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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에게는 오랫동안 짝사랑해온 사람이 있다. 오늘이야말로 고백해야겠다고 남자는 생각하였다.
남자는 사모하는 이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그의 사랑을 거부하듯이 상대는 그저 묵묵부답이었다.
남자의 마음은 하루하루가 애타는 심정으로 바뀌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절절히 사랑 고백을 하였지만
그저 단호하게 거부당할 뿐이었다. 남자는 슬펐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어느 날이었다. 사랑하는 이가 남자를 보고 웃어주었다. 남자는 기뻤다. 드디어 그의 사랑이 이루어진
것이다. 남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입 맞추었다. 처음에는 차가운 사람이었지만,
그의 사랑에 녹아 연인의 마음도 점점 따뜻해져 갔다.
남자는 연인이 된 사랑하는 이와 동거를 시작하였다. 남자는 매일 너무나 행복하였다. 집에 돌아오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하루를 보낼 활력소가 되었다.
매일 아침,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웅을 받으며 출근하는 것이 남자의 행복이다. 잘 다린 양복을 입고
집 밖으로 나서는 남자는 그 누구보다도 빛나 보였다.
남자는 대기업 사원이다. 이제 막 입사한 것이라서 여러모로 어려운 일이 많았지만, 그래도 그는 엄청난
취업난 속에서 겨우 취업한 것이라 만족하였다. 남자는 퇴근 후에 그날 있었던 일들을 사랑하는 사람과
이야기하였다. 남자가 웃으면 그 사람도 웃었고, 남자가 울면 그 사람도 함께 울며 그를 위로해 주었다.
서로가 잘 맞았고 서로를 잘 이해하였다. 남자는 천생연분을 만났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연인을 더욱
깊이 사랑하였다. 남자는 결심하였다. 이제는 서로의 미래를 약속해야겠다고 결심하였다. 부모님의
반대가 분명 심할 것이지만, 사랑이 있으니까 극복할 수 있다고 남자는 생각하였다.
“ 나 당신을 사랑해, 세상 어디를 보아도 당신 같은 사람은 없어. “
남자의 진심 어린 고백에 그의 연인은 그저 수줍게 웃을 뿐이었다. 남자의 연인은 아름다운 사람이지만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남자는 연인의 뺨을 어루만지었다. 남자의 긴 손가락이 연인의 매끄러운
뺨을 따라 내려가다가 이내 턱 끝에서 멈추었다. 남자는 고개 숙여 연인의 입술에 입맞춤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이었다. 눈을 뜬 남자는 자신의 연인을 찾았다.
“ 아..! 안돼..!! “
사랑하는 이가 없어졌다. 집안 어디를 보아도 그의 연인은 없었다. 남자는 목 놓아 울었다. 그의 연인이
영원히 그의 곁을 떠나버린 것이다. 어째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생긴 것인가 깊이 상심하였다. 이별의
상실감에 남자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남자가 죽고 남자의 집은 빈집이 되었다. 아파트 주민들이 모여서 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그 사람 왜 죽었대요? “
“ 갑자기 눈이 안 보이게 되어서, 자살했다나 봐요. 불쌍하게도.. “
아파트 주민들은 남자가 살았던 층을 슬쩍 올려다보았다.
“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요? “
“ 뭐가요? “
“ 그 남자 집에 모든 벽이 거울이라잖아요. “
“ 예? 그게 무슨 소리에요? 그게 말이 돼요? “
“ 그러니까 이상하다는 거죠. “
남자의 집은 거울을 제거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들려 나오는 거울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다시 한 번
혀를 찼다. 거울에는 아파트가 비치고 있었다. 그리고 거울의 저편에서 누군가가 미소 짓고 있었다.
서로 닮은 얼굴을 마주 보면서 아름다운 남자가 둘, 서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이미 예상하셨을지 모르겠지만, 남자는 나르시시스트입니다.
연인은 거울 속 자신. 오유인은 걱정 안 하셔도 되어요. 워후.
[우리는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꿈과공포가 넘치는 공포게시판으로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