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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 적어보는 중학교때 있었던 실화(2)
게시물ID : panic_783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변태네
추천 : 8
조회수 : 198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3/13 04:14:04
안녕하세요. 저번에 중학교때 산타다가 겪었던 일 조잡하게나마 썼었는데, 거기서 언급했던 몇몇가지 일중 하나 더 써보려고 해요.
이건 100퍼센트 실화이며 실제로 굉장히 오랜시간동안 트라우마로 남았던 일이에요.
하지만 지금은 나이를 먹으며 그런 트라우마따위 귺뽂!하여 음슴으로 음슴체는 음슴음슴해서 쓰지않겠습니다.(FAKE!)
 
저번글에도 적었지만, 저는 중학교때 머리가 복잡하거나 앞날이 막막(...)하고 가슴이 답답하여 쐬주한잔 마시고 싶을땐
 
무턱대고 걷기를 갱장히 좋아했어요..
 
그냥 걷는거에요.. 물론 목적지는 있지만, 가끔 목적지 없이 그냥 걷기도 했죠.
 
그때가 아마 중학교 1학년때였죠.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일교차가 커지고 싸리쌀쌀한 바람이 불지만
 
타이즈는 느낌이 이상하다며 추위에 떨던 그런 멍청한 아이가 저였... (지금 생각하니 소름돋게 멍청돋)
 
그날은 학교끝나고 친구들과 놀다보니 해가 져서 어두워졌고, 저번에 썼던 산길은 아직 모를때였어요.
 
그냥 버스비도 아낄겸, 문득 걷고 싶기도 했고 해서 집까지 걸어가자! 해서 걷기 시작했죠.
 
걸어서 한시간정도 거리인데, 동네 어귀 들어서기 전까진 큰 대로변이라 무슨일 있을까 걱정따윈 네버. 사실 멍청해서 못한거죠.
 
한 40분 걸었을까.. 갑자기 키가 큰 흑인이 다가오더니 어색한 한국말로 길을 물었어요.
 
"저, xx교, xx다리 어디에요?" 하고요.
 
제목 없음.jpg
(이쯤에서_등_장_하는_동네_그림_feat_발퀄.JPG)
 
차고지는 저희 동네 어귀에 있기 때문에 세상만사 해피한 시선으로 보던 저는 의심따위 개나주고 해맑은 미소로 알려줬어요.
 
"이길 따라 쭉가시다가 왼쪽에 있어요." 사실 이때부터 이상했던거죠. 다리까진 10분도 채 안되는 거리인데.
 
"나, 한국말 잘 몰라. 어디야?"라고 대답했을때 그냥 냅다 뛰었어야 했는데 지금도 멍청한 저의 두배는 멍청한 어린시절이였으니 그런거 음슴다.
 
"아 저도 그쪽으로 가는길이에요, 알려드릴게요."
 
"고마워. 썡큐."
 
그리곤 흑인을 데리고 조금 걸었을까 슬슬 무서운거에요. 이사람이 날 해코지하면 어쩌지. 내가 도망칠수 있을까.
 
근데 그러기엔 너무 착해보였어요. 말투나 얼굴에 미소에서요.(네 저 멍청해요 저도알아요)
 
5분쯤 걸었을까, 대로변이라곤 하나 인적은 드문길로 접어들자 이 흑인이 자연스레 제 어깨에 손을 올렸어요.
 
"아직이야?" 하면서요.
 
저는 "아녀 곧 도착해여" 하면서 어깨에 올린 손을 태연하게 떼냈죠.
 
하지만 이미 심박수는 점점 올라가면서 머릿속으론 온갖 안좋은 상상을 마구잡이로 하고있었죠.
 
'그래, 혹시 해코지하려드면 손을 깨문 다음에 전력질주를 하자;'
(참고로 달리기 반 꼴등ㅎ_ㅎ)
 
조마조마한 마음이 얼굴에 나타났는지 흑인이 자꾸 대놓고 손을 잡으려고 들었어요.
 
아 이제 도망쳐야겠다 싶은 순간! 다리가 나타났죠.
 
마침내 드디어 파이널리 예쓰 난 살았다! 생각하며 "저! 저기가 다리에요! 안녕히가세요!" 하고 도망가려했는데
 
흑인이 제손목을 덥썩 잡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여기 아니야. xx차고지 어디야?"..
 
그림 보시면 차고지는 다리보다 더가야 되는곳이에요. 걸어서 10분.
 
아 큰일났다 싶어서 손을 뿌리치려 했는데 중1이 어떻게 성인남성의 악력을 뿌리치겠어요.
 
애써 침착하며 "저.. 저기 좀더 가야되요..근데 저도 잘 몰라요.."라고... 하.. 나란닝겐.. 멍청..
 
흑인은 다시한번 "한쿸말 잘 몰라. 길 몰라." 하며 손을 안놔줬어요.
 
어쩌지 어쩌지 하는 사이에 흑인이 손을 이끌더니 자기 사타구니로 갖다 댔어요.
 
