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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째 진행중인 악몽2
게시물ID : panic_994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게썅마이웨이
추천 : 8
조회수 : 131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8/10/27 15:5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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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몇 일전 올린 8년째 계속되는 피에로 꿈...기억하니? 

 음울한 회색빛 공간속의 놀이공원.  천천히 돌아가는 관람차 위에 걸터앉은 새빨간 입술의 삐에로.  어김없이 꿈을 꾼 뒤 마주하는 불운.   글을 올리고 보니, 괴이쩍은 악몽에 시달리며 같은 무게의 아픔을 공유하는  냔들도 많았고, 상담 뒷 이야기를 궁금해하길래, 보고도 할 겸  대체 이 악몽이 나냔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왜 자꾸 질척하니 달라붙었는지,등등을 교수님께서 풀이해주신 걸 토대로 적어볼까해.   (혹시 닉네임화가 된다든가, 여기 성격에 맞지 않으면 주저말고 얘기해 주겠니. 바로 핏백할게!) 


 참, 스압 주의해 ;-<      일단 지루하겠지만 나냔의 독특한 가정사부터 털어놓을까해.  사실 남한테 얘기하기엔 좀, 아니 많이 그런 치부나 다름없는데...  교수님 말씀으로는, 이 일이 결과적으로 이 8년간의 악몽을 '완성'시킨 주범이라니,  언급을 피할 수 없을거 같아.     언제나 집에 귀가할 때마다, 예쁜 그림이 가득 실린 동화책, 바나나, 케이크  등을 한 아름 품에 안고 오시던 우리 아빠.  그렇게 내가 가장 사랑하'던' 자랑스러운 우리 아빠는, 알고보니 내가  중학생이던 무렵부터 아빠병원에 연수 온, 남편까지 있는 외국인 여자랑  불륜관계를 맺어왔고,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의 생일 날, 돌연 여자와 함께 집을 나갔어. 


 안그래도 네 번째의 삐에로 꿈때문에 한껏 예민해져 있던 내게 이 같은 아빠의  배신은 정말 엄청난 충격을 가져왔지만, 나냔 어머니나 나이어린 동생을 생각  하면 내가 여기서 휘청거리면 안되겠다...고 진짜 이악물고 참아냈어.    그 당시, 정말... 우리엄만 제정신이 아니셨지.  그것도 한국인도 아니고 외국인. 나이 새파랗게 어린 여자가 멀쩡하던  우리 집안을 풍지박살 내놓은거니까.


 또, 워낙 가정에 충실했던 아빠라서 더 배신감이 컸을거야.  정말 얼마나 철저하니. 우린 진짜 아빠의 이 같은 이중성을 터럭만큼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으니 말야.    이후, 아이 둘을 낳은 그 여자는 본국으로 돌아가서 원래의 남편과 버젓이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고,아빠는 1년여 뒤, 눈물로 사죄하며 가정으로 회귀하셨어.  아빠와 여자사이의 아이들이 각각 다운증후군, 신장장애를 갖고 태어났다는 것  을 보면, 어쩌면 이들 또한 또다른 희생자인 것 같아 안타까운 한편,  역시 신은 공평한걸지도 모르겠네. 


 아무튼, 교수님의 말씀으론.  원래 최초의 삐에로꿈은 단지 Coulrophobia, 즉 삐에로 공포증을 갖고 있는  나냔의 새로 바뀌는 환경으로 인해 형성된 불안감에 기인한 악몽과, 하필 그 때  사고로 가버린 친구의 심상이 고스란히 합쳐져서, 내게 있어 확대된 공포심을  대변하는 존재인 삐에로를 통한 일종의 징크스가 탄생한 것 뿐이었대. 


 하지만 그 이후 반복되는 악몽과 마치 우연처럼 그에 연관된 불우한 사건들로 인해,  심리학개론 정도 들어본 냔들이라면 익숙할, 적정수준의 '강화'가 이뤄진 거야.  그로인해 8년째 되풀이되는 이 하나의 완벽하고도 거대한 '괴물'이 탄생하게 된 거지.

   나냔의 두 번째 삐에로 꿈의 반향은 그냥 계속 미국에 있던 어릴 적 친구랑  별거아닌 오해로 다투고 절교까지 하게 된 사건이야.  태어날 때부터 친구였는데, 너무...어긋나버려서 다시 되돌릴 수도 없고...  그냥 그런거. 세 번째 꿈도, 그냥 가벼운 교통사고가 다였으니,  사실 그렇게 큰 사건들은 아니지?    그런데 네 번째 삐에로 꿈이 문제였어. 


