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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3 22: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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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에 대한 보편적 정의에 비추어 봤을 때, 한국 보수는 결코 보수가 아닙니다. 이들은 역사와 전통에 대한 관심도 없고, 국가와 공동체보다 자기와 자기 가족의 사익을 훨씬 더 중시하며, 남의 자유와 권리를 짓밟는 데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진짜 보수는, 자식 잃은 이유나 알려 달라며 단식하는 유가족 옆에서 피자 치킨 시켜 아귀처럼 처먹는 것들을 사람 취급하지 않습니다. 보수가 가장 미워하는 것이 ‘패륜’입니다. ‘윤리’야말로 역사와 전통의 정수이며 현재를 지속시키는 힘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보수가 끝까지 보수하려 드는 것이 윤리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가장 패륜적이며 극악무도한 집단이 보수를 자처하고, 자칭 ‘보수 정치세력’이나 자칭 ‘보수 언론’들이 이 무리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입니다. 세상에 이런 보수는 없습니다.
현대 한국의 '자칭 보수'들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의 살인 만행을 정당화합니다. 현대 일본의 보수와 한국의 '자칭 보수'는 맹목적 공포와 증오를 선동하고, 그를 권력 기반으로 삼습니다. 공포와 증오는 가장 강렬하지만 가장 파괴적인 감정 에너지입니다. 남북 간에 평화가 정착할 가능성이 보이자 자한당이 발악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 건, 이 파괴적인 감정 에너지를 더 이상 권력 기반으로 삼기 어렵게 되리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입니다. 자기들 안에 내재된 '패륜성'이 만천하에 드러나, 더 이상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사익'을 챙길 수 없게 될까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적 변태 보수를 혁신하여 ‘보수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며 자한당에서 떨어져 나온 사람들이 ‘합리적 보수’를 표방하지만, 하는 짓은 똑같습니다. 번지수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한국적 변태 보수에게 결여된 것은 ‘합리성’이 아니라 양심과 염치, 윤리와 도덕입니다. 보수는 세상이 ‘합리적’으로 돌아가지 않으며, 그래야 할 이유도 없다고 보는 세계관입니다. 보수는 ‘이성’과 ‘논리’로는 진보에 맞설 수 없습니다. 한국의 변태 보수를 청산하고 정상 보수가 되려면, 스스로 ‘양심적 보수’, ‘염치를 아는 보수’, ‘도덕적 보수’, ‘패륜을 증오하는 보수’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물론 지금은 이런 보수의 싹조차 안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보수가 나와 변태 보수를 소멸시켜야, 비로소 ‘나라다운 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 //전우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