한번 스쳐지나가듯 쓱 문대길래 속으로 '아냐 실수일거야 아냐 그럴리없어 아냐 제발!' 생각하며 손을 뿌리치려고 힘을 줬어요.
 
여차하면 소리질러야겠다, 사타구니 발로 걷어차야겠다, 깨물어야겠다 등등 시나리오를 짜고있는데
 
흑인이 "아 이쪽이야" 하면서 손을 잡고 앞장서더군요.
 
손은 안빠지지, 뒤돌아서있으니 사타구니 걷어 찰수도 없지.. 깨물고 뛰자니 잡힐것같지..
 
그때 불현듯 떠오른게, 차고지까지 가는길 도중에 주유소가 하나 있었어요.
 
그래 거기까지 간다음에 깨물어버리고 주유소로 도망치자. 싶어서 일단 순순히 따라갔죠.
 
혹시 길 어긋나는 순간 깨물준비 하고요.
 
그와중에 앞장서던 흑인이 "여긴가?"하며 뒤돌아보고, 뒤돌아보는 척하며 자연스레 사타구니에 제손을 문대더군요.
 
정말 혐오감에 몸서리쳐지고.. 눈물날것같고..
 
그러다 마침내 주유소가 눈앞에 보일때 마음속으로 카운트다운 하고있었는데 흑인도 주유소를 봤는지 멈춰 서더군요.
 
그리고선 갑자기 "전화해야돼. 잠깐 이리와."하면서 옆에 공중전화 박스로 끌고가는겁니다.
 
하필 공중전화 박스가 불도 나갔고, 대로변이라곤 하나 약간 구석진곳..
 
이런일은 살다가 처음인지라..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거의 질질 끌려가다시피 공중전화 박스로 들어갔죠.
 
흑인이 먼저 들어가더니 다시한번 사타구니에 쓰윽...
 
거의 눈물 터지기 일보 직전이였어요.. 소리를 지르자. 그래 소리를 지르고 깨문 다음에 주유소로 뛰자.
 
근데 소리를 지르면 입을 막지 않을까? 먼저 깨물고 소리지르며 주유소로 뛸까.. 아 어떡해야돼 하며
 
멘탈이 산산조각 나서 뇌가 마비됐는지 갈수록 그냥 머릿속이 새하얘지더라구요.
 
이젠 진짜 끝이야.. 내가 이 성인남성을 제압하고 도망칠수 있는 방법은 없어.. 하면서 진짜 엉엉 우려던 찰나
 
지나가던 차가 갑자기 뚝 멈춰서더니 "저기요! 뭐하세요???" 하면서 어떤 아저씨가 달려오시더라구요.
 
이 흑인 들통나니 당황해서 "fu*k!" 하더니 골목으로 드냅다 뛰어 사라졌습니다.
 
아저씨가 와서 왜그러냐고, 무슨일이였냐고 물었는데
 
방금 겪었던 일들이 너무 무서워서.. 저는 분명 호의로 길을 알려주고자 한것 뿐인데, 어느순간부터 제 통제를 벗어나 꼼짝없이 당할 위기였어서..
 
너무 그냥.. 모든게 무서웠어요.
 
그래서 그때 도와주신 아저씨도 나쁜사람이 아닐까 싶고 너무 창피하고 수치스러워서 "아무것도 아니에요!"하고 막 뛰어갔어요.
 
근데 주유소를 지나치면 이젠 대로변이라 부르기도 힘든 인적이 아예 없는길이라 다시 그 흑인이 올것같은거에요.
 
오도가도 못하고 주유소에 우두카니 30분정도 서있다가, 마음이 좀 추슬러지니까 어찌해야될지 생각이 나더라고요.
 
일단 주유소로 들어가서 길을 잃었는데 전화 한통만 써도 되냐 했고, 엄마한테 전화걸어서 마중나온 엄마랑 같이 집까지 갔네요.
 
엄마가 "무슨일 있었어?" 하고 물었지만 너무 창피해서.. "아냐. 아무것도. 그냥 길을 잃었어." 하고 말았어요.
 
이 일 있은뒤로는 나이먹기 전까지 해가 진뒤에는 그쪽길 전혀 안다녔어요. 길 지나치다가 흑인만 보이면 움찔움찔하고..
 
친구들과 찜질방도 간적 없죠. 그때 그 제손에 닿았던 그 감촉때문에 끔찍한것들이 자꾸 상상되다보니..
 
하지만 나이가 더 먹게되다보니 차츰 그때 그 혐오감들이 바람에 돌깎이듯이 삭아갔고,
 
세상사람 다그런건 아니란걸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이해하게 되면서 트라우마는 귺뽂해냈어요.
 
그리고 지금, 현재 저는 아주 튼실건실한 청년으로 자라 잉여롭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까 저녁엔 치킨 두마리 혼자 다쳐먹었어요. 헿 닭마시쪙. 부럽져?
 
9럼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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