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92
2015-09-10 14:22:30
1
참고로 수고하세요 =고생하세요 같은말인데....
--
회사에서 일을 하다 퇴근할 때 아직 선배나 상사가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대개 “수고하세요”라는 인사말을 남기고 회사를 나섭니다. 또 선배나 상사가 어떤 일을 잘 처리했을 때면 “정말 수고하셨어요”라고 말하곤 합니다. 직장생활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우리는 ‘수고하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그러나 ‘수고하다’는 ‘일을 하느라 힘을 들이고 애를 쓰다’를 뜻하는 말입니다. 따라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수고하셨습니다’라고 하면, 마치 일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가를 평가하는 듯한 의미를 띠게 됩니다. 또 ‘수고하세요’는 “계속 일을 하느라 힘쓰세요”라는 의미로, 마치 윗사람을 놀리는 듯한 느낌을 풍기게 됩니다.
렇듯 ‘수고’라는 말을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쓸 경우 윗사람의 입장에서는 불쾌한 기분이 들 여지가 많습니다. ‘수고하다’ 대신 많이 쓰는 ‘고생하다’도 마찬가지입니다. ‘수고하다’와 ‘고생하다’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정말, 수고(고생)가 많았구먼”이나 “나 대신 수고(고생) 좀 해주게”의 뜻으로 쓰는 말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아랫사람은 윗사람에게 ‘수고’ 대신 어떤 말을 써야 할까요? 얼핏 생각하면 대신할 말이 별로 없을 듯하지만, 의외로 대체어가 많습니다.
퇴근할 때는 “먼저 나가겠습니다”라거나 “내일 뵙겠습니다” 라고 하면 충분합니다. 또 상사가 어떤 일을 잘 처리했을 때는 “역시 부장님이세요” “멋져요, 선배님” 등의 표현이 훨씬 정겹게 들립니다.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택시를 이용하고 내릴 때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운전기사에게는 ‘수고’가 들어간 말보다 “잘(편히) 왔습니다” “정말 운전 잘하시네요” 등으로 말하는 것이 좀 더 사람 냄새를 풍깁니다.
또 어느 곳에서 청소하는 아주머니에게 “와, 아줌마 때문에 여기(회사)가 빛이 나는군요”라고 하면, 그 얘기를 들은 분은 기분이 아주 좋아질 겁니다. 이렇듯 ‘수고’를 대체할 표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수고’를 대체할 말을 찾으면 우리의 표현이 더욱 풍성해집니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얘기하면서 쓰지 말아야 할 말로는 ‘식사’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직장에서 “부장님, 식사하셨어요?”라 얘기하고, 집에서는 “아버지, 식사하세요”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는 바른 표현이 아닙니다.
‘식사(食事)’를 한자로만 풀이하면 ‘먹는 일’로, “식사하세요”라고 하면 “먹는 일 하세요”가 되기 때문입니다. “끼니로 음식을 먹음. 또는 그 음식”이라는 국어사전의 뜻풀이를 보더라도, ‘식사’에는 높임의 뜻이 없습니다. 게다가 ‘식사’는 원래 우리 한자말이 아니라 일본식 한자말입니다.
일본 군대에서 쓰던 말을 광복 후 일본군 출신들이 우리 사회에 퍼뜨린 것이죠. ‘食事’의 일본 발음은 [쇼쿠지]입니다. 일본식 한자말이라고 해서 무조건 쓰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은 우리보다 몇 발짝 앞서 근대화 물결을 받아들였고, 새로운 물질문명의 언어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런 말을 죄다 쓰지 못하게 하고 순우리말로 쓰자고 하는 것은 언어의 사회성과 경제성에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또 일본식 한자말은 안 되고, 중국식 한자말은 된다는 사고도 옳지 않습니다. 그래도 ‘식사’는 윗사람에게 쓰지 않는 게 좋습니다. 높임의 뜻을 전혀 담고 있지 않고, 말맛이 무척 사무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예부터 어른들께 ‘진지’라는 표현을 써왔는데, 그 좋은 말이 ‘식사’에 밀려난 것이 지금의 형편이죠.
물론 ‘진지’가 좀 고리타분하게 느껴지기는 합니다. 더욱이 한두 살 많은 선배에게 쓰기는 정말 거북하죠. 그럴 때는 ‘아침’ ‘점심’ ‘저녁’ 이라는 단어를 쓰세요. “부장님 점심(저녁) 드셨어요?”라고.
결론적으로, 일상적인 말이나 글에서 ‘식사가 끝났다’거나 ‘저녁 식사로 국수를 먹었다’ 따위로 ‘식사’를 쓰는 것은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윗사람에게 공손히 말씀드릴 때는 “식사하셨어요?”보다 “진지 드셨어요?”나 “점심 드셨어요?”라고 표현하는 게 바른 언어생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