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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31 13: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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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륜이라는 단어 자체가 그 사회가 규정하는 겁니다. 날 때부터 뭔가 딱하고 딱 새겨진 그런 심볼이 아닙니다. 전부 사회체제가 구성하고 가꿔나간 규칙이죠. 우리가 흔히 도덕이라고 말하는 요소 또한 이런 겁니다. 이건 전부 사회의 대체적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기름칠을 맡죠.
살인? 우린 살인이 비인륜적인 행위로 규정되죠. 하지만 역사 속에서 이런 살인이 정당성을 띄고, 타인을 죽이는 것이 대상에 따라 '명예로운 행위'로 규정되어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강간? 글쎄요, 과거에는 이런 게 '잘못된 것인가'에 대한 고찰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아동폭력? 뭐.... 예전에는 아이의 모범적인 훈육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도덕이나 관습은 시대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드는 겁니다. 근친이나 동성애 역시 이런 고무줄같은 도덕의 테두리에 걸려들 뿐이죠. 시대가 바뀌고 사회가 조금 더 맛탱이가 가 보이는 행동에 대해 허용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면 그 사회가 이런 행위에 대해 '사회질서에 악영향을 끼치진 않는다'는 인식이 정착될 수도 있으니까요.
다만 이런 시대들과 우리들의 현대가 다른 점은, 이런 개념이 고정이 아니라 변동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고, 그것이 과연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근본적인 해악이느냐에 대해 한 번 정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사회라는 점이죠. 물론 '현재의 도덕'적으론 어긋난다고 하지만, 그 도덕의 기준점 자체가 뭔가 어긋나진 않았는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점검해볼 수 있는 그런 사회다 이겁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다시 한 번 짚어보자는 의견에 그저 혐오로서만 대응한다면, 우린 이 재고찰의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를 살아가기엔 다소... 부적합한 사람이 될 수 있겠죠.