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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it] 81. 부탁입니다
게시물ID : panic_779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공명의함정
추천 : 8
조회수 : 2621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03/03 09:35:38
"이렇게 부탁합니다"

이렇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형 집행인은 단지 한숨만 쉬며 슬픈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정맥 주사를 내 팔쪽으로 밀어 넣을 뿐이었다.

목사는 내 곁에 앉아 말했다. "그가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약물이 순식간에 투여될 거고, 삼십 초 정도 의식을 잃을 겁니다. 그리고
바로 사형이 집행될 것입니다." 귀에 못이 박힐만큼 수도 없이 들은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남기실 말은?"

"똑같아요, 제발 하지 말아주세요"

목사는 슬프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슬픈 나머지 맨 정신으론 집행인의 얼굴을 보기도 힘들 정도였다.

설명하자면 이렇다. 나는 아무도 죽인 적이 없다. 내 평생동안 그런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나 도 잘 모르지만, 내가 다칠 일이 있을 때면 항상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대신 상처를 입게 된다. 한번은 커터칼을 학교에 가져왔는데 그 날 친구 세명의 손가락이 베였다. 고등학교 때는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차에 치인건 나지만 다리가 부러진건 여자친구였다.

난 항상 신중했다.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었다. 하지만 그 날은 삼인조 강도가 나를 덮쳤고 내 얼굴에 대고 총을 쏴댔다.
결국 얼굴이 터진건 그들이었다. 경찰이 발견한 것은 시체들 곁에 무릎꿇고 있는 내 모습이었고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던 경찰은 총을 빼어들 뿐이었다.

집행이 시작된 지 30초정도 지났을 때, 나는 목사와 집행인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지는 걸 보았다.
"부탁입니다." 나는 슬픔 속에서 되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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