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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오르는 남자
게시물ID : panic_1015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젤넘버나인
추천 : 9
조회수 : 1724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20/06/26 05:2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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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계단오르는 남자



첫 번째 계단을 오른 남자는

떨리는 두 다리를 멈출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이 멀기에

남자는 다음 계단을 향해 발을 내디뎠습니다.

두번째 계단을 오른 남자는

밀려오는 오한에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고

세 번째 계단에 오르자

박동하는 자신의 심장 소리에 귀가 멀 지경이었습니다.

네번째 계단에 오른 남자는

남자의 아버지가 생각났습니다.

항상 술어 절어 있던 아버지는

그의 아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남자가 말썽이라도 일으키는 날이면

매몰찬 채찍이 남자의 등을 상처 입혔고

남자는 눈물을 삼키며 고통을 인내해야만 했습니다.

다섯 번째 계단을 오른 남자는

남자의 어머니가 생각났습니다.

매일같이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가 지겨워

어머니는 어린 아들을 두고 혼자 집을 떠났습니다.

어머니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는 한겨울 밤 술에 취에 길바닥에서 얼어 죽었고

남자는 한동안 그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여섯 번째 계단에 오른 남자는

고아가 된 자신을 마을에서 쫓아낸

동네 어른들과 그들의 자식들이 생각났습니다.

남자가 성인이 되어 그들을 찾아갔을 때

그들은 결코 남자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남자에게도 좋은 기억들이 있었습니다.

남자가 일곱 번째 계단에 오르자

항상 혼자였던 자신에게 친구가 되어준

마을의 길고양이들이 생각났습니다.

하지만 좋은 기억은 잠시…

계단을 하나하나 오를 때마다

남자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어두운 기억들이

증오가 되어 입안에서 맴돌았습니다.

하지만

열 번째 계단에 오른 남자는

아무리 저주를 퍼부어도

바뀌는 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열한 번째 계단에 오르자

결국 그 모든 걸 용서하기로 했습니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어머니도

술에 절어 폭력을 일삼던 아버지와

자신을 마을에서 내쫓은 마을 사람들도…

그러자

남자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남자는 멈출 수 없었습니다.

열 두 번째 계단을 오른 남자…

남자는

그동안 자신이 저지른 죄와

그 죄로 인한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그리고 열세 번째…

마지막 계단에 오른 남자는

허공에 매달린 올가미를 발견했습니다.

그렇게

한도 많고 죄도 많았던 남자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출처 https://blog.naver.com/jwlee2717/222002182414 칼리나드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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