 체포하고 한 건 크게 했네. 축하해

최성식의 축하 인사에도 김용수는 기쁘지가 않다. 심한하게 담배만 뻑뻑 피워댄다. 그러자 최성식이 궁금한 듯 묻는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오늘 시위 주동 새끼의 어머니랑 아버지가 방금 왔는데 엄마가 울고불고 난리다. 그 새끼 아버지 군인이던데 이제 군대 잘리고 연금도 못 받고 좆됐어.

운동권 새끼들 오늘 지들 주장대로 민중 생존권이 끝장난 거네. 겁대가리를 상실한 거지.”

그래도 부모들이 고생고생해서 서울대 보내놨는데 불쌍하잖아.”

불쌍하다는 김용수 말에 최성식의 목소리에 날이 선다.

불쌍하기는 어디 감히 국가를 상대로 싸워보겠다는 거야? 조선 시대 같았으면 반역죄로 능지처참당할 놈들이지.”

경찰서 유치장 안에는 조서를 마친 시위주동자가 한쪽 구석에 앉아있다. 술 취한 잡범들과 섞여 있다. 이때 김용수가 유치장 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리고 눈이 퍼렇게 멍들어 있는 시위 주동자를 쳐다본다. 시위 주동자도 자기를 체포하고 구타한 김용수를 쳐다본다. 김용수가 주위 눈치를 살피며 시위 주동자 옆에 앉는다. 시위 주동자는 이 사람이 왜 이러지 하는 동작으로 일단 경계를 한다. 김용수가 호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시위 주동자 손에 슬쩍 쥐어준다. 타박상, 멍 등에 바르는 안티프라민이다. 시위 주동자가 김용수에게 고맙다는 말대신 고개만 끄덕인다. 김용수는 조용히 유치장 밖으로 나간다.

최지혜가 서클 후배 김영철과 학생 회관에서 나오는데 누군가 뒤에서 김영철을 부른다. 법학과 조교이다. 최지혜는 보안 관계상 조교에게 자기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고 혼자 도서관 쪽으로 향한다. 조교가 뛰어서 김영철에게 다가온다.

영철아 점심 약속 없으면 나랑 먹자.”

점심 좋지요.”

김영철이 조교를 따라 교수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여긴 교수들만 먹는 데 아니에요?”

학생들도 먹어도 돼. 너희가 몰라서 못 먹는 거지.”

조교님한테 늘 고마워하고 있어요. 복사도 하게 해주고 용돈도 주시고.”

김영철이 숟가락을 내려놓고 고마운 말을 전한다.

내가 니들한테 미안해서 그래.”

궁금한 게 있는데 조교님은 강제징집 어디로 갔어요?”

나는 7사단, 철책에 있었는데 초소 경계근무 서면 무릎이 시큰거릴 정도로 산세가 가파랐던데야.”

그때는 80년 광주가 끝난 직후라 지금보다 훨씬 운동하기 힘들었죠?”

경찰이 아예 교내에 상주하고 있었지.”

조교님이 그때 동 뜰 때 얘기 좀 해주세요.”

김영철이 흥미진진하게 물어오자 조교가 그 당시를 떠올린다.

 

* ‘대머리단어는 1980년대 파쇼정권의 전두환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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