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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6 14: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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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여론이 날뛰어도 한번 가진 신념은 꺾기 힘듭니다.
집안의 최고 어른인 아버지, 어머니들이 살아온 세월동안 보고, 겪고, 듣고, 느낀 일들로 경험한 세상은 현재 화면에 비춰진 그리고 자식(들)이 하는 얘기와는 사뭇 다르거든요. 만약 그걸 그냥 인정하게되면 자신의 세월과 경험이 부질없는 것이 되고 그때부터 자신은 세상을 잘 모르는 사람이 되니까요. 한마디로 쓸모없어 지는거죠. 이런일로 자존감이 꺾일 사람이라면 더더욱 무섭게 저항합니다. 머리 굵어지는(학벌, 인맥 등) 자식을 보면서 세월의 덧없음도 느낄테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내 자식에게 나는 이제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구나', '아니 이제 짐이 되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니, 나는 틀리지 않았어. 아직 경험이 부족한 내 자식(젊은사람 통칭)이 잘못알고 그릇된 판단을 하고 있어. 내가 바로 잡아줘야해.'라고 생각할 겁니다.
어쩌면 자식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리고 동시에 자기애도 무척 크기 때문에 그럴 겁니다. 자기 자식들이, 지금 자라는 젊은이들이 자신을 넘어섰다는걸 인정하는게 쉬운일이 아닙니다. 저희세대야 워낙 급변하는 교육환경 속에서 이제는 몇 살 어린 후배들이 영어나 수학 등 교육수준이 저희때보다 월등히 높다는걸 익히 봐왔기 때문에 어린애들이 저희보다 잘해도 그러려니 하고, 한편으론 그래도 밥벌이(자신의 직업)에 있어서는 그래도 내가 경험이나 숙련도에서 더 낫지, 라는 희미한 확신에 마음의 위로를 받지만. 이런 희미한 확신조차 없는(이룬것도 없고 별달리 내세울 기술이나 경험도 없는) 기성세대에게 실패를 인정하라고 하는건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 일겁니다. 삶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기분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