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시원에 산다. 싱글침대, 폭이 좁은 싱글침대 2개를 놓으면 발 디딜 공간이 없는 크기다. 너무 좁아서 침대를
치워버리고 바닥에서 잔다. 이런 방이 같은 층에 40개, 공용 화장실이 하나, 샤워실이 하나. 그런 곳이다.
손바닥만한 창을 여닫을 수 있게 2개가 있는데 어두운 복도로 향해 있다. 입구 아닌 복도는 항상 불이 꺼져 있다.
밤에 잘 때 불을 끄면 아무 것도 안보인다. 중고로 3만원에 산 공기청정기의 led 불빛에 의지해 윤곽의 구분이
가능할 뿐이다.
일주일 전이다. 자고 있는데 눈이 떠졌다. 오른쪽 문이 보여야 할 자리에 시커먼 무엇이 있다. 사람인 줄 알았다.
도둑인가. 방에 앉아 있다 보면 열고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있어서 항상 문을 잠근다. 내가 안에 있건 밖에 있건.
잘 때도 마찬가지여서 누군가 했다. 자기 전에 분명히 문이 잠긴 것을 확인했기에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이 아니
라고 퍼뜩 깨달았다. 굉장히 짙고 두께가 있어 보이는 하의였다. 바지가 아니고 수도사의 복장같은 느낌이었다.
잠이 다 깨지 않아서,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서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데 그 시커먼 형상의 누군가가 말했다.
널 데리러 온 게 아니라고. 그리고 난 기절했다.
늦게서야 겨우 일어난 다음날, 옆 방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심장마비였단다.
옆방으로 갈 사신이 왜 날 찾아왔을까.
아, 기절한 후 꿈에서 20년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봤다.
뭐라고 하는지는 기억할 수 없었지만 가라는 손짓은 기억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