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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4 0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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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형태만으로는 용도를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척, 하고 손에 쥐었다.
선단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 가루인가 싶었지만, 착각이었다.
그것은 곧 파르르 흔들리는 두 개의 봉우리만 겨우 가린, 얇은 면 앞치마 뒤로 훤히 드러난 그녀의 목과 어깨, 적당히 도톰하게 솟아오른 등줄기의 근육, 완벽에 가까운 반구형을 그리는 둔부와 고급 샴페인 잔을 연상시키듯 매끈한 종아리, 그리고 발목을 타고 방울져 흘러내렸다.
허벅지부터 발뒷꿈치까지 이어진 촉촉한 빛줄기를 넋놓고 쳐다보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가 옅은 구릿빛 뺨 너머로 피어오르는 홍조와 함께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