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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8 10:3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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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님께 시 한편드립니다.
당신을 보내고 난 후에야 - 이정하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는지
당신을 보내고 난 후에야 나는 알 수 있었습니다.
당신이 떠나고 난 자리에 바람 불고, 비 내리고,
눈이 내리고 있었지만 꽃은 피지 않았습니다.
낙엽 지고, 어둠이 내려 앉았지만
해는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가까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며칠 못 보아도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
영영 간다길래 견뎌낼 줄 믿었습니다.
하지만, 나를 떠나간 당신을
나는 끝내 떠날 수가 없었음을.
당신은 나를 버릴 수 있었지만
나는 끝내 그럴 수 없었다는 것을.
내 안에 너무 깊숙이 박혀 있어
이제는 나조차도 꺼내기 힘든 당신,
아아 하필이면 나는
당신을 보내고 나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는지,
단 하루도 당신 없이 살아낼 수 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