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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1 23:3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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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 - '피해망상 Pt.1' 중에서.
나는 그 때 새벽 퇴근길 도시의 붉은 안개
속에 머물다 막차를 놓칠 게 분명하기에
그녀는 숨이 차게 계단을 밟고 내려가
지하철의 문틈 사이로 간신히 올라타
숨돌리고 앉아보니 벌써 1시 10분
덜컹거리는 소리 속에 차가운 기분
밤을 샌 학생도 잠든 취객도 없는 침묵 뿐
그녀와 저기 먼 구석에 앉은 남녀 둘뿐
자리를 바꾸고픈 생각이 드는데 왠지 모르게
움직일 수 없어 여자가 계속 쳐다보는게
소름이 돋는데, 고개를 돌려봐도 시선 고정
눈 떴다 감아도 낯선 그녀의 무표정은
전철은 세번째 멈추고 드디어 한남자
그녀 맞은편 좌석으로 서서히 다가와
작은 안심을 찾는데 문 닫히고 떠날 때
그 여자쪽을 보니 아직도 시선은 그녈 향해
방금 전에 탄 그 남자도 수상해
입술을 다문 채 가뿐 숨소리와 속삭이네
저기요. 다음 역에서 빨리 내리세요.
왜요?
저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