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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사형집행인도
남자만큼 신속하고 깔끔하게
사형수의 목을 자르지 못했습니다.
숙련된 나무꾼들조차
반듯하게 잘린 사형수의 목을 보며
남자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경건한 마음으로 사형수를 대하던 그의 태도도
명성이 커짐에 따라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처형대로 올라오는 사형수들은
남자의 눈에는 그저 단순한 고깃덩어리에 불과했고
처형이 시작되기 전 드리던 기도도
더는 올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료들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코가 삐뚤어지도록 술을 마신 남자는
동료들과 술집의 손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만에 찬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자신의 도끼가
사신의 낫보다 날카롭다고…
사신도 자신의 도끼 실력을 보면
울고 갈 것이 틀림없다고 말입니다.
순간
어디선가 빠드득 이 가는 소리를 들은 남자는
어두운 구석에서 자신을 노려보는 한 노인을 보았습니다.
흉하게 입을 일그러뜨리고 있던 노인은
남자와 눈이 마주치자
창백한 미소를 지으며 남자에게 다가와 말했습니다.
다음날 있을 처형식에서도
평소와 같이 사형수의 머리를 자를 수 있다면
그 실력을 인정하겠다고 말입니다.
말을 마친 노인은
남자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이고는
안개처럼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다음 날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처형식에 나타난 남자는
처형식을 구경하기 위해 모인 수많은 인파를 보았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처형식이 끝나길 기다리며
가슴 조이던 남자는
처형대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사형수를 보자
두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사형수는
앳된 얼굴을 한 소년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소년이
그 어떤 사악한 죄를 지었든 간에
차마 어린아이의 목을 자를 수 없다고 생각한 남자는
고개를 저으며 크게 한숨지었습니다.
그때
구경꾼들 사이에서
자신을 유심히 지켜보는 노인을 발견한 남자는
자신이 이 저주받을 상황에서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남자는
손에 쥔 도끼를 하늘 높이 쳐들고
소년의 목을 향해 내리쳤습니다.
순간
‘와그작’
뼈가 바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소년의 날카로운 비명이 허공에 울려 퍼졌습니다.
남자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소년의 목 위로
자신을 향해 날이 선 도끼를 보았습니다.
긴장한 나머지
도끼날의 반대쪽
뭉뚝한 부분으로 소년의 목을 내리친 것이었습니다.
당황한 남자는
서둘러 도끼를 바로잡고 소년의 목을 내리쳤습니다.
하지만
가여운 소년의 머리는
남자가 몇 번이나 도끼를 내리친 후에야
몸과 분리될 수 있었습니다.
구경꾼들 사이에서
분노에 찬 비난과 욕설이 쏟아져 나왔고
남자는 소년의 머리를 품에 안고는
눈물로 범벅된 얼굴로 소년에게 용서를 구했습니다.
소년의 처형식이 끝나고 며칠 뒤
남자가 죽은 소년의 영혼을 악마에게 판 대가로
영원한 삶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에서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남자는
사람들에게 붙들려 광장으로 끌려나와
무서운 기세로 타오르는 장작더미에 던져졌습니다.
살이 타들어 가는 끔찍한 고통 속에서
남자는 소년의 처형식이 있기 전날
노인이 자신의 귀에 속삭였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만약
남자가 처형식에서 실수를 저지를 경우
노인이 남자의 영혼을 거두지 않는 한
남자는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남자는
그 말이 사실이었음을 곧이어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글거리는 화염 속에서
그 영원할 것 같은 끔찍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