 하필이면 그 때 닥쳐온 믿었던 아빠의 배신.   당시 꿈의 배경은 은빛마저 감돌만큼 차가운 회색의 도시였고,  최초로 삐에로에게서 '도망쳐야 겠다'는 절박한 감정에 강하게 사로잡히게  되었던 걸로 기억해.  그래서일까, 생일날인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들뜨기보단 하루종일 찜찜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어.  


그 핑계로 야자도 빼먹고 친구들이랑 시시덕 거리면서 비빔만두를 신나게 비벼먹고 집에 일찍 오니, 도어락이 풀려있고 대문과 현관문 모두 훤-하게 열려져있고...  본가에 계셔야야 할 외가 어르신들이 다 집에 와계셨어.  우리 엄마는 충격으로 실신해서 병원으로 급히 호송되었다 하고,  내 어린 남동생은 새언니가 거듭 토닥여주는데도 계속 큰소리로 엉엉 울고 있고.   글쎄. 생일에 깊은 의미를 두는 건 좀 웃긴거지만, 그래도 생물학적 아버지가 하필 생일날에 그랬다는건,  지금도 납득이 안가.. 


그걸 의식하고 그랬는진 모르겠다만...    아무튼, 냔들아. 지옥이란거, 생각보다 가까운 데 있어..  보통 드라마나 소설에서 흔하게 나오는만큼, 불륜, 이복형제, 이런거 이제  우리 사회에선 굉장히 흔하고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주제일지도 몰라.  하지만 그게 막상 현실로 닥치면, 정말 손끝 발끝이 딱 얼어붙고 할 말은  너무 많은데 입에 누군가 접착제를 치덕치덕 발라놓은 양, 아무런 소리도 새어나오지 않지. 


 아, 이거구나.   내가 이 꿈을 꾸고 나면 어김없이 주변에는 불운이 닥치는 거구나.  비로소 자각한 이 끔찍한 사실과 그에 따른 감당할 수 없을만큼의 공포감.  나냔의 삐에로 꿈이 비로소 실체를 갖고 '완성'되는 순간이었어.  어린시절 아빠랑 주말이면 손 꼭잡고 가곤 했던 즐거운 추억 가득한 공간, '놀이공원'에서,  나냔이 가장 끔찍해하는 '삐에로'가 등장하는...그런 지독히도 모순적인 악몽이 말야.     아빠의 불륜으로 거의 정신놓으신 어머니와 가엾은 어린 동생때문에라도  나냔은 절.대 약한 소리해선 안되었고, 괜히 슬픈척 해서도 안되었고,  그렇다고 항상 친구들한테 자랑하던 우리 화목한 가정이 이렇게나 산산조각 난 것을 쉬이 표출할수도 없었어.


 결국 이 모든것들에 대항하기 위해 '스트레스에 강하고' '낙천적이고' '힘든일도 쉽게 잘 이겨내는' 내가 탄생했지.   그 곁가지로 따라온 '삐에로 꿈'은 결국 나냔 무의식의 표출이자 일종의 강박이었어.  원래의 나약하고, 스트레스에 취약한 네 자신을 잊지 말라는, 더 이상은 도망가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랄까.     또, 재미없는 얘기 하나 덧붙이자면.  스트레스를 받은 신체는 교감신경계를 통해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켜.  그리고 부신수질에서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서, 뇌하수체에서  ACTH(펩티드 호르몬)이 방출되면,ACTH가 부신 피질에 작용하여 스트레스에  대항해서 싸우는 '코티솔' 생성을 증가시키지. 



 이 코티솔의 과다생성은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몸을 예민하게 만들면서  불안감, 초조함 등의 마이너스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이는 곧 악몽, 불면증,  등등의 여타 증상들을 유발하게 되어.  물론 만성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오히려 부신이 탈진해서 코티솔, DHEA 생성이 감소되기도 하지만,  음, 기본적인 메커니즘은 [스트레스- 코티솔 과다분비- 악몽, 불면증 등의 수면장애 유발]이라 이해하면 될거야.    요약하자면,  "악몽의 근본적인 원인은 스트레스" 라는 누구나 아는 뻔한 명제가 의학적으로도 사실이라는 거지.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모두 그에 이겨내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노력하고,  그 과정을 통해 다음번에 찾아올 더 강한 스트레스를 방지하고자 그래.



