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살았는지 죽었는지 뻣뻣하게 대야속에 담겨진 녀석
그런데 효자손이 닿는 순간 '그것'이, '녀석'이 '꿈틀!' 하는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요즘 해가 짧다고는 하지만 지난 새벽에 소리를 듣고 잠시 눈을 떴을 때 여명조차 없었거든요.
그렇다는건 탈출 시간은 늦게 잡아도 6시 정도.. 그리고 제가 현관을 나가는 시간은 평균 8시 40분...
그제서야 현관으로 나갈 때 뭔가가 저를 잡는듯한 느낌이 든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처음 꿈틀 한 이후 미동이 없었습니다.
아니, 그 느낌은 저의 착각이었을수도 있습니다.
손으로 집어든 녀석은 이미 뻣뻣하고 피부는 먼지옷을 뒤집어쓴 채 물기라고는 하나 없었으니까요.
아무튼 저는 그 느낌이 착각이 아니었길 빌며 물이 새는 세면대 대신 대야에 담궈놓고
녀석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인 하지도 못 한 채 출근 했습니다.
점심 시간을 이용해서 집에 와 보니 대야속에서 뒤집어진 채 녀석은 아가미를 뻐금 뻐금 움직이고 있더라구요.
몸에 칭칭 감긴 머리카락과 두껍게 덮인 먼지를 핀셋으로 떼어낸 후 어항에 넣어주고 다시 회사로 갔습니다.
그 날 퇴근 해 자세히 보니 녀석은 온 지느러미가 피가 몰려 굳은 듯 붉은 빛을 띠고 헤엄도 치지 않고 있었지만
제대로 바닥에 자세를 잡고 아가미를 힘차게 움직이는것이 금방 죽을것 같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아무리 미꾸리 친척이라지만 수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환경에서 몇 시간을 어떻게 견뎠는지 정말 대견합니다.
사람으로 치자면 방독면도 없이 화생방실에서 언제 문이 열릴지 알 수 없는 시간을 방치되는 기분이 아니었을까요?
아무튼 이 사건을 계기로 녀석은 저에게 보다 각별한 생명이 됐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녀석이 죽게 된다면 저는 다른 녀석이 죽었을 때 보다 많이 슬프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