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15
2021-02-09 22: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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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의아하긴한데 거참 군대라는게 없을만한 일도 궂이 찾아서 생기는 곳이라...허허참 ㅋㅋㅋ
시연같은거 하면 준비된 인원 뽑아서 대본 만들고 엄청 굴리며 연습시킨 뒤에 시연하는터라
대부분 예상가능한 수준외의 돌발상황은 일어나질 않는편..
물론 돌발상황이 안일어나면야 좋다지만.....
울부대도 몇몇 시연이 있었고 부대특성상 DMZ 투입작전 시연하는일이 자주 있었는데
하루는 사단장이 보러 온다고 함..-ㅅ- ㄷㄷㄷ 않이 님이 왜 와요...ㄷㄷㄷㄷ
여튼 2주일 전부터 훈련장 새로 구조 다 갈아엎고 다시 만들고...
구조개변(?) 끝나자마자 나름 군생활 잘해서 문제 안일으킬만한 사람이랑 훤칠한 사람들을 섞어서 팀을 꾸려 시연 연습을 밤낮으로 시킴...
시연당일이 옴..
아침부터 일어나서 피같은 A급 다려서 입고 침투조끼(특전조끼)도 중대내 A급 추려서 나눠 입고
위장도 풀 위장하고 시연장가서는 밥도 못먹고 대기함...
써글 사단장은 점심먹고 오더군요...--...
뭐 연습이 무색하게 시연은 스무스하게 진행됨. 익히 알던것들에 동작만 크고 과장되게 하던거라.....
일단 1팀과 2팀 동시에 투입 시연을 하고 1팀이 매복중 교전상황을 시연함.
그리고 문제의 수색 중 교전 시연이 다가옴..
2팀에서 시연을 시작함.
상황은 북한군이 우리를 먼저 발견하여 산개후 대응 사격을 하는거였는데..
북한군이 주변을 장악했다 가정하여 상황 중 북한군이 사각지대에서 급습하는 상황이 있었고
그걸 대응하는걸 2팀 최고참이 하기로 함.
다른 팀원들은 팀장의 지시에 맞춰 사격하고 최고참도 같이 사격을 하는데, 최고참이 한발 쏘면 그걸 보고 북한군연기자가 급습하기로 해뒀음.
그 고참이 총 쏘려고 자세 잡자말자 북한군은 연습대로 소리지르면서 급습을 시작했는데...
공포탄이 발사가 안됨................
약 0.7초간의 정적이 흐르고..
다른 팀원들은 이미 탄을 다 써가는 상황이었고 앞만 보느라 그 상황이 어찌 되고 있는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싶었음...
사실 우리들끼리 공포탄 발사 안되면 어떡하냐는식으로 이야기가 나오긴 했는데...
공포탄은 어찌됐든 발포가 될꺼라고 다들 신경을 덜 쓰고있었던터라(연습할땐 공포탄 안쏘니..)
그 대책으로 별다른 준비를 안해뒀었음...-ㅅ- ㄷㄷ...
그냥 말로는 뭐..달려들어서 때려잡으면 안되려나? 이런식으로 우스겟 소리만 하고 넘어감..-ㅅ-;;;;
여튼 그 약 0.7초간의 정적이 진짜 길게 느껴지더군요.......
다들 와 ㅈ됐다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하지? 하면서 보고 있었는데..
그 고참이 갑자기 대검빼들고 멋드러지게 악을 지르면서 북한군 역할의 후임에게 달려듬.
살짝의 대치를 하다가 그 고참이 대검 겨루기 할때의 첫동작을 보이자
다행히 후임도 동작 알아채고 대검 겨루기 동작을 꽤나 그럴싸 하게 시연하고 결국엔 대검을 찔러서 제압하는걸 보여줘 버림...
다행인지 시연은 꽤나 그럴싸 했지만....
보고있던 우리의 머릿속엔 아마 같은생각이 흐르고 있었던거같음.
'아 ㅈ된거같다. 다시 되짚어봐도 ㅈ된거같다'
우리의 기대(?)와 다르게 사단장과 그 참모들의 반응이 괜찮았음..
오~ 하면서 호흥도 해주고 끝나니까 박수도 쳐주더구만요.
물론 예정된 엔딩동작들이 흐지부지 되서 팀장이 급히 팀 추스르고(이것도 평소 하던게 있어서 짜세는 문제 없었음)
선조치 후보고에 따라 OP에 무전 날리고 빠르게 퇴출하는걸로 마무리도 어찌어찌 한뒤
다 모여서 사단장한테 경례 때리고 훈시도 들었는데...
그냥 준비해온 멘트나 읊은거겠지만 그게 어찌나 다행으로 들리던데..
다음날 무슨일은 없겠지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침 회의 후 주둔중인 시연팀들을 사열대 앞으로 다 부름.
죽을상으로 나왔더니 행보관과 중대장이 싱글벙글한 얼굴로 어제 사단장님이 최근 본 시연중 가장 진정성이 있어보였다면서 칭찬했다고 하더군요...그래서 대대장이 기분좋아서 시연팀 전원에게 1일 외출권 주고 마지막에 대검겨루기 시연했던 두사람한텐 1박2일 휴가 포상으로 줘라고 했다고....
할때는 참 ㅈ같았는데 인간의 간사함이란...바로 사단장놈에서 사단장님이 되는 현상을 겪음 ㅋㅋ...
여튼 대부분의 시연은 돌발상황까지 상정하고 준비를 해두는편이라 저런 시연상황이 발생했다는게 신기함...ㄷ
그리고 아직도 살짝 궁금한게
사단장은 그 상황이 준비된걸로 알았을까 돌발상황에 애드립이었던걸 눈치챘을까 궁금함...
진정성이 보였다는걸 좋게 풀어보면 애드립이었다는걸 보고 평소 훈련이 잘되어있으니 저런 애드립도 되는구나 싶었던걸까..
아니면 이런 돌발 상황도 준비했군..열심히 준비했네의 진정성이었던건가 좀 모호했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