 하지만 나냔은 '그 누구에게도' 이런 일들을 털어놓지 않고, 홀로 꼭 끌어안은데다,  그 뒤, 기묘하게도 우연이라 해야할지, 반복되는 불운으로 인해 점점 삐에로꿈은  그 자체로 나를 압도하기 시작했고, 결국 스스로 만든 '강박'에 주박된거야.    현대인이 겪는 질병들의 근원은 항상 '스트레스'로 풀이된다지만,  이를 제 때 건강한 방식으로 해소시키지 않고  나냔처럼 '나는 낙천적이라 스트레스 따위는 날 건들 수 없어' 라며  실제로는 아무런 해결도 보지 않은 주제에 이렇듯 거듭 묵과해버리면,  그것은 무의식의 한 켠에 고스란히 축재되게 되고, 결국 이런 끔찍한 악몽과 같은 강박에 시달리게 된다는 거야. 



 아무튼,  교수님과의 짧은 대화를 통해, 나냔은 꿈의 배경을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었고,  악몽이란 것의 실체를 깨우칠 수 있었어.  그것은 곧 나약한 내 자신에 대한 '자각'이며 '강박'이자 '순수한 공포' 그 자체라는 것을.  그리고 교수님이 해결책으로 제시해준, "자기공개"의 일환으로,  이 모든 내용들을 찬찬히 글로 쓰며 악몽의 잔상을 조금씩 떨쳐볼까 해.


 하지만, 아직도 석연치 않은 것은... 

 -친한 친구의 지하철 사고로 인한 죽음..
 -스키장 리프트사고로 인한 골절상..  
-총기사고로 사람이 죽는 것을 불과 3m에 불과한 거리에서 목격.   -화목했던 가정이 아빠의 변심으로 어긋난 것.
 -어릴 적부터 날 아껴주시던 할아버님의 돌연사(死).
 -시험관 아기에 모든 걸 걸다가, 드디어 착상에 성공한 고모님의 급작스런 유산. 
 -버스가 전복하는 대형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친구. 
 -폭행시비에 휘말려 무려 전치 6주의 상처를 입은 내 동생.
 -비행기 연착으로 마닐라에 발 묶여 있는 동안, 하필 내가 예약한 렌트차량의 충돌사고.
 -미국 학교 재학 중 한창 티비에서 난리던 스와니 플루 걸린 것.
 -술집에서 벌어진 시비로 죽은 과학수업 랩 파트너.  
-스쿠버다이빙 중, 조류 때문에 순간적으로 300m반경 밀려나며 의식을 잃었던 일.
 -화왕산 산비탈에서 발을 헛디뎌 실족사 할뻔 했던 일.  ....등등     삐에로 꿈을 꾸고 난 바로 다음 날, 늦어도 일주일 내에  어김없이 벌어졌던 이 수 많은 사고들은...  


정말, 단순한 우연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다행히도, 저번 악몽 이후 일주일이 훌쩍 넘었지만  하필 집 앞에서 넘어지면서 코너에 부딪혀 복사뼈가 살짝 금간 것을 제외하곤,  이번에는 정말이지 아무런 불운도 닥치지 않았어.    이건 두말할 것도 없이 꼭 제 일처럼 걱정해주고, 진심어린 조언과 격려를 해주고,  또, 따스하게 위로해준 수 많은 냔들의 선량한 마음 덕분이라고 생각해.


 애초에 속내를 감추는데 익숙하고, 폐쇄적인 내가 충동적으로 공포방에 글을 올린 것부터가  결국 스스로 이 지긋지긋한 악몽의 종언을 고하기 위한 첫 발걸음 이었던 것 같아.  그리고 냔들의 격려로 용기를 얻고, 비로소 직접 그 실체를 마주하게 된거지.    정말,  진심으로, 고마워.  평생 잊지 않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냔들의 진심어린 격려와 조언들을 기억할게. 


 말주변이 없어서 이 벅찬 고마움이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나처럼 기나긴 악몽에 사로잡혀 있는 냔들은, 꼭 기억해줬으면 해.  내가 눈을 뜨고 살아있는 지금 삶, 혹은 이렇게 평화롭게 외커를 하고 있는 그런 소소한 시간들에 비해  찰나에 불과한 꿈은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출처 http://www.oeker.net/bbs/board.php?bo_table=horror&wr_id=